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상무 전 KBS 앵커가 퇴사 의사를 밝혔다. 황 전 앵커는 9일 KBS 사내게시판에 “KBS를 떠나겠다”며 “KBS는 역사의 저주, 보복의 악순환을 끊어야 한다”고 밝혔다.

황 전 앵커는 1991년 입사한 후 박근혜 정부 시절인 2015년 KBS 메인뉴스 ‘뉴스9’ 앵커를 맡았다. 현재 황 전 앵커는 앵커직에서 물러난 뒤 라디오 편집 업무를 맡고 있다.

황 전 앵커는 퇴사 의사를 밝히면서 “시대 상황이 변했고 더 이상 제가 머물 공간이 없다”며 ‘우리 사회는 지금 매일 욕지거리와 쌍소리 악다구니로 해가 뜨고 지는 세상이 됐다’는 김훈 작가의 말을 인용해 “그 한 가운데 KBS가 있다”고 썼다. 이어 “KBS는 이런 극단의 적대정치에 편승해서는 안된다”며 “KBS가 우리 역사의 저주, 보복의 악순환을 끊어야 한다”고 했다.

황 전 앵커는 “지난 2년 여 벼랑 끝에 매달린 채 백척간두의 삶을 살았다. 이제는 손을 놓으려 한다”며 퇴사 의사를 밝혔다.

▲ 2016년 10월 KBS ‘뉴스9’를 진행하고 있는 황상무 당시 앵커.
▲ 2016년 10월 KBS ‘뉴스9’를 진행하고 있는 황상무 당시 앵커.

황 전 앵커가 뉴스9을 진행하던 2018년 2월, 전국언론노동조합 KBS 본부 소속 22기(1996년 입사), 27기(2001년 입사) 기자들이 황상무 당시 앵커의 퇴진을 공개적으로 요구했다. 고대영 전 KBS 사장이 2018년 1월23일 해임된 후 전국언론노동조합 KBS본부의 파업은 끝났으나 보도와 제작 책임자들은 바뀌지 않아 기자들이 황 당시 앵커의 퇴진을 요구한 것. 

당시 기자들은 “백남기 농민이 경찰의 살수차에 맞아 희생됐을 때 경찰의 부검 시도를 옹호하며 공방으로 치부하고 정치 쟁점으로 호도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목소리가 높아졌을 시 야당 의원이 여당 의원 번호를 인터넷에 유출했다고 왜곡 보도했다”고 황 전 앵커를 비판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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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황 전 앵커는 올 7월 전직 채널A 기자와 한동훈 검사장이 연루된 ‘검언유착’ 의혹을 단정적으로 보도했다가 리포트를 삭제한 이른바 ‘KBS 검언유착 보도 사건’과 관련해, 소수노조인 KBS노동조합과 보수성향 KBS공영노동조합이 참여한 ‘공영방송 KBS 검언유착 의혹사건 진상조사 위원회’에 진상조사위원으로 참여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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