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호정·장혜영 정의당 의원 등 진보정당 정치인들이 조선일보 100주년 행사에 이름을 올려 논란이다. 

조선일보는 올해 창간 100년을 맞아 각계 인사들의 물건을 담은 타임캡슐을 만들어 50년 후인 2070년에 개봉하기로 했다. 조선일보 보도를 보면 해당 행사에 정의당에서는 김종철 당 대표, 류호정·장혜영 의원 등이 물품을 기증했다. 

지난 5일 진행한 타임캡슐 봉인식 행사에는 류 의원과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 배현진 국민의힘 의원 등 3명이 직접 참석했다. 

최근 진보정당 출신인 박 의원이 조선일보 행사에 참석해 비판을 받자 조선일보 타임캡슐 행사가 함께 주목받았다. 류·장 의원에 대해선 장자연 사건과 연루된 조선일보 행사에 참여하는 것이 부적절하다는 의견이 나왔다. 

▲ 조선일보 창간 100주년을 맞아 진행한 타임캡슐 봉인식 관련 기사
▲ 조선일보 창간 100주년을 맞아 진행한 타임캡슐 봉인식 관련 기사

과거 진보정당이나 노동·시민사회계에서 조선일보의 기득권 행보나 왜곡보도 등을 비판하며 취재를 거부해온 사례가 있어 이번 정의당 정치인들의 조선일보 행사 참여에 비판적인 의견이 있다. 지난 2015년 조선일보 창간 95주년 기념행사에는 정의당 정치인이 참석하지 않았다. 

가장 논란이 되는 인물은 직접 봉인식 행사에 참석한 류 의원이다. SNS 상에는 류 의원이 조선일보 행사에 참석한 사진과 함께 “진짜 페미니스트라면 국회의원 신분이 되자마자 장자연 사건 재조사를 주장하는 모습을 보여야 했다”, “박 시장 조문은 불참, 조선일보 잔치에는 참석” 등의 의견이 나왔다. 방송인 김용민씨도 16일 페이스북에 “저런 건 누구 대리로 보내도 된다”며 류 의원의 행사 참석을 비판했다. 

이에 류 의원은 “내가 대변하는 사람의 목소리를 대신 전하기 위해선 내키지 않는 곳에도 가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류 의원실 관계자는 17일 미디어오늘에 “조선일보가 한일 청구권 협정에 관한 일본의 일방적 주장을 옹호하고 국정농단 등 적폐청산 시기에 국민 공분을 자아내는 기사를 썼던 것, 무엇보다 장자연 사건을 일으키고 은폐한 장본인이라는 점을 잊지 않고 있다”면서 류 의원의 출마선언 영상, 국회에서 자유로운 복장을 입고 등원한 날 영상, 삼성전자 기술탈취에 대한 국정감사 질의 영상 등 세 개의 파일을 타임캡슐에 넣었다고 했다. 

▲ 지난 5일 조선일보 타임캡슐 봉인식 행사에 참석한 류호정 정의당 의원.
▲ 지난 5일 조선일보 타임캡슐 봉인식 행사에 참석한 류호정 정의당 의원.

 

류 의원 측은 “모두 ‘불평등 해소’를 위한 정치인 류호정이 ‘불평등 대한민국’을 만드는데 조력한 조선일보에 전하고 싶은 이야기”라며 “조선일보가 탄압한 노동자, 차별한 여성과 청년, 무시한 중소기업을 대신해 타임캡슐을 묻었다”고 했다. 이어 “현장 참석 요청이 있었고 피하고 싶지 않았다”며 “있는 그대로 연단 위에서 육성으로 말하고 돌아왔다”고 덧붙였다. 

앞서 조선일보 행사에 참석한 박 의원은 지난 15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국민을 대표하는 정치인이 우리 진영과 생각이 다른 언론이라고 해서 해당 언론의 목소리에 귀를 닫고, 해단 언론의 독자들에게 설득하고 설명할 의무를 소홀히 해서는 안 될 것”이라고 관련 입장을 밝혔다. 

물품기증에만 참여한 장 의원은 17일 미디어오늘에 “50년 후 오픈했을 때 의미 있을 물건을 보내달라고 해서 차별금지법이 제정된 미래를 염원하는 의미로 무지개 마스크를 보냈다”고 했다. 장 의원은 포괄적 차별금지법을 대표발의했다. 

김종철 정의당 대표는 이날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언론사에서 기증해달라는 행사라고 해서 정당대표로서 기증했다”며 “책을 기증했다”고 참여 경위를 설명했다. 그는 “조선일보에서 보도를 왜곡하는 것에 동의하는 건 아니고 비판할 건 비판하지만 취재나 인터뷰는 당에서 열어놓고 하고 있으니 그런 차원으로 보면 된다”며 “언론사 행사에 초청받아서 가는 것만으로 뭐라고 하는 것은 좀 지나치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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