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미디어오늘의 박서연 기자님. 머니브레인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종합편성채널 MBN ‘종합뉴스’를 책임지는 김주하 아나운서의 목소리가 들렸다. 그러나 사람이 아닌 AI(인공지능) 앵커의 목소리였다. 13일 오후 서울 역삼동 ‘머니브레인’ 사무실에서 만난 AI아나운서의 목소리는 다소 경직된 느낌이 있었지만, 실제 메인뉴스를 진행하는 모습과 큰 차이는 없었다.

▲미디어오늘은 13일 오후 서울 역삼동에 위치한 AI 전문 업체 머니브레인 사무실에서 김주하 AI 앵커를 만났다. 사진=박서연 기자.
▲미디어오늘은 13일 오후 서울 역삼동에 위치한 AI 전문 업체 머니브레인 사무실에서 김주하 AI 앵커를 만났다. 사진=박서연 기자.

최근 MBN 김주하 앵커와 똑같은 모습의 AI 앵커가 주목을 받았다. 지난 9월 온라인 기사에서 테스트용으로 선보이다 지난 6일 처음으로 MBN 메인뉴스인 ‘종합뉴스’에 등장했다. 김주하 AI 앵커는 “국내 방송사 최초의 AI 앵커…뉴스 스튜디오에 서다” 제목의 리포트에서 “저는 방금 전까지 뉴스를 진행한 인간 앵커 김주하가 아닌, 사이버 공간에만 존재하는 AI 앵커 김주하”라고 소개하며 “오늘은 인간 기자, 민경영 기자와 함께 저에 대한 자세한 이야기를 들려드리겠다”고 말했다.

“AI인줄 모르겠는데? 기술발달 미쳤다” “AI가 이렇게 발달했나. 대단하네.” “대박 진짜 같다” MBN 유튜브 채널에 업로드된 AI 앵커 영상은 이목을 끌었다. 이 가운데는 “와...무섭네요. 편하긴 하겠지만 일자리들이 사라지겠네요” “큰일이네요” 등의 우려 섞인 목소리도 있었다.

‘머니브레인’ 사무실에서 장세영 대표를 만나 김주하 AI 앵커가 어떻게 탄생했는지, AI 앵커에 대한 기대와 우려에는 어떻게 생각하는지 물었다.

▲미디어오늘은 13일 오후 서울 역삼동에 위치한 머니브레인 사무실에서 장세영 대표를 만나 인터뷰했다. 사진=머니브레인 제공.
▲미디어오늘은 13일 오후 서울 역삼동에 위치한 머니브레인 사무실에서 장세영 대표를 만나 인터뷰했다. 사진=머니브레인 제공.

다음은 일문일답.

-김주하 앵커 모습은 똑같은데 제스처나 말투에 어색함이 느껴진다.

“옛날에는 말하는 것만으로도 신기하게 생각했다. 지금은 말뿐만 아니라 표정, 몸짓 등까지 구현해야 한다. 조금 어색한 부분들이 있을 수 있는데 그런 점까지 자연스러울 수 있도록 개발하고 있다. 지금도 발전하고 있다. 그래도 블라인드 테스트를 해보면 현재 단계에서도 자세히 보지 않으면 AI인지 모르겠다는 사람들이 많다.”

-머니브레인은 어떤 회사인가?

“사람이 말하는 음성과 말투, 얼굴 모양까지 똑같이 합성할 수 있는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세계에서 한국 미국 중국 등 3개국만 이 같은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한국의 ‘머니브레인’이 제일 높은 수준의 합성 기술을 보유하고 있고 가장 빠르게 상용화에 성공했다. 미국과 중국에선 데모용으로만 나와 있고, 사업화를 하진 않았다.”

-일본에서 2018년 AI 앵커가 처음 등장해 주목을 받았다. ‘머니브레인’과 일본이 다른 점은?

“머니브레인은 실제 사람 모습을 똑같이 만들어서 영상으로 합성하는 것이고, 일본은 3D 캐릭터로 합성한다는 차이가 있다. 3D 캐릭터는 자세히 보면 티가 난다. 3D 애니메이션 영화와 실사 영화와 같은 차이다.”

