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MBC가 오는 9일 정규직 전환을 앞둔 유지은 아나운서의 경력 중 일부만 인정한다고 밝혀 논란이다. 정규직 전환은 지난 4월 국가인권위 권고에 따른 결정임에도 위로금을 지급하고 성차별 채용 재발방지 대책을 마련하라는 권고도 지키지 않고 있다. 

‘대전MBC 아나운서 채용 성차별 문제 해결을 위한 공동대책위’(이하 대책위)는 6일 성명을 내 “대전MBC는 인권위원회의 채용 성차별 결정에 대해 진정인을 정규직화한다는 타이틀만을 선전할 뿐 진정한 사과나 재발 방지 대책에 대해서는 일언반구도 없어 향후 대전MBC 행보가 걱정스럽다”고 주장했다.

인권위는 지난 4월28일 대전MBC에 정규직 아나운서와 같은 업무를 수행한 유 아나운서를 정규직으로 전환하고 유 아나운서에게 위로금 500만원을 지급하라고 권고했다. 지난해 6월 유 아나운서가 채용 성차별 문제로 제기한 진정의 결과였다.

▲유지은 대전MBC 아나운서가 10월24일 제 1회 이한빛PD 미디어노동인권상을 수상한 뒤 소감을 밝히고 있다. 사진=김예리 기자
▲유지은 대전MBC 아나운서가 10월24일 제 1회 이한빛PD 미디어노동인권상을 수상한 뒤 소감을 밝히고 있다. 사진=김예리 기자

유 아나운서는 2014년 5월 ‘프리랜서’로 대전 MBC에 입사했다. 정규직 아나운서와 같은 일을 했지만 회당 대금만 받는 프리랜서로 임금·복리후생, 고용안정 등에서 차별을 겪었다. 그런데 프리랜서 아나운서는 모두 여성인데 반해 정규직 아나운서는 모두 남성이었다. 

지난해 8월 기준 아나운서 5명 중 남성 2명은 정규직, 여성 3명은 프리랜서였다. 2018년 남성·여성 아나운서가 각 1명씩 입사했으나 남성 아나운서만 정규직으로 채용됐다. 

대책위는 “MBC는 전체 경력의 3분의 1(2년)을 제외한 채 유 아나운서를 정규직으로 전환하겠다고 했을 뿐”이라며 “그간 유 아나운서가 받은 불이익한 차별 처우와 부당 업무배제에 제대로 된 사과는 물론 형식적으로도 사과의 뜻을 밝힌 바가 전혀 없다. ‘공정’을 운운하며 자신들은 정당했다고 주장하고 있다”고 밝혔다. 

대전MBC가 유 아나운서의 6년 경력 중 2년을 제외하는 근거는 기간제법이다. 기간제법에 따라 입사 후 2년은 계약직으로 간주하고 2016년 4월부터 정규직으로 전환된다는 논리다. 

대책위는 “유 아나운서는 형식만 프리랜서였다. 대전MBC가 업무 내용을 지시하고, 업무 형태·업무 환경도 지정하는 등 업무 수행을 지휘·감독했다”며 “정규직 전환 전후로 동일한 업무를 계속 수행하고, 근무가 단절되지 않은 이상 근속년수 및 호봉은 입사 당시부터 따져야 한다”고 비판했다. 

대책위는 또 “유 아나운서가 입사 당시 정규직 아나운서였다면 받았을 일체의 금품 액수에서 실제 받은 금품을 뺀 차액을 손해배상액으로 받아야 한다”며 대전 MBC가 지난 차별 대우에 책임을 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나아가 위로금 미지급엔 “국가인권위법은 인권위에 진정, 진술 등을 했다는 이유로 부당대우를 받거나 불이익을 받지 않는다고 정한다”며 “대전MBC는 (진정 이후) 직무를 부여하지 않아 삭감된 임금 상당액, 분장실 출입을 금지하고 책상을 없앰으로써 유 아나운서가 입은 정신적 손해에 위자료를 지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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