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떻게 하란 얘기인가.”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속칭 ‘문빠’로 불리는 열성 지지자들 및 팬덤 정치에 대한 질문을 받다가 한 말이다. 이낙연 대표는 17일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관훈클럽 초청 토론회에서 당원들이 서로 상처를 주는 행위를 자제해야 한다면서도, 언론의 태도가 모순적이라 주장했다.

이날 허민 문화일보 선임기자는 이 대표에게 “‘문빠’라고 표현되는 강력한 지지기반이 한편으로 긍정적인데 정도가 지나치면 문제가 될 수 있다. 얼마 전 민주당 소속의 정성호 국회 예결위원장이 회의석상에서 추미애 법무부 장관에게 ‘정도껏 하라’ 했다가 온종일 강성 지지자들에 의해 시달림 받았다고 고백한 걸 아실 것”이라며 “문 대통령의 강성 지지자, 이른바 ‘문빠’ 목소리가 당을 과도하게 지배하고 있다는 평가를 어떻게 생각하느냐” 물었다.

이낙연 대표는 “구체적으로 (‘문빠’가) 어떤 사람들인지 알지 못하지만 지지자 중에는 온건한 지지자도 있고 열성적인 지지자도 있다. 저의 선친이 지독하게 열성적 당원이었다”며 “아버지 밑에서 자라면서 대충은 아는데 단지 그분들도 같은 당원들에게 지나칠 정도의 상처를 주는 건 자제하는 게 좋다는 지혜를 가져주셨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7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진행된 관훈클럽 초청토론회에서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국회방송 유튜브 생중계 갈무리
▲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7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진행된 관훈클럽 초청토론회에서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국회방송 유튜브 생중계 갈무리

다만 “팬덤에 대해, 미국 대통령 선거 결과를 보거나 국내 정치에 대해 이야기하는 언론의 보도를 보면서 이건 모순이 아닌가 싶을 때가 있다”고 주장했다. 이 대표는 “예를 들면 트럼프 대통령이 지나치게 열성 지지자들 중심의 정치를 한 게 폐해였다면서, ‘바이든의 약점은 팬덤이 없는 것’이라 비판을 한다”며 “어떻게 하라는 얘긴지 언론 보도를 보면서 늘 혼자 웃는다. 어떻게 하란 얘기인가”라고 반문했다.

허 선임기자는 이에 “당 소속 의원들이나 당 전체가 부담을 갖는 경우도 본다. 친문 진영의 핵심과 결이 달랐던 이 대표가 당대표가 되면 뭔가 달라질 줄 알았는데 크게 달라진 건 없어 보인다”며 “오히려 대통령은 이들 활동을 ‘양념’이라 봤고, 대표는 ‘에너지원’이라 얘기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금태섭 전 의원이 민주당을 탈당하며 밝혔던 입장문의 일부를 인용했다. 금 전 의원이 지난달 21일 페이스북에 올린 글 중에서 “당의 지도적 위치에 계신 분들마저 양념이니 에너지니 하면서 잘못을 바로잡기는커녕 눈치를 보고 정치적 유불리만을 계산하는 모습에는 절망했다”는 대목이다.

이 대표는 “금태섭 의원의 충정은 받아들인다. 그러나 인식 모두가 정확하다고 보지는 않는다”며 “비판을 하건 지지를 하건 양쪽 모두가 에너지가 되는 것이다. 저 자신도 때로는 억울하다는 마음이 들 정도로 공격을 받는 경우가 있다”고 짧게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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