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태일 열사 50주기를 앞두고 지난 12일 SNS에 얼굴 전체가 시커먼 분진으로 뒤덮인 노동자의 사진이 화제가 됐다. 마스크를 쓰고 작업을 했지만 마스크가 무용지물로 보이는 사진이었다. 해당 노동자가 쓰고 일한 마스크 사진도 함께 올라왔는데 마스크 안까지 분진으로 뒤덮인 모습이었다. 이는 현대자동차 전주공장에서 일하는 외주업체 비정규직 노동자의 모습으로 공장 측이 품질이 좋지 않은 마스크를 제공한 것 아니냐는 논란이 일었다. 

민주노총에 따르면 현대차 전주공장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현재 파업 중이다. 현대차 전주공장에서 일하며 현대차 제품을 만들지만 이들의 소속은 현대차가 아닌 별개 업체다. 민주노총은 이 중에서 ‘마스터시스템’이라는 업체가 특히 문제라며 노동자에게 돌아가도록 책정된 대금 중 일부를 떼어먹었다며 불합리한 처우를 비판했다. 

분진 사진과 함께 관련 소식은 13일 연합뉴스, 국민일보, 한겨레, 경향신문, YTN, JTBC 등 주요 언론에서 다뤘다. 하지만 정작 해당 지역언론에서는 대다수가 이 소식을 외면했다는 지적이 나왔다. 특히 전북 지역신문에서는 이슈 자체를 다루지 않았다. 

▲ JTV전주방송 12일자 뉴스 화면 갈무리
▲ JTV전주방송 12일자 뉴스 화면 갈무리

전북민주언론시민연합(전북민언련)은 13일 “전국이 주목한 현대차 전주공장 외주업체 사태를 대다수 지역언론이 외면했다”고 지적했다. JTV전주방송, 전주MBC, KBS전주총국 등 해당 지역 방송사에선 분진이 많이 날리는 전주공장 소식을 다뤘지만 해당 지역신문인 전북일보, 전북도민일보 등에서는 이 소식을 다루지 않았다. 

한편 전북민언련은 전주MBC가 노동자·농민들이 전북도청 앞에 요구사항을 내건 현수막에 대해 내용에 초점을 두지 않은 채 ‘불법’이라고 비판한 보도를 문제 삼았다. 

전북민언련은 “현재 전라북도 도청 앞에는 도청 비정규직 노동자 문제를 논의하자는 노조의 비판적 현수막, 농민의 기본권을 보장하기 위한 농민 수당 문제를 놓고 도청과 송하진 지사에 비판적인 농민단체의 현수막이 걸려있다”며 “오랜 시간 동안 위 사안에 대한 협상이 필요함을 강조했으나 1년이 돼가는 시점에서도 여전히 제자리걸음인 상황”이라고 전북도를 비판했다. 

▲ 12일 전주MBC  “정치 구호 담겼다고 묵인되는 불법 현수막” 리포트 화면 갈무리
▲ 12일 전주MBC “정치 구호 담겼다고 묵인되는 불법 현수막” 리포트 화면 갈무리

전주MBC는 지난해부터 불법 현수막 비판보도를 이어왔는데 지난 12일자 리포트 “정치 구호 담겼다고 묵인되는 불법 현수막”에서 “사회적 약자가 절박한 목소리를 낼 수 있는 통로라는 점에서, 시민들의 알 권리를 충족시켜 준다는 점에서 우호적인 시선도 있다”면서도 “이 현수막들, 옥외광고물법에 따르면 집회 상황이 아닐 경우 모두 불법”이라고 비판했다.

전주MBC는 “관리감독 책임을 맡은 자치단체는 법대로 철거 작업에 나서지 않고 있다”며 전주시를 비판하며 “법 테두리를 넘어선 방식의 과잉된 의사 표현까지 묵인되는 상황”이라고 보도했다.

전북민언련은 불법현수막을 지적할 게 아니라 1년간 도지사가 노동자·농민들과 만남을 거부한 것에 주목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전북민언련은 “전주MBC는 현상만을 지적할 것이 아니라 정치적 구호 안에 담긴 여전히 타개되지 못하고 있는 문제에 대한 본질을 짚어냈어야 했다”고 지적했다.

전북민언련 지적에 대해 해당 리포트를 보도한 전주MBC 기자는 16일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노동자·농민들이 단 현수막만 문제 삼은 게 아니라 불법 현수막 전반적인 내용을 다뤘다”며 “매번 상업용 광고에 대해서만 비판하기 보다는 모두가 문제라고 생각하지만 불문율로 여겨졌던 정치 현수막도 비판해보자는 취지로 이를 잘 살릴 수 있는 장소(전북도청 앞)를 찾은 것”이라고 말했다.

전주MBC는 지난 12일 전북도청 앞 도로와 가로수에 걸려있는 정당, 정치인들의 현수막도 문제 삼으며 “정당 활동의 자유를 명시한 법 조항을 언급하며 절대 훼손하지 말 것을 요구한 이 현수막, 선출직 공무원을 뽑는 기간이 아니라면, 역시 철거 대상”이라고 보도했다.

전북민언련 지적 이후 일각에서 지역언론이 반노동적 아니냐는 비판이 있는 것에 대해 전주MBC 기자는 “(전북민언련이) 노동자·농민 부분만 발췌해 지적해서 마치 지역언론이 반노동적 가치를 가지고 있는 것으로 오해의 소지가 있다”며 “(인력 난 등의 이유로) 지역언론에서 기자들이 다양한 아이템을 기업·노동자 등 가릴 것 없이 다룬다”고 반박했다.

※ 2020년 11월16일 오전 11시49분 기사 보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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