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개월 영업정지 행정처분을 받았다. 대주주 불법행위가 그만큼 무거웠다는 증거다. 지난 9일에는 재승인 점수 미달이라는 결과도 접했다. 상황이 이런데 방통위는 경영진에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못하고 있고, MBN 종사자를 대표하는 노조에는 의견 진술을 요청한 적이 한 번도 없다. 의견서 제출로 만족해야 했다. 앞으로는 우리에게도 방통위원이나 청문위원 앞에서 경영진과 똑같이 의견진술 할 권리를 부여해야 한다.”(나석채 언론노조 MBN지부장) 

올해 MBN·SBS·KNN·TJB대전방송 등 민영방송에 대한 방송통신위원회의 재허가·재승인 심사가 예정된 가운데 방송독립시민행동이 방통위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사내 제왕적 권력을 가진 민영방송의 재승인·재허가 심사 시에는 종사자 대표의 의견 진술권을 보장해야 한다”고 요구하고 나섰다.  

이들은 기자회견문에서 “OBS에 대해 2010년부터 2019년까지 3년마다 왜 똑같은 이행조건과 권고가 3년마다 반복되고 있는지 방통위는 스스로 물어야 한다. MBN은 ‘연도별 콘텐츠 투자금액 이상 준수’라는 재승인 조건을 위해 영상취재·미술·편집·기술직 노동자를 자회사로 분리해 MBN 본사에 대한 콘텐츠 투자금액으로 위장하는 꼼수를 냈다”고 지적한 뒤 “올해 6월 방통위가 SBS 대주주 윤석민 회장에게 각서까지 받으며 부여한 지주회사 변경조건 역시 감감무소식”이라며 민영방송 대주주들의 문제를 비판했다. 

▲11월16일 방송독립시민행동의 기자회견 모습. ⓒ정철운 기자
▲11월16일 방송독립시민행동의 기자회견 모습. ⓒ정철운 기자

이들은 “민영방송은 편성, 수익구조, 인사와 노동조건 모두 제왕적 권력을 가진 대주주에 있다. 대주주의 방패 역할만 하는 사장의 입바른 변명만을 듣는 심사는 이제 멈춰야 한다”며 “노동조합이 민영방송 대주주에 대한 견제를 올곧게 행사해야 한다. 지금 당장 12월 심사를 앞둔 4개 방송사에 대한 심사부터 종사자 의견 진술을 보장하라”고 요구했다. 이어 “방통위가 심사할 대상은 경영실적보고서가 아니라 방송을 지배하는 대주주의 자격”이라고 강조하며 “방송을 황폐화시키는 천박한 자본에 제동을 걸지 못하는 방통위는 존재할 이유가 없다”고 경고했다.  

오정훈 언론노조위원장은 “민영방송 재승인·재허가 과정에서 종사자 의견을 청취해달라는 요구에 방통위는 미온적이다. 심사위원회에 의견서를 전달하면 되는 것 아니냐고 했다. 더욱이 종사자 대표의 주장이 재승인 심사 내용과 다른 노사갈등 사안 아니냐는 인식을 드러냈다. 대단한 오판”이라고 방통위를 비판했다. 오정훈 위원장은 “민영방송의 소유와 경영이 분리되어 있는지, 편집권이 독립되어 있는지, 재허가·재승인 조건을 제대로 채워가고 있는지 내부구성원이 어떻게 판단하고 있는지 확인하는 것이야말로 중요한 심사사항”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민영방송에선 대주주 허락이 없으면 노사 간 합의사항도 통과가 안 된다. 지노위에 가야 겨우 관철이 되는 비극적 현실이 반복되고 있다”며 “지금 지역 공공성을 실현하고 있다고 점수 줄 수 있는 민영방송이 몇이나 되나”라고 되물은 뒤 “이번 심사과정에선 반드시 종사자 의견을 청취해야 한다. 그렇지 않을 경우 방통위 해체까지 요구할 것”이라고 했다. 

▲방통위 전체회의 모습. ⓒ방통위
▲방통위 전체회의 모습. ⓒ방통위

윤창현 언론노조 SBS본부장은 “재허가 심사과정에서 종사자 의견 청취를 요구하는 것은 밥그릇 때문이 아니다. 소유구조가 민영이건 공영이건 방송의 궁극적 주인은 국민이다”라고 밝혔다. 이어 “태영그룹이 SBS를 통해 엄청난 자본팽창을 이뤄내 10조 재벌 대열에 올라서고 있다. 이를 본 건설사들이 앞다퉈 언론사를 사겠다고 한다. 언론사를 뒷배경 삼아 건설사업 수주하고 홍보하려는 의도”라고 지적하며 “방통위가 이런 부분을 반영해 방송사 대주주의 공적 책임 준수 여부를 확인하려면 종사자 대표의 의견 청취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윤창현 본부장은 “SBS 대주주는 노조를 피해 계속 도망만 다니고 있다. 지난주가 SBS 창사 30주년 기념일이었지만 초청도 받지 못했다. 기념식 찾아가서 대주주에게 발언하려고 하자 간부가 육탄방어하는 게 현실이다”라며 “방통위가 방송을 바로 세우는 책임을 다하는 과정에 방송 종사자들이 힘을 보태겠다”고 덧붙였다.

김서중 민주언론시민연합 대표(성공회대 신문방송학과 교수)는 “방송은 아무나 해선 안 된다. 그런데 방통위가 재승인·재허가 제도가 왜 필요한지 제대로 이해하고 있는지 의문이다. 이제껏 방통위는 심사과정에서 문제가 된 각종 민영방송의 문제에 유야무야 넘어갔다”고 지적한 뒤 “평가서와 계획서만 갖고 심사위원들이 내부실상을 정확히 알기 어렵다. 사업주를 대상으로 청문해도 잘할 거라는 얘기밖에 더하겠나”라고 되물으며 “내부구성원들 의견만큼 현실을 잘 알 수 있는 방법은 없다”고 했다. 이어 “재승인·재허가 제도는 단순히 방송사를 귀찮게 하려는 절차가 아니다. 이번 심사과정에선 반드시 종사자 대표의 의견 진술권을 보장하고 정확한 심사가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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