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력발전소에서 혼자 야간작업 하다 숨진 청년노동자 고 김용균 2주기가 다가왔다. 다시는 이런 죽음이 없도록 산안법을 고쳤지만, 정작 김용균이 일했던 곳엔 적용되지 않는다. 고 김용균 2주기 추모위원회가 오는 12월 6~12일까지 추모주간을 마련해 죽지않고 일할 권리를 요구하며 릴레이기고를 시작한다. - 편집자주

 

2018년 12월 10일, 서부발전에서 일하던 청년노동자가 죽었다. 노조에서 홍보담당자로 일하던 나는 이 소식을 접하고, 알렸다.

집회가 열렸다. 그의 어머니가 집회 현장에 오셨다. 그녀는 종이를 보고 ‘글자가 보이는 순서대로’ 읽었다. 말뜻을 이해하고 말할 만큼 정신이 있어 보이지 않았다. 그의 어머니, 김미숙님은 구미 공장의 비정규직 노동자였다고 한다. 아들도 비정규직이었지만 공공기관이니까 그래도 자신보다는 나은 환경에서 일하고 있을 거라고 믿었다고 한다. 경제적으로 풍족하진 않았지만 단란했던 가정의 부부는 아들 하나 보고 살았다고 했다. 그런데 그 아들이 없어져서 자신의 세상도 없어졌다고 했다. 기사에선 사망자 1이지만 그들에게는 100이었다. 집회 현장에서, 김용균이 남기고 간 컵라면 사진을 보며 함께 울었다.

얼마 뒤 정치권이 응답했다. 28년 만에 산안법이 개정되며 소위 ‘김용균법’이 통과되었다. 하지만 김용균이 일하던 사업장은 적용되지 않는, ‘김용균 없는 김용균법’이었다. 김미숙님은 ‘우리 아들을 살릴 수 없는데 왜 ‘김용균법’이라고 부르냐’라고 했다. 

▲ 문재인 대통령이 10월28일 오전 2021년도 예산안 설명을 위한 시정연설을 위해 국회에 도착하자 류호정 정의당 의원이 중대재해기업차벌법 촉구 1인 시위를 하고 있다. 사진=류호정 의원실
▲ 문재인 대통령이 10월28일 오전 2021년도 예산안 설명을 위한 시정연설을 위해 국회에 도착하자 류호정 정의당 의원이 중대재해기업차벌법 촉구 1인 시위를 하고 있다. 사진=류호정 의원실

국회의원이 된 나의 첫 민원인은 쿠팡 물류센터의 직원식당에서 일하던 노동자이다. 아니, 그 노동자의 남편이다. 그는 30대 청년 노동자이면서 세 아이의 엄마였다. 막내의 초등학교 졸업식이 끝나고 출근한 뒤 돌아오지 못했다. 세제에 락스를 섞어서 청소했는데, 코로나19 때문에 혼합량을 늘려야 했다. 역시 기사에선 사망자 1이었지만, 가족들에게는 전부였다. 

재하청으로 일하던 식당 노동자의 죽음을 책임지려는 곳은 없었다. 평범하게 삶을 영위하던 어머니가 아들의 죽음으로 인해 혼란스러워하고 슬퍼하며, 정신없는 와중에도 진상규명을 호소하는 그 뒤엉킨 감정, 그 상태로도 어떻게든 한 걸음씩 나아가려고 애쓰던 2018년 집회 현장에서의 그 모습이 남편분에게서 또 보였다. 노동자들은 계속 죽고 있었다.

로텐더홀에서 정의당 의원들이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을 위한 시위를 한 지 한 달 훌쩍 넘었다. 그동안 60명 넘게 죽었다. 그들의 가족들도 똑같은 모습으로 하루하루를 넘기고 있을까. 우리 사회가 일터에서 일하다 다치고 죽는 노동자들을 보고 가슴 아파할 줄 아는, 그런 감수성을 가진 사회가 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정치권은 ‘중대재해기업처벌법’으로 응답해야 한다. ‘일단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을 당론으로 하지 않기로 했다’라는 더불어민주당의 입장이 바뀌기를 바란다. 이번에는 ‘노동자 없는 노동법’을 만들지 않기를 바란다.

▲ 류호정 정의당 국회의원.
▲ 류호정 정의당 국회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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