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당선자는 7일(현지시각) 15여분 동안 열린 당선자 연설에서 ‘치유’와 ‘통합’을 가장 많이 거론했다. 힘이 아니라 모범의 힘으로 세계를 이끌 것이라고도 밝혔다. 지난 4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분열 정책과는 다른 모습을 보여준다는 뜻이다.

바이든 당선자는 지난 3일 미국 대선이 시작된지 4일 만에 당선이 확정됐다. 현지시각 8일 오전 6시 기준, 폭스뉴스는 바이든이 전체 선거인단 538명 중 290명을 확보했고 트럼프는 214명을 확보했다고 밝혔다. 바이든은 1월20일 차기 대통령으로 취임한다.

선거가 ‘트럼프 대 반트럼프’ 구도로 치러진 점에서 미국 시민들이 분열보다 포용의 리더십을 선택했단 분석이 나왔다. 한겨레는 “온건 성향의 바이든은, 분열적 언행을 쏟아내고 국제사회에서 미국의 위상을 떨어뜨린 트럼프를 꺾는 대항마로 적임자였다”며 “트럼프가 이번 대선에서 바이든과 민주당에 사회주의 색깔을 입히려 지속적으로 애썼지만 큰 효과를 보지 못한 것도, 상대방이 온건 성향의 바이든이었기 때문이었다”고 지적했다.

▲9개 전국단위 아침 종합일간지 9일자 1면.
▲9개 전국단위 아침 종합일간지 9일자 1면.

 

코로나19 감염세도 변수였다. 트럼프 대통령이 바이러스의 위험성을 부인하거나 팬데믹 심각성을 외면하면서 피해가 확산일로에 놓였단 여론이 팽배하다. 한겨레는 “바이든은 선거의 처음부터 끝까지 트럼프의 코로나19 대응 실패를 핵심 메시지로 파고들며 자신을 ‘믿음직한 코로나19 사령탑’으로 부각했다”며 “보건 전문가를 존중하겠다고 강조했고, ‘집콕’이라는 비난을 들으면서도 철저히 방역 지침을 준수하는 선거운동을 벌였다”고 전했다.

흑인·히스패닉·아시아계·남미 이주민도 “Bye 트럼프”

바이든은 당선과 함께 코로나19 대응팀 구성에 돌입했다. 현지 언론 악시오스, CNN 등은 7일 “바이든이 9일 12명으로 구성된 코로나19 태스크포스를 발표한다”고 보도했다. 비벡 머시 전 공중보건서비스단(PHSCC) 단장, 마셀라 누네즈 스미스 예일대 교수, 데이비드 케슬러 전 식품의약국(FDA) 국장 등 3명이 공동의장이다.

▲9일 서울신문 3면
▲9일 서울신문 3면
▲9일 서울신문 8면
▲9일 서울신문 8면

 

경제 회복을 위한 각종 대책 발표도 이어질 전망이다. 바이든 당선인은 5차 경기부양책으로 2조 2000억 달러를 투입하겠다고 공약했다. 트럼프 대통령보다 4000억 달러 많은 규모다. 서울신문은 “미국 경기 개선 흐름은 우리 수출에 긍정 요인이라는 견해가 대체적”이라며 무역 수지와 관련 현대경제연구원이 “바이든 당선 시 한국 총수출은 연평균 0.6∼2.2% 포인트, 경제성장률은 0.1∼0.4% 포인트 높아질 것으로 전망했다”고 전했다.

‘그린 뉴딜’로 상징되는 친환경 정책, 다자 공조를 통한 중국 견제도 대표 정책 기조다. 현지 언론은 바이든 당선인이 내년 1월 취임 직후 트럼프 대통령이 탈퇴한 파리기후협약과 세계보건기구(WHO)에 재가입한다는 내용을 담은 행정명령에 서명할 계획이라고 보도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2018년 일방으로 파기했던 이란핵협정(JCPOA·포괄적공동행동계획)도 복원될 가능성이 높다.

이주민들의 환영 목소리도 높다. 서울신문은 “트럼프 대통령이 썼던 반이민 정책 해소는 남미뿐 아니라 세계 곳곳의 유학생들도 기대하는 부분”이라며 “7일 멕시코 국경 마타모로스의 이민자 캠프엔 ‘바이(Bye) 트럼프’라고 써진 은색 풍선이 떠올랐다”고 전했다.

▲9일 동아일보 4면
▲9일 동아일보 4면

 

7일 밤 미국 전역에선 정권 교체를 희망했던 시민들의 축하 행사가 열렸다. 시민 수천명이 운집한 워싱턴 백악관 근처 ‘BLM(Black Lives Matter) 광장’에는 “트럼프 넌 해고야”라는 문구를 백악관 앞 울타리 위에 걸어놓는 진풍경도 벌어졌다. 이 문구는 트럼프 대통령이 방송사 NBC의 프로그램을 진행할 때 써 유명해진 말이다.

