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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려졌지만 제대로 몰랐던 노동 이야기, ‘섬식이’ 유튜브
알려졌지만 제대로 몰랐던 노동 이야기, ‘섬식이’ 유튜브
[유튜브 저널리즘 ⑧-3] 민주노총 전국화학섬유식품산업노동조합 ‘섬식이’

가면 쓴 파리바게트 카페기사들이 카메라 앞에서 속얘기를 푼다. “탈의실, 화장실 청소까지… 샌드위치는 언제 싸요. 점주 허락 없이는 연장수당은 청구할 수 없는 구조예요.” 또다른 영상엔 코카콜라 만드는 ‘한국음료’ 캔따개와 병뚜껑들이 등장한다. 노동자들이 LG그룹을 상대로 펼친 100일 ‘파업스토리’를 전한다. ‘숏다큐’에선 타투이스트들이 노조(타투유니온지회)를 띄운 이유를 인터뷰한다.

민주노총 전국화학섬유식품산업노동조합(화섬식품노조) 유튜브 ‘섬식이’에서 인기순위를 기록한 세 영상이다. 화섬식품노조는 민주노총 산하 단위 가운데 가장 꾸준하고 적극적으로 유튜브를 활용하고 있다. 임영국 화섬식품노조 사무처장은 이들 영상의 공통점을 묻는 질문에 “조합 안과 밖을 동시에 지향한 영상”이라며 “조합원과 대중 모으기는 서로 구분할 문제가 아니다. 직접 보거나 겪지 않는다면 한 사업장의 노동자가 어떤 일을 겪는지 비조합원과 조합원이 느끼는 바가 다르지 않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민주노총 전국화학섬유식품산업노동조합 유튜브 ‘섬식이’ 중 파리바게트 카페기사 이야기 편.
▲민주노총 전국화학섬유식품산업노동조합 유튜브 ‘섬식이’ 중 파리바게트 카페기사 이야기 편.
▲민주노총 전국화학섬유식품산업노동조합 유튜브 ‘섬식이’ 중 한국음료 100일 파업스토리 편.
▲민주노총 전국화학섬유식품산업노동조합 유튜브 ‘섬식이’ 중 한국음료 100일 파업스토리 편.

화섬식품노조는 2018년 말 ‘대중을 향한 말하기’를 목표로 공식 유튜브를 시작했다. 현재 정의당 국회의원인 류호정 당시 화섬식품노조 선전홍보부장이 강력하게 제안했다. 조합 내부에 새 바람이 불면서 변화도 필요했다. 임 사무처장은 “파리바게트 청년 노동자들이 가입한 데 뒤이어 IT 노동자들도 들어오면서 조직문화가 바뀐 측면도 있다. 그간 지속된 것을 탈피하고 밝은 이미지를 추구하게 됐다”고 했다. 

류 부장이 당시 기획과 촬영, 편집을 도맡으며 유튜브에 출발을 끊었고, 지난 3월 이후부턴 임영국 사무처장·신동민 선전홍보부장·이재준 조직국장 등 기획팀과 파리바게트지회 투쟁 때부터 영상콘텐츠를 맡겨온 PD가 역할 분담하고 있다.

화섬식품노조 유튜브 ‘섬식이’의 고정 코너는 세 가지다. ‘숏 다큐’는 화섬식품노조에 가입한 크고 작은 사업장을 소개한다. ‘타투불법조항’과 싸우는 신생 타투유니온지회, 제약회사로 드물게 이직률 0%를 이어가는 한국애보트지회 인터뷰 등이다. ‘노알못’ 코너는 화섬식품노조 정책실장과 노무사들이 연차휴가 같은 노동 기본상식을 가르쳐준다. ‘만나노’는 ‘만나서 나누는 노동이야기’의 준말로, 화섬식품노조 간부들의 하루 일정을 따라가며 인터뷰한 코너다.

