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신문이 “‘여성 인재 중용’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 별세”라는 제목의 이건희 회장 부고 기사에 3일 사과했다. 이 회장이 국내 주요 기업 대표로는 최초로 여성 인재 중요성을 강조한 CEO였다는 등 고인에 대한 호평만 담은 기사에 거센 비판이 뒤따르자 작성 기자가 직접 사과를 담은 해명 보도를 낸 것.

이하나 여성신문 기자는 3일 기자수첩을 통해 “온라인에 송고된 여성신문 첫 부고 기사 제목은 ‘‘여성 인재 중용’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 별세’였다”며 “나는 기사에 이 회장의 사망 소식과 함께 여성 대졸공채를 처음 시작하는 등 여성 인력 채용에 앞장섰고 여성 인력 중용을 강조했다는 설명을 곁들였다”고 설명했다.

이 기자는 자신이 쓴 기사가 “‘고인’에 대한 호평만을 담은 기사였다”며 “후속 기사에서 명암을 담으면 된다고 생각했다. 월요일 출고된 ‘삼성그룹 이끈 고 이건희 회장의 빛과 그림자’가 그 기사였다. 그러나 아쉽게도 부고 기사가 알려지고 비판이 나왔다. ‘여성인재 중용’만을 강조한 기사에 실망했다는 지적이었다. 얼굴이 화끈거렸다. 모두 맞는 말이었다”고 인정했다.

▲ 여성신문이 “‘여성 인재 중용’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 별세”라는 제목의 이건희 회장 부고 기사에 3일 사과했다. 사진=여성신문 홈페이지 갈무리.
▲ 여성신문이 “‘여성 인재 중용’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 별세”라는 제목의 이건희 회장 부고 기사에 3일 사과했다. 사진=여성신문 홈페이지 갈무리.

이 기자는 “이 회장이 남긴 부정적 유산은 적지 않다”며 “‘여성 인재 중용’의 경우 사실이지만 모든 맥락을 드러내는 진실은 아니다. 삼성 반도체 공장에서 일하다 건강과 생명을 잃은 많은 노동자들도 여성 인재였다”고 설명한 뒤 “여성신문이 그동안 보도한 삼성반도체 여성 노동자들의 투쟁과 이들의 요구를 외면한 삼성의 행태를, 나는 이 부고 기사에서 지웠다. 그래서 부끄러웠다”고 반성했다.

이 기자는 “매번 악성댓글 홍수를 겪으면서도 많은 여성들의 격려가 있어 힘을 냈다. 지지를 보내던 여성들이 이번에는 기사를 비판했다. 그래서 더 아팠다”며 “이번 부고 기사는 여성신문의 이름을 걸고 내놓은 기사로 어울리지 않았다. 공로와 과실을 균형 있게 다루지 않았다는 점에서 저널리즘과도 거리가 멀었다”고 말했다.

이어 “반성한다. 많은 여성 노동자들께도 고개 숙여 사과드린다”고 사과했다.

앞선 부고 기사에서 여성신문은 이 회장의 여성 중용 사례로 “삼성은 1992년 비서, 디자이너 등 여성 전문직 공채에 이어 1993년에는 대졸자를 대상으로 여성 공채 1기를 시작했다”면서 “여성 공채를 시작한 공로로 이건희 회장은 그해 10월 BPW 선정 제1회 여성지위향상 골든어워드를 수상하기도 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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