46번째인데 ‘최초 직업인’ 영부인이라니

부통령과 영부인을 향한 보도도 이어졌다. 카멀라 해리스 미국 부통령 당선인은 미국 역사상 최초의 여성이자 흑인인 부통령이다. 인도인 어머니를 둔 아시아계 출신이기도 하다. 영부인 질 바이든은 이전 영부인들과 다르게 본업을 유지하는 사상 최초 ‘직장인 영부인’이라고 조명됐다.

해리스 당선인은 7일 당선 연설에서 “저는 미국 최초의 여성 부통령이지만, 제가 마지막이 되진 않을 겁니다”라고 말했다. 이는 해리스 당선인의 어머니가 그에게 강조한 말이다.

▲9일 경향 4면
▲9일 경향 4면
▲9일 세계일보 2면
▲9일 세계일보 2면

 

질 바이든은 델라웨어대학교에서 영어학을 공부한 뒤 고등학교 교사가 된 후 30여년간 교육자로 일했다. 일을 하며 교육학 석박사 영문학 석사 등 학위 3개를 땄고, 이후 노던 버지니아 커뮤니티칼리지에서 강사로 일했다. 질은 “내 정체성은 교사이며 남편의 삶과 내 삶은 별개”라고 밝힌 바 있다.

상·하원 의원 선거 결과는 바이든 당선인에 유리하지만은 않아 보인다. 8일 기준 상원 100석 중 공화당과 민주당이 각 48석씩 동석을 차지했으나 노스캐롤라이나와 알래스카에서 공화당이 2석을 추가할 전망이다. 조지아주 경우 승자가 과반을 차지하지 못해 내년 1월 결선 투표를 치른다.

민주당은 하원에서 다수당이 될 가능성이 크지만 ‘여대야소’였던 2008년 오바마 정권, 2016년 트럼프 정권 때와 다르다. 8일 기준 민주당은 215석, 공화당은 196석을 차지했다. 트럼프 대통령 집권한 현재 의석은 232석이다.

▲9일 조선일보 3면
▲9일 조선일보 3면
▲9일 국민일보 2면
▲9일 국민일보 2면

 

조선일보는 “그만큼 미국 사회의 정치적 양극화가 크고 분열의 골이 깊다는 의미”라며 “코로나 관련 추가 부양안부터 건강보험 확대, 최저임금 인상 공약 등을 공화당이 반대하고 있다. 또 대통령이 임명권을 가진 공직 4000여개 중 1200여 자리가 상원 인준을 받아야 하는데, 초기 내각 구성부터 어려워질 수도 있다”고 분석했다.

국민일보는 트럼프 대통령이 백악관을 나가지 않고 버틸 경우 비밀경호국이 그를 내쫓을 수 있다고 전했다. “비밀경호국은 대통령직에 충성을 하는 기관이지, 특정인에 대해 충성하는 기관이 아니”라는 현지 시사주간지 뉴스위크 보도를 전하며 “최악의 상황으로 치달을 경우 군부가 나설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주장은 사그라지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전태일 50주기 추모, 바쁜 시민사회

전태일 열사에 대한 친구들의 기억을 기록한 구술집 ‘전태일의 친구들 태일’이 5일 공개됐다. 이수호 전태일기념관장이 전태일 열사의 친구인 김영문·이승철·임현재·최종인씨를 올해 2~4월동안 여섯 차례 한 자리에서 만나 나눈 얘기를 기록한 책이다.

▲9일 경향신문 12면
▲9일 경향신문 12면

 

오는 13일 전태일 열사 50주기를 맞아 시민사회 각계의 추모 기획이 이어진다. 문화예술계에선 전태일 열사의 삶을 담은 애니메이션과 판소리 무대를 준비했다. 제작사 명필름은 9일 애니메이션 영화 ‘태일이’ 제작보고회를 온라인으로 연다. 오는 21일엔 창작판소리연구원이 서울 한국교회100주년기념관에서 판소리 ‘전태일’을 초연한다. 개인 187명과 단체 120곳이 함께한 전태일 신문 발행위원회는 9일 열악한 노동환경에 처한 ‘지금 시대의 전태일’을 조명한 신문 ‘전태일 50’도 발행한다.

▲9일 국민일보 1면
▲9일 국민일보 1면

 

한편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 최태원 SK 회장, 구광모 LG 회장 등 4대 그룹 총수는 지난 5일 서울 모처에서 비공개로 만났다. 지난 9월에 이어 두 달 만이다. 단독 보도한 국민일보는 “참석자들은 부친상을 치른 이 부회장에게 위로의 말을 전하고 고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의 업적을 기린 것으로 전해졌다”며 “미국 대선 결과가 우리 산업에 미칠 영향에 대해 의견을 주고받고 ‘공정경제 3법’ 등 정책 현안에 대해서도 논의한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맏형’격인 최 회장은 차기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으로 거론되고 있다”고도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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