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의 청소노동자이자 KBS비즈니스지회 부지회장인 박유선씨는 지난 10월6일 삭발했다. 현행법상 55세 미만은 2년 이상 일하면 정규직으로 전환해야 하는데, KBS비즈니스는 청소노동자를 55세 이상만 뽑아서 1년 단위로 계약을 체결해왔기 때문이다. 30년간 1년 계약만 해왔다. 

KBS 청소노동자들의 이야기는 화제가 됐다. 여러 매체에서 그들이 삭발하는 이유를 다뤘고 지난 10월15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KBS 국정감사에서도 김상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KBS비즈니스가 청소노동자 정규직 전환을 피하려고 ‘꼼수 채용’을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양승동 KBS 사장은 “KBS가 타사와 비교하면 (청소노동자) 대우가 좋다는 보고를 받은 적 있다”며 “현재 자회사와 노조가 논의하고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살펴볼 것”이라고 말했다.

삭발하고, 국정감사에서 지적이 나온 후 근 한 달이 지났다. KBS 청소노동자들은 파업을 예고했지만 아직 실행하지 않아서 KBS 내부는 이전과 같이 깨끗했다. 10일 오전 KBS 신관에서 만난 박유선 KBS 비즈니스지회 부지회장은 두 번째 기자회견을 준비하고 있었다. 이들이 문제를 제기하고 바뀐 것은 무엇일까.  

▲10일 KBS 신관 로비에서 박유선 KBS비즈니스지회 부지부장을 만났다. 사진=정민경 기자.
▲10일 KBS 신관 로비에서 박유선 KBS비즈니스지회 부지부장을 만났다. 사진=정민경 기자.

“11일 또 다시 KBS 앞에서 기자회견을 준비 중이다. 요구 사항은 같다. 1년 계약서를 폐지 시켜달라는 것과 병가를 갈 수 있도록 해달라는 것이다. 산재 시 대체인력도 요구할 것이다. 노동조합을 하고 있지만 사무실이 없으므로 노동조합 사무실 보충에 대한 이야기도 할 예정이다.”

청소노동자 중 정규직은 없고, 아파도 연차를 모두 소진해야 병가를 쓸 수 있다. 타 자회사 정규직은 병가를 사용할 수 있고 식대(정규직 월 10만원, 비정규직 월 8만원)나 명절상여금(정규직 1년에 2번 160만원, 비정규직 20만원)에서도 차이가 난다. 같은 KBS비즈니스 소속이지만 시설, 통신, 전기, 업무를 담당하는 직원은 정규직으로 전환된 사례가 있다. 그럼에도 KBS 사측은 ‘살펴보겠다’는 말만 할 뿐이다.

“양승동 사장은 국감에서도 ‘우리 회사가 다른 회사보다 처우가 좋다’고 하지만 KBS의 다른 자회사가 아니라 타 회사의 용역시설과 비교를 한다. KBS비즈니스 역시 KBS의 자회사인데 그렇다면 KBS의 자회사 처우와 같아야 한다. ‘청소노동자라면 이 정도로 감사해’라는 것인가.”

▲박유선 KBS비즈니스지회 부지부장이
▲박유선 KBS비즈니스지회 부지부장이 11일 기자회견에서 사용할 피켓을 들고 서있다. 사진=정민경 기자. 

여러 차례 문제를 제기해왔지만 가장 효과 있었던 수단은 KBS라디오 ‘김경래의 최강시사’에 출연했던 일이다.  
“여러 매체에서 기사가 나오고, 국감까지 갔지만 큰 변화는 없었다. 사측은 ‘정규직화’가 아닌 ‘3년 계약’을 들고나왔다. 우리는 계약직이 아니라 정규직을 원한다. 30년을 일해도 최저임금을 받는 게 1년 계약직의 현실이다. 그나마 변화가 있었던 것은 ‘김경래의 최강시사’에서 인터뷰를 한 후 출근 시간이 정확해진 성과는 있었다.”

KBS 청소노동자들의 정식 출근 시간은 오전 7시고 퇴근은 4시다. 그러나 ‘김경래의 최강시사’(11월4일 방송) 전까지 이들은 오전 4~5시에 출근했다. ‘관행적’으로 4~5시에 출근해 미리 일한 것이다. 이유는 “직원들이 출근하기 전 일을 해야 한다”는 조장의 주장이었다. 새벽 출근에 추가 노동 시간도 있었지만 수당 등은 없었다.  

“올 초에 정식 출근 시간인 7시에 출근을 하자는 말이 나왔지만, 다시 4~5시 출근으로 돌아왔다. 관리자 격인 ‘조장’들이 이런 분위기를 만들었다. 그러나 방송에 출연한 후 사측에서 ‘7시 출근’을 정확히 정해줬다. 그때야 출근시간인 7시에 출근할 수 있었다. 지하철을 타고 출근한다는 게 너무 좋다. 전에는 새벽 3시, 4시에 버스를 타고 출근했으니까. 그동안 사측은 청소노동자들이 4~5시에 출근하는 것을 알았지만 방치한 셈이었다. 우리가 말할 때는 아무런 변화가 없다가, KBS 라디오에서 이런 이야기를 하자 바뀌는 것이다.”

이들은 올 연말 또다시 ‘1년 계약’에 사인을 해야 할지도 모른다. 이런 상황에서 KBS비즈니스지회 청소노동자들은 파업을 예고하고 있다. 
“벌써 일부 관리자들이 비조합원 노동자에게 ‘파업을 해도 일을 해달라’는 식으로 분위기를 조성하고 있는 것이 보인다. 우리 역시 파업하기 전 일이 잘 해결됐으면 한다. 이곳에서 일한 지 8년 차지만 임금은 항상 최저임금이다. 매년 신입생이 되는 것이다. 우리가 일하기에 이곳 KBS가 이렇게나 깔끔한 것 아니겠느냐. 그렇다면 다른 직종과 차별해선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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