높은 조회수를 기록한 영상들을 보면 소구점을 알 수 있다. 임 처장은 “카페기사 이야기의 경우 조합원뿐 아니라 파리바게트에서 일하고 싶어하는 누리꾼이 유튜브 알고리즘을 통해 ‘카페기사의 현실’을 보게 된 듯하다”고 했다. 다른 제과점 프랜차이즈도 노동시장 구조가 유사해 ‘내 이야기’로 듣는 독자가 많았을 것이란 추정도 했다. 한국음료 파업스토리는 자칫 복잡할 수 있는 ‘손자회사 노동자가 파업하는 이유’를 이미지로 풀어냈다는 평가다. 임 처장은 “손자회사 노동자들이 본사를 상대로 싸워 승리한 예외적 사례이기도 하다”고 덧붙였다.

▲민주노총 전국화학섬유식품산업노동조합 유튜브 ‘섬식이’ 중 ‘화학물질 대형참사 feat. MC현재’ 편.
▲민주노총 전국화학섬유식품산업노동조합 유튜브 ‘섬식이’ 중 ‘화학물질 대형참사 feat. MC현재’ 편.

최근 올라온 콘텐츠로는 화학물질 누출사고‧폭발 문제를 랩으로 풀어낸 영상이 눈에 띈다. 한재순 화섬식품노조 노동안전보건실장이 직접 가사를 써 랩을 했다. 화섬식품노조가 주되게 참여하고 있는 ‘산업단지 노후설비 안전관리특별법’ 제정 청원을 독려하기 위해 랩 뮤직비디오를 만들었다. “들어봤어? 화학사고. 외국만의 일이 아니야. 우리나라 한해 화학사고 100건, 근데 더 폴짝뛰고 까무러칠 일이 있어. 뭔지 알아? 노후설비!”

대중에 보다 쉽고 재미있게 다가가지만, 조회수와 구독자 확대 고민은 여전하다. 이재준 조직국장은 “유튜브가 안착하려면 1년 간 일 주일에 영상 1개씩 꾸준히 올려야 한다지만 쉽지는 않은 상황”이라며 “흥미성 유튜브가 아니고 교육적인 역할도 해야 하기에, ‘만들어놓으면 알아서 구독하겠지’라는 마음으로는 확대가 쉽지 않다. 조합원들에게 구독과 추천을 독려하고 있다”고 했다.

영상의 대중성을 지향하다보면 또다른 염려가 뒤를 잇는다. 독자의 흥미를 끌어내려다 “흥미만 위주로” 흐를 수 있다는 우려다. 신동민 선전홍보부장은 “재미와 의미 사이 균형에 대한 고민이 없을 수 없다. 노조에는 외부 독자뿐 아니라 내부 독자, 즉 조합원이 있기 때문이다. 1인 미디어가 하듯이 독자의 흥미만을 따라가면 조회수 장사는 가능할지 몰라도 ‘섬식이’ 존재 이유를 잃어버리기 쉽다”고 털어놨다.

▲민주노총 전국화학섬유식품산업노동조합 (왼쪽부터) 임영국 사무처장과 이재준 조직쟁의국장, 신동민 선전홍보부장을 지난달 30일 서울 동작구 화섬식품노조 사무실에서 만났다. 사진=김예리 기자
▲민주노총 전국화학섬유식품산업노동조합 (왼쪽부터) 임영국 사무처장과 이재준 조직쟁의국장, 신동민 선전홍보부장을 지난달 30일 서울 동작구 화섬식품노조 사무실에서 만났다. 사진=김예리 기자

임 처장은 유튜브를 만든 이유를 재차 언급하며 “실제와 부합하든 아니든, 대중의 노조에 대한 고정관념을 깨고 문턱을 낮추려 했다”면서도 “유튜브가 오히려 기존에 알려지지 않은 사업장과 싸움을 알리는 역할을 하기도 한다”고 강조했다.

“언론이 대기업 정규직 사업장의 싸움은 마구 씁니다. 화섬식품노조 산하 단위를 예로 들면, 네이버 노동자들이 투쟁을 결의하고 선포하는 장면을 찍으려 영상기자 수십명이 왔어요. 반면에 파업 중인데도 여론을 끌어내는 일이 고민인 사업장도 있습니다.”

