최근 과도한 선정성으로 여론의 비판을 받고 있는 한 스포츠지 기자의 항변이다. 적어도 80년대 말이나 90년대 초에 입사한 기자치고 이 정도 포부없이 기자생활을 시작한 기자는 하나도 없다는 말이다. 그러나 90년대 중반 이후 신생 스포츠지 탄생으로 스포츠지 시장이 무한 경쟁에 휩싸이면서 선정성이나 기사 질 저하 등에 대해 기자들이 아무런 저항도 할 수 없는 상황에 직면하게 됐다는 것.
스포츠지 4개사는 지난 1월 31일 신문윤리위원회로부터 일제히 선정성에 대한 경고서한을 받았다. 특히 스포츠투데이는 지난해 11월까지 신문윤리위원회로부터 4개월 연속 공개경고를 받은 바 있다. 그러나 신문윤리위원회가 창립 이후 최초로 스포츠지 발행인들에 대해 경고를 한 것임에도 스포츠지들은 공식적인 최소한의 자성 모습도 보이지 않고 있다.
스포츠지의 선정성에 대한 비판이 크게 일자 TV 시사프로그램도 나섰다. 지난달 28일 MBC
이같은 지적들에 대해 스포츠지 경영진 등 책임자들이 침묵을 지키고 있는 것과는 달리 내부 기자들은 자사 보도에 대해 비판적인 시각을 견지하고 있다. 한 기자는 "우리가 스포츠지 기자지 연예부 기자냐"며 "차라리 외국 스포츠지 기자들처럼 한 스타만 밀착취재해서 심층보도를 하든지 해야지 1면에 커다랗게 아무런 뉴스가치도 없는 여자 나체사진이나 싣는 것에 대해선 반성하지 않을 수 없다"고 털어놨다.
그러나 마땅한 대안이 없다는 게 스포츠지 기자들의 고민이다. 가판시장에서 치열한 독자경쟁을 벌이고 있는 현실적 여건이 1면의 선정성을 자꾸 부추긴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한 기자는 "우리도 선정적인 지면에 대한 고민이 없는 건 아니다. 그렇다고 신문을 마냥 무겁고 딱딱하게 만들 순 없지 않느냐"며 "다만 내가 스포츠지 기자로서 한 가지 꿈이 있다면 온갖 낯뜨거운 기사나 사진을 무차별로 실을 게 아니라 인간적인 지면을 만들자는 것이다. 서민적인 소재가 가득하면서도 재미있는 기사는 얼마든지 경쟁력을 가질 수 있지 않겠느냐"고 제안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