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과 언론개혁시민연대는 9일 언론 보도 민사소송에 징벌적 손해배상제를 도입하는 상법 개정안에 대해 “언론·출판에 관한 행위 등 표현의 자유는 그 특수성을 고려해 상법의 징벌배상 대상에서 제외하고 언론 관계법에서 정하는 것이 타당하다”는 의견서를 법무부에 제출했다고 밝혔다. 

앞서 법무부는 지난 9월23일 상법 개정안을 내놓았다. 19개 법률에 흩어져 있던 징벌적 손해배상제를 아예 상법으로 규정해 일반 분야로 확대·도입한다는 취지를 담고 있으며, 이에 따르면 상법상 회사인 언론사도 징벌적 손해배상 적용 대상이 된다. 오보에 대한 고의·중과실이 인정되는 경우 보도에 따른 실제 손해의 다섯 배 범위에서 언론사가 배상 책임을 져야 한다. 

두 단체는 이날 보도자료를 내고 법무부가 “가짜뉴스와 허위정보에 대한 억지력 확보”를 개정 이유로 내세운 대목을 지적한 뒤 “징벌적 손해배상제가 과연 가짜뉴스의 폐단에 대응하는 타당한 방법인지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 가짜뉴스에 대한 객관적인 정의와 기준이 부재한 상황에서 사법부 성향에 따라 자의적 판단이 내려질 수 있다”고 밝혔다. 

▲ 게티이미지.
▲ 게티이미지.

이들은 “언론·출판을 포함한 표현의 자유는 민주주의를 실현하는 강한 공적 기능을 수행하므로 적극적으로 보호해야 한다”며 “이를 일반 상행위와 구분하지 않고, 언론 관계법이 아닌 상법을 통해 포괄적인 입법을 시도하는 것은 언론·출판의 자유의 특수성을 고려하지 않은 입법형식”이라고 주장했다.

두 단체는 언론 보도에 대한 징벌적 손해배상 도입이 “국가기관이나 고위 공직자, 재벌·대기업 등 권력자가 언론의 의혹 제기와 비판 보도를 봉쇄하는 수단으로 악용할 가능성”이 있어 “청구 대상 및 적용 범위의 제한” 등 방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밝혔다. 또한 “공적 존재에 관련한 보도에 대해서는 심사기준에 차등을 둬 미국의 ‘현실적 악의 이론’ 수준으로 징벌적 배상의 구성요건을 엄격히 설정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에 경실련과 언론연대는 “상법에서 언론 보도 등에 대한 징벌적 손배제 적용을 제한하고 언론 관계법에서 적용의 범위와 요건을 정하는 것이 타당하다”는 의견을 냈다. 두 단체는 “공적 사안에 대한 언론 보도를 위축시키지 않도록 주의하는 가운데 언론으로부터 피해 입은 일반인과 사회적 약자의 구제를 강화하는 방향으로 위자료를 현실화하고, 가중금액(징벌적 배상)의 설정 방안을 마련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입법 방향을 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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