-어떻게 만들었는지 궁금하다. 자세히 설명해달라.

“여러 팀이 협업한다. 먼저 촬영팀은 스튜디오에서 인물을 촬영한다. 여러 번 만나서 인물을 촬영해야 몸짓, 말투, 표정 등이 다양하게 기록된다. 그 다음 영상 데이터를 가공하는 절차를 거쳐, 딥러닝에 들어간다. AI가 이해할 수 있는 방식으로 학습을 시켜 말하게 한다. 영상으로 구현하고 말하는 걸 접목하는 것이다. 김주하 앵커의 경우 MBN 스튜디오에서 촬영해 보낸 영상을 토대로 다양한 말을 학습시키는 딥러닝 작업을 했다.”

▲서울 역삼동에 위치한 머니브레인 촬영 스튜디오. 사진=박서연 기자.
▲서울 역삼동에 위치한 머니브레인 촬영 스튜디오. 사진=박서연 기자.

 

▲지난 6일 김주하 AI 앵커가 MBN 종합뉴스 “국내 방송사 최초의 AI 앵커…뉴스 스튜디오에 서다”라는 제목의 리포트에서 자신이 어떻게 만들어졌는지 설명했다. 사진=MBN 종합뉴스 보도화면 갈무리.
▲지난 6일 김주하 AI 앵커가 MBN 종합뉴스 “국내 방송사 최초의 AI 앵커…뉴스 스튜디오에 서다”라는 제목의 리포트에서 자신이 어떻게 만들어졌는지 설명했다. 사진=MBN 종합뉴스 보도화면 갈무리.

- AI 앵커는 어떤 면에서 사람 앵커보다 강점이 있을까?

“뉴스는 실시간성이 중요하다. 속보가 필요한 상황에서 촬영하고 편집까지 할 시간이 없다. AI 앵커는 스크립트를 입력하기만 하면 바로 읽어주기에 빠른 뉴스를 할 수 있다. 요즘 사람들은 유튜브 등 영상을 많이 보는데 뭐든 빨리 제공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 새벽에 갑자기 산불이 나면 AI 앵커가 재난방송을 진행할 수 있나?

“그렇다. 김주하 앵커는 AI가 스크립트를 읽을 수 있도록 원고를 입력하기만 하면 된다. 실제로 현재 공영방송 가운데 한 곳과 재난방송 AI 앵커 도입에 대해 논의하고 있다.”

▲지난 6일자 MBN 종합뉴스 “국내 방송사 최초의 AI 앵커…뉴스 스튜디오에 서다” 리포트화면 갈무리.
▲지난 6일자 MBN 종합뉴스 “국내 방송사 최초의 AI 앵커…뉴스 스튜디오에 서다” 리포트화면 갈무리.

- MBN과 제휴를 하게 된 이유는?

“방송사 중에서 처음으로 기사화해준 곳이 MBN이었다. 이후 계속해서 접촉하게 됐고, MBN과 협업하게 됐다. MBN AI 앵커를 선보인 이후 다른 종합편성채널, 통신사 등에서 문의가 왔다. 아직 논의 단계다.”

- 아나운서들은 이 영상을 보고 이제 아나운서를 기계가 대체하는 것 아니냐고 우려한다.

“반대로 생각할 수도 있다. 저희가 촬영한 아나운서들이 몇 명 있다. 유명한 아나운서 같은 경우엔 AI를 사용한 대가를 별도로 드린다. 김현욱 아나운서가 현재 LG헬로비전에 AI를 제공하면서 수익을 배분받고 있다. 유명 아나운서는 AI 영상을 제공해 앉아서 돈 벌 방법이 생긴다고 볼 수 있다.”

-효율적이긴 하지만, 일자리를 잃게 되는 것 아닌가.