임 처장이 가장 애정이 가는 섬식이 콘텐츠로 한국음료 파업스토리와 ‘사내하청’ 편을 꼽는 이유다. 임 처장은 “한국음료 노동자들이 모회사인 LG쌍둥이빌딩 앞 단식투쟁할 땐 언론 취재가 전혀 없던 건 아니다. 그러나 첫 결의 뒤 싸움을 받칠 여론을 끌어내기가 고민이었다. 그런 애정을 가지고 잔잔하게 만든 영상이 ‘파업스토리’”라고 했다.

▲민주노총 전국화학섬유식품산업노동조합 유튜브 ‘섬식이’ 중 숏다큐 사내하청 편.
▲민주노총 전국화학섬유식품산업노동조합 유튜브 ‘섬식이’ 중 숏다큐 사내하청 편.

‘사내하청’ 편은 화학섬유식품노조 산하 5곳의 사내하청지회인 남해화학비정규직·오비맥주사내하청광주·대림산업사내하청·LG화학사내하청·롯데첨단소재사내하청 지회장들의 노동현실 인터뷰를 편집한 ‘숏 다큐’다. 해당 영상에서 지회장들은 정규직과 같은 일을 하면서도 50% 미달 급여를 받고, 일상생활에서 차별을 겪으며, ‘협력업체’가 아닌 ‘사내하청’이라는 단어를 받아들이기 어려운 현실을 담담하게 설명한다.

임 처장은 “기존에 사내하청 비정규직이 부당하다는 인식은 다들 있지만, 이들이 하루하루 어떤 일을 겪는지 자세한 이야기는 몰랐을 것”이라며 “이런 점은 화섬식품노조 산하 조합원이든 비조합원이든 크게 다르지 않다”고 했다.

독자들이 가장 관심을 가져주길 바라는 영상은 뭘까. 이재준 조직국장과 신동민 선전홍보부장은 9월 말 업로드된 전태일 50주기 토크쇼 ‘태일이가 남긴 편지’를 꼽았다.

▲민주노총 전국화학섬유식품산업노동조합 유튜브 ‘섬식이’ 중 전태일 50주기 토크쇼.
▲민주노총 전국화학섬유식품산업노동조합 유튜브 ‘섬식이’ 중 전태일 50주기 토크쇼.

토크쇼 패널 중 이숙희 전태일재단 교육위원장은 전태일 열사가 분신한 지 얼마 안 돼 봉제노동을 시작하고, 청계피복노조 간부를 지낸 사연을 전한다. 그는 전태일 열사 분신 직후 사업주가 ‘일하기 싫은 또라이 같은 사람이 죽었다’고 소문을 내 여공들도 이 말을 믿었고, 나중에야 진실을 알게 됐다는 이야기를 풀어놓는다.

이들은 “평전을 읽은 효과 그 이상을 누릴 수 있는 이야기를 담은 영상”이라며 “전태일 50주기, 청계피복노조를 잇는 조합(서울봉제인노동조합)을 자처하며 만든 영상인 만큼 애정도 크다. 독자들이 산별 전환과 ‘조합원 전태일’ 선언 운동 등 사업에도 관심을 가져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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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 2020-11-09 14:26:54
잠시 스스로 생각해보라. 우리는 왜 갑질에 노출되어 있으며 억울한 일을 당하는가. 노동 관련법을 모르기 때문이다. 일하고 돈 버느라고 바쁜 거 안다. 그러나 돈을 벌다가도 억울한 일을 당하면 답(지금까지 번 돈보다 나가는 돈이 더 많은 예도 있다)이 없다. 그때야 이것저것 공부해도 너무 늦다. 법은 아니더라도, 최소한 노동 관련 규칙과 계약서 그리고 자신의 노동 권리 정도는 알아야 한다. 한국은 인터넷 인프라가 잘 구축되어 있다. 이런 좋은 환경에서 돈에 대한 탐욕만 생각하고 노동권리에 관한 공부를 뒤로 미룬다면, 그대들은 나중에 크게 후회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