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열제 과다복용으로 인한 약물중독인가? 단순 급성췌장염인가?"

지난 8일 스포츠투데이 1면 머릿기사 제목이다. 같은 날 모든 스포츠지들은 일제히 탤런트 이모씨의 음독설에 의문을 제기하는 기사를 1면에 올렸다. 탤런트 이모씨가 지난 7일 오전 서울 모 병원에 입원한 사유에 대해 해열제를 다량복용해 음독자살을 기도했을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 요지.

그러나 본인은 음독설을 부인했고, 음독설을 입증할 만한 뚜렷한 이유도 밝혀지지 않은 채 이 기사는 2∼3일만에 흐지부지됐다. 최근 스포츠지의 보도양태 중 한 단면이다. 이를 두고 언론계 일각에서는 스포츠지 보도의 정체성이 뭐냐는 지적을 제기되고 있다. 스포츠지인지 연예지인지 도무지 분간이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스포츠지들은 모두 ´스포츠××´ ´××스포츠´란 제호를 사용해 언뜻 스포츠에 대한 상세한 소식을 전해주는 매체로 보인다. 그러나 기사량과 비중을 보면 스포츠 이외의 분야, 특히 연예분야 기사 등이 거의 절반을 넘고 있다. 특히 연예인들의 사생활에 대한 보도는 거의 매일 1면을 장식한다. 연예인들이 병에 걸리거나 다치면 엄청난 뉴스가치가 부여된다.

한 스포츠지 기자는 "우리 스스로도 이에 대한 자성의 목소리가 없는 것은 아니다"며 "하지만 이미 독자들은 스포츠 관련기사 외에 연예인이나 야한 사진이 실린 기사도 있어야 가판대에서 그 신문을 고르는 게 현실"이라고 토로했다.

정기간행물등록증에 명시된 스포츠지들의 발행목적에는 어떤 소재를 다루는 것이 스포츠지의 주 임무인지가 드러난다. 지난 69년 9월 등록한 일간스포츠는 "체육, 체육문화, 레크레이션 등에 관한 사항을 보도, 평론함으로써 건전한 체육육성을 도모"라고 발행목적을 명시하고 있다.

스포츠서울도 지난 85년 2월에 등록해 "정부체육시책 홍보, 국내외 스포츠에 관한 뉴스, 논평 및 건전한 문화와 사회기풍 진작에 관련된 과학, 건강, 교양, 오락, 연예 등의 내용을 게재하여 스포츠 발전과 사회계도에 기여"하는 것을 발행목적으로 삼고 있다. 한마디로 스포츠뉴스 위주로 기사를 생산해 스포츠발전과 사회계도에 기여하는 것이 목적이라는 것.

스포츠지들이 더 이상 연예인의 사생활이나 쫓지 않고 발행목적에서 내세우는 것처럼 ´건전한 체육육성´과 ´사회계도에 기여´하는 보도를 언제쯤이면 할 수 있을지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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