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바이든이 미국 대통령에 당선(사실상)되면서 대북 정책의 중대한 변화를 예고하고 있다. 북핵 문제에 대한 실질적인 성과는 없었지만 역대 최초 두 차례 정상회담을 가졌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보다는 강경한 입장을 내비친 조 바이든과의 관계가 껄끄러울 수밖에 없기 때문에 북미 관계가 순탄치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대선 토론 당시 “(트럼프는) 폭력배를 좋은 친구라고 칭하며 잘 지내고 있다고 이야기한다”는 조 바이든의 발언이 부각되는 것도 이해할만하다.

하지만 북미 관계가 악화될 것이라는 전망에 따라붙어 북이 도발을 감행할 것이라고 확정적으로 말하는 것은 신중해야 한다. 언론은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한 지난 2017년을 포함해 미국의 지도자가 교체됐을 때마다 북이 ‘도발’한 전력이 있다는 점을 내세워 조 바이든의 주목을 받음과 동시에 미국을 압박하기 위해서 조만간 북이 ‘도발’할 가능성이 높다고 보도 중이다.

한반도 전문가가 ‘외신과의 인터뷰’에서 한 말이라며 “북한이 몇 주 안에 핵 실험이나 장거리 탄도 미사일 시험 발사에 나설 수 있다”라는 발언이 여과 없이 보도되고, 조 바이든 행정부가 공식 들어서면 북이 대륙간탄도미사일을 발사할 수 있다는 분석까지 내놓고 있다. 한 언론은 현재(16일 기준)까지 조 바이든을 향한 북의 공식 메시지가 나오지 않은 것에 대해서도 “도발을 앞둔 폭풍전야라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라고 보도했다.

조 바이든 당선 이후 대북 보도는 북이 도발할 것이냐 아니냐, 북은 왜 조 바이든 당선에 반응하지 않느냐의 문제에 지나치게 집중하는 모습이다. 대중의 관심사를 반영한 이유겠지만 북의 ‘도발’에 ‘베팅’을 거는 듯한 논조가 계속되고 미국 대선에 대한 북의 무반응에 대해서도 주관적인 인상 분석이 넘쳐난다.

▲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왼쪽)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당선인. ⓒ 연합뉴스, 위키피디아
▲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왼쪽)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당선인. ⓒ 연합뉴스, 위키피디아

북의 도발은 북미 대결주의적 관점이 투영돼있는 행동 양식에 대한 예측이다. 현실이 되면 한반도 운명이 또다시 소용돌이 칠 수 있다는 점에서 이를 보도하는 것은 신중을 기할 필요가 있다. 마치 도발 직전인 것처럼 기정사실화하는 것은 남북관계에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 언론자유의 영역이라 주장할 수 있지만 미국의 패권주의적 시각을 답습하거나 주관적 전망에 기대 과장하고 있는 건 아닌지 되돌아봐야 한다. 확신에 찬 ‘전망’에 비해 근거도 충분치 않다. 북미관계 역사적 맥락을 보면 ‘도발’이라는 표현 역시 일방적이다. 북은 줄곧 ‘전략적 대응’이라는 주장을 해왔다.

우리 언론이 ‘도발’에 목매기보다는 존 바이든 시대 한반도 정책이 어떻게 구체적으로 바뀔지 참모를 분석하거나 혹은 존 바이든의 대북 인식 근거, 새로운 미 행정부의 국제외교관계 변화에 따른 대북 정책 우선 순위 등을 따져보는 것이 여러모로 필요하다는 얘기다. 

과거 대결주의적 시각에 따른 언론 보도의 폐해는 적지 않았다. 북을 향한 적대적 시선에 매몰돼 사실에 대한 검증에 소홀했다. 지난 1996년 10월 백령도 부근 ‘이상한 비행물체’가 영공을 넘어오자 언론은 추정되는 비행기와 탑승 인원 예상 숫자 등을 보도했다. 사실이라면 북과 충돌이 일어날 수 있는 비상 상황이었다. 하지만 이상한 비행물체는 “도요새 편대 5백마리”인 것으로 확인됐다.

이상한 비행물체의 속도와 방향의 선회 등을 따졌다면 ‘긴급뉴스’ 감도 되지 않은 내용이었지만 북의 침공 가능성을 떠들면서 머쓱한 상황이 돼버린 것이다. 다음날 신문은 “대규모 새떼 때문에 함대사령부에 비상이 걸리는 등 한차례 소동”이 일었다면서 군 관계자가 “방공망을 점검하는 비상훈련을 한셈 치자”라며 씁쓸한 표정을 지었다고 헤프닝으로 넘어갔다. 냉정하고도 신중한 대북 보도는 조 바이든 시대에도 여전히 필요하다. 북의 도발을 ‘베팅’하는 보도는 무책임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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