“오히려 AI 관련 일자리가 창출되는 면도 있다. 세상이 변하면서 판이 바뀌는 거라고 생각한다. 한국의 머니브레인이 AI 앵커를 개발하지 않으면 미국과 중국이 하는 걸 손 놓고 봐야 한다.”

-AI 앵커의 단점은?

“인간 앵커는 세월호 소식을 전하다 눈물을 흘리기도 한다. 진짜 사람 앵커는 감정이 있다. AI 앵커는 아직 감정을 표현하지는 못한다. 정확한 톤으로 사실적인 내용을 전달하는 것에 최적화됐기 때문에 감정을 표현하는 건 약할 수 있다.”

-‘머니브레인’ 대표가 되기 전 3개 회사를 운영한 경험이 있다.

“대학교 1학년 때부터 벤처 동아리를 했다. 1998년에 대학에 입학했는데 한창 벤처 붐, 인터넷 사업 붐이 일어나던 시기였다. 처음 설립한 회사는 ‘페이지온’이다. 2005년 대학교 졸업 직전에 친구들과 창업했다. 동아리 경험이 있어서 빨리 성공할 줄 알았는데 초기 3년 동안 힘들었다. 그때부터 ‘인공지능이 사람 일을 대신해주면 어떨까?’라는 생각으로 인공지능 분야를 연구했고, 상장사에서 인수했다. 2010년 ‘마하소프트’라는 두 번째 회사를 창업했다. 모바일 뱅킹을 편리하게 하는 기술을 개발했는데, 현재 은행권에서 당시 개발한 기술을 많이 사용하고 있다.”

-실패 경험은 없나?

“세 번째 회사는 잘 안 됐다. 금방 접었다. e커머스(인터넷으로 상품을 사고 파는 행위) 관련 회사였다. 처음 스타트업 하는 친구들에게도 해주고 싶은 말이다. 처음에 너무 무리하다 보면 빚까지 지게 되는데 판단을 잘 해야 한다. 접을 때 잘 접는 것도 능력이다. 주식 투자와 같다. 익절 또는 손절을 잘 해야 한다. 회사를 운영하는 사람이라면 본인도 피해 입고 다른 사람도 피해를 입을 수 있기 때문이다.”

-‘머니브레인’의 비즈니스 모델은?

“AI 기술을 여러 분야에 활용하고 있다. 코로나19 시대가 도래하면서 온라인 교육, 키오스크, 모바일 플랫폼 등 다양한 분야에 폭넓게 적용되고 있다. 특히 맥도날드 등 가게에 있는 무인주문 기계 키오스크는 노인들이 잘 사용하지 못하는데, 음성으로 주문을 받아 줄 수 있는 기술을 개발해 공급하고 있다.”

▲김주하 AI 앵커가 지난달 8일 정오 주요뉴스를 전하고 있다. 사진=MBN 뉴스 유튜브 채널 보도화면 갈무리.
▲김주하 AI 앵커가 지난달 8일 정오 주요뉴스를 전하고 있다. 사진=MBN 뉴스 유튜브 채널 보도화면 갈무리.

-외부 기관에서 투자는 얼마나 받았나?

“누적 투자 금액은 90억원이다. 2017년에 20억원을 받았고, 2년 동안 프로젝트를 준비해서 2019년에 70억원을 받았다. 주 투자 기관은 포스코기술투자라는 곳이다. 또 KB인베스트먼트, LNS벤처캐피탈, 동훈인베스트먼트(주) 등에서도 받았다. 해외 투자 기관으로는 글로벌 투자회사 IDG캐피탈이 있다.”

-한국 AI 산업의 현주소에 대해 사람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은?

“미국이나 중국은 AI 산업을 키우기 위해 지원을 많이 한다. 출중한 연구 인력과 자금, 데이터 등이 많다. 한국은 정부나 기관에서 AI 분야 활성화를 도우면서 이 정도로 성장했는데, 아직 부족한 게 사실이다. 중국과 미국은 자금 투자를 많이 해 실제로 인력들에 보상이 잘된다. 한국은 아직 적절한 보상이 부족하고 일당백으로 일하고 있는 현실이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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