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와 헤럴드POP가 조덕제씨 성범죄 사건에서 가해자에게 유리하고 피해자에게 불리한 기사를 유죄 판결 확정 이후에도 지속적으로 보도한 것을 인정하고 관련 기사 93건을 삭제했다. 

헤럴드경제와 헤럴드POP는 11일 정정보도문을 내고 “당사는 인터넷으로 2018년 9월27일 보도한 ‘배우 조덕제 통한의 심경...“스텝들 대부분 내가 희생물이었다고 생각”’을 포함하여 ‘배우 조덕제의 ‘무죄주장’이 공감되는 3가지 이유(2018.12.06)’, ‘조덕제 “유죄 판결, 목에 칼이 들어와도 인정 못해”’, ‘[인터뷰]배우 조덕제 “난 성추행한 적 없어…2심 재판, 편파적이고 불공정했다”(2018.12.26.)’ 등 해당 성범죄 관련 기사에서 해당 형사사건의 피고인인 조덕제에게 대법원 유죄 판결이 확정된 이후에도 조덕제에게 일방적인 입장에서 작성된 편향 보도가 있었던 점을 인정한다”고 밝혔다.

헤럴드경제와 헤럴드POP는 “해당 형사사건의 피해자인 반민정씨와의 법원 조정을 통해 90여 개의 관련 기사를 전부 삭제 조치했다”고 밝혔다. 이어 “당사는 이번 보도 건을 언론사의 사회적 책임을 다시 한 번 성찰하는 계기로 삼고자 하며, 향후 보다 성숙한 보도가 이루어지도록 노력할 것을 약속드린다”고 밝혔다. 반씨에 대한 명시적인 사과 문구는 없었다. 

▲11일자 헤럴드경제 정정보도문.
▲11일자 헤럴드경제 정정보도문.

앞서 배우 조덕제(본명 조득제)씨는 2015년 영화촬영 도중 배우 반민정씨를 강제 추행했고, 이후 반씨에 대한 무고 혐의까지 더해져 서울고등법원으로부터 징역 1년 집행유예 2년, 40시간 성폭력치료프로그램 이수를 선고받았으며 2018년 9월 대법원에서 판결이 확정됐다. 촬영 도중 배우의 성적 자기 결정권이 인정된 국내 최초 판례였다. 사건 이후 유죄 확정까지 1246일이 걸렸다. 

이후 의정부지방검찰청은 조씨가 대법원 판결 뒤에도 자신의 인터넷 카페와 유튜브, 페이스북 등에서 반민정씨에게 부정적인 허위사실을 올리며 지속적으로 반씨를 모욕하고 명예를 훼손했다고 판단해 지난해 7월 반씨에 대한 허위사실유포에 따른 정보통신망이용촉진및정보보호등에관한법률위반(명예훼손), 모욕, 성폭력범죄의처벌등에관한특례법위반(비밀준수등) 혐의로 조씨를 기소해 현재까지 재판이 진행 중이다. 헤럴드경제를 비롯한 다수 언론매체는 조씨의 2차 가해 ‘공범’ 역할을 했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헤럴드경제의 이번 정정보도문은 소송 끝에 나온 것으로, 언론인권센터 언론피해구조본부가 반씨의 법률대응을 맡았다. 헤럴드경제측은 대법원 판결 이후에도 가해자 입장을 반영한 기사를 지속적으로 출고한 대표적인 언론사였으며, 처음엔 사과문을 내겠다고 했다가 양측이 결국 정정보도문으로 조정에 합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배우 반민정씨.
▲배우 반민정씨.

윤여진 언론인권센터 상임이사는 “합의 과정이 순탄치는 않았다. 소송을 이어갈 수 있었지만, 반민정씨가 하루빨리 본인의 명예를 되찾고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는 방법을 택한 것”이라고 전했다. 이어 “헤럴드경제 뿐만 아니라 많은 언론이 피해자 고통은 아랑곳하지 않고 반복적으로 이 사건을 보도하며 클릭 수 장사에 나섰다”고 꼬집으며 “피해자들은 언론사가 자신들 보도의 문제를 인정하길 원하지만 언론은 재판이나 가야 겨우 입장을 낸다”고 비판했다.

윤여진 상임이사는 헤럴드경제의 정정보도문과 관련, “성범죄 확정판결 이후에도 언론이 피해자의 인격권을 무시하고 상업적으로 피해자를 이용한 사례로, 90여 건의 기사 삭제는 그 자체로 업계에 경종을 울리는 상징적인 사건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반민정씨 측은 2차 피해에 해당하는 유튜브 콘텐츠와 인터넷 게시글 등의 노출을 금지하는 ‘명예훼손 등 금지 가처분 신청’을 제기했으며 법원은 지난 2월 이를 받아들여 게시 금지를 명령했다. 반씨 측에 따르면 조씨는 대법원 판결 이후인 2018년 9월28일부터 2019년 2월8일까지 유튜브 채널 등에서 104건의 문제적 게시글을 작성했다. 조씨의 2차 가해 관련 형사 재판은 오는 12월1일 의정부지법에서 열리며 이날 검찰 구형이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

반민정씨는 이 사건 이후 여전히 배우로서의 활동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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