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일 서울신문 1면에는 검은색 띠지가 둘러 있다. 1면 전체를 부고로 채운 ‘아무도 쓰지 않은 부고’ 기획은 서울신문 탐사기획부(부장 안동환, 기자 박재홍, 송수연, 고혜지, 이태권)가 올 1월부터 6월까지의 산업재해 1101건 가운데 148건의 야간노동에서 일어난 죽음에 대한 ‘부고 기사’다. 지면 기사와 함께 서울신문 웹제작부는 인터랙티브 기사 ‘달빛노동 리포트’를 통해 새로운 방식으로 야간 노동자들의 사망 기록을 살펴볼 수 있도록 했다. 미디어오늘은 13일 안동환 서울신문 탐사기획부장을 인터뷰했다. 다음은 안 부장과의 1문1답이다.

-‘아무도 쓰지 않은 부고’ 기획을 하게 된 계기는.

“지난 8월 탐사기획부의 아이템 회의를 하는 중, 막내 기자인 이태권 기자가 3월에 택배 기사 한분이 돌아가신 사건을 언급했다. 물품을 배송 중 빌라에서 갑자기 쓰러져 돌아가신 사례였다. 특히 최근 코로나19 때문에 배송 물품이 늘어나고, 야간 배송도 함께 늘어났다는 것에 주목하게 됐다. 이태권 기자와 박재홍 기자가 본격적으로 기획안을 작성하고 취재에 들어간 것은 9월부터다. 기획안을 쓸 때도 물류 작업이나 택배 기사들의 사망 사건이 일어났다. 기획 기사에 대한 방향성을 확신하게 됐다.”

▲서울신문 탐사기획부. 왼쪽부터 안동환 부장, 고혜지 기자, 이태권 기자, 송수연 기자, 박재홍 기자.
▲서울신문 탐사기획부. 왼쪽부터 안동환 부장, 고혜지 기자, 이태권 기자, 송수연 기자, 박재홍 기자.

-어떤 취재 과정을 거쳤나.

“우선 근로복지공단과 산업안전보건공단에서 올 1월부터 6월까지 사망자와 재조사 의견서 등을 입수했다. 강은미 정의당 의원의 도움을 받아 해당 문건들을 입수했고 총 1101명의 산업재해 사망자들의 데이터를 정리했다. 주간 노동 사망의 경우, 산업 재해를 다루는 기사에서 다뤄져 왔고, 지난 2019년 11월 경향신문에서도 기획 기사로 다룬 적 있었다. 그러나 야간 노동 죽음의 경우 정부 통계에서도 찾아보기 어려웠다. ‘통계의 사각 지대’였다. 기자들이 조사를 하면서 엑셀로 시간대별 죽음을 하나하나 입력했으며, 통계에도 없는 야간 노동 죽음에 집중하게 됐다.”

-주간 노동에서의 사망과 야간 노동에서의 사망 모두 비극적이지만, 야간 노동 사망 사례에서 보이는 특수성이 있었나.

“한국의 경우 밤에도 경제 활동이 활발하다. 야간 노동에 관대한 분위기가 있다. 야근하는 것도 대수롭지 않게 여기고 야간 노동을 하더라도 적확한 안내를 받지 못하는 경우도 많다. 특히 코로나19 상황에서 야간 택배 등 서비스 편익은 늘었지만 노동 환경은 열악해졌다. 야간 노동이 코로나 상황을 반영한 취약 계층을 모습을 보여주는 사례라고 생각했다.”

-기사를 통해 또 보여주고 싶었던 것은.

“해당 부고 기사를 보면, 직업군이 다양하다. 택시기사, 편의점 직원, 주유소 직원, 아파트 경비원 등 다양하다. 신문 지면에는 제약이 있어 모두 다루지 못했지만 서울신문 인터랙티브 사이트에서 더 많은 부고를 확인할 수 있다. 어떤 특별한 사람들만 밤에 일하다가 죽는 게 아니라 우리가 매일 만나는 사람들, 우리 자신도 산재 노동자가 될 수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었다.”

▲12일 서울신문 1면.
▲12일 서울신문 1면.

-이번 기사로 야간 노동의 심각성이 부각됐는데 어떤 해결책이 나와야 한다고 생각하나.

“현재 야간 노동은 주간 노동보다 1.5배의 추가임금을 지급하긴 하지만 저임금에서 출발하기 때문에 사실은 저렴한 비용으로 야간에 일을 시킬 수 있는 상황이다. 외국의 경우 야간 노동을 제한하는 규제가 많은데 한국은 1.5배만 지급하면 임산부와 18세 미만 청소년을 빼고 밤에도 일을 시킬 수 있다.

야간 노동에 더 많은 비용을 지불하게 하거나 엄격하게 제한해야 한다. 야간 노동 임금만 높일 게 아니라, 야간 노동을 할 때 시야가 좁아지거나 ‘나 홀로 노동’이 많은데 안전한 노동환경을 위한 인프라 투자에서 사업주가 비용을 내야 한다. 특히 2인 1조로 일해야 하는 곳에 나 홀로 노동을 하다가 사고가 날 경우, 2인이었다면 조금 더 빨리 해결할 수 있는 문제를 혼자서 해결하지 못해 사망하는 경우도 있다. 적정 인원이 함께 안전하게 노동할 수 있는 환경이 갖춰진 사업장에 대해서만 야간노동을 제한적으로 허용해야 한다”

-앞으로의 계획은.

“해당 기획은 총 5회로 연재한다. 한국은 야간 노동이 효율적이라는 인식이 강하다. 예를 들어 택배의 경우에도 밤에 배송하면 교통 정체가 없다는 편이성과 소비자에게 일찍 배달할 수 있다는 편이성을 강조한다. 그러나 편익에 가려진 고달픈 노동의 모습들은 심각하고 안타깝다. 남은 연재 동안 이런 부분을 조명할 것이다.

근본적으로 우리 사회가 야간노동은 규제 대상이라는 것에 협의가 돼야 한다. 소비자들도 곧 노동자이고, 이렇게 되면 노동자가 노동자를 벼랑에 내미는 구조가 된다. 기업들 역시 4차 산업 등 야간 노동을 달콤하게 홍보할 것이 아니며 정부 역시 제도 강화를 논의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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