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유력 매체들 예상과 다르게 조 바이든 미국 민주당 대선후보와 접전 중인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2017년 취임 직후부터 ‘언론과의 전쟁’을 선포하고 임기 내내 언론사들을 ‘가짜뉴스’로 싸잡아 비판했다. 언론을 의도적으로 때리며 지지자들의 언론 불신·혐오를 높이는 전략을 구사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제45대 미국 대통령 취임 직후인 2017년 1월21일 중앙정보국(CIA)을 찾아 언론인들을 겨냥해 “지구상에서 가장 부정직한 인간들”이라고 비난한 게 대표적이다. 임기 내내 언론과 크고 작은 말다툼을 벌이며 자신의 거짓말을 속여왔다. 이번 개표 도중에도 “우리가 크게 이겼다. 그들(민주당)은 선거를 훔치려고 노력하고 있다”며 상대 진영을 공격했다. 그와 언론의 불화를 정리했다. 

▲ 2017년 7월2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CNN을 비난하며 자신의 트위터에 리트윗했던 영상. 사진=트럼프 미국 대통령 트위터 갈무리
▲ 2017년 7월2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CNN을 비난하며 자신의 트위터에 리트윗했던 영상. 사진=트럼프 미국 대통령 트위터 갈무리

장애 가진 기자 조롱했던 트럼프

트럼프 대통령은 2015년 11월 경선 유세 도중 “자기가 한 말을 기억하지 못한다는 불쌍한 사람을 봐라”며 양팔을 부자연스럽게 휘젓는 모습을 보였다. ‘9·11 테러 때 미국 내 아랍인들이 환호했다’는 자신의 발언을 방어하는 과정에서 나온 제스처였다. 

트럼프가 ‘불쌍한 사람’으로 지칭한 인사는 뉴욕타임스(NYT) 기자인 세르지 코발레스키. 코발레스키는 팔을 자유롭게 움직일 수 없는 선천성 관절만곡증을 앓고 있다. 코발레스키는 1987년∼1993년 뉴욕데일리뉴스에서 트럼프 기사를 쓴 적 있다. 

트럼프 조롱에 당시 NYT는 성명을 통해 “우리 기자 외모를 조롱했다는 사실이 매우 충격적”이라고 비판했다. 

배우 메릴 스트리프는 2017년 1월 골든글로브 시상식에서 “지난해 대선 기간 트럼프가 장애를 가진 NYT 기자를 모욕하는 걸 보고 매우 실망했다. 트럼프 대통령을 견제하기 위해 언론을 지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트럼프는 이에 “그녀는 (대선에서) 대패한 힐러리의 아첨꾼”이라고 응수했다. 

트럼프는 대통령 임기 중인 2017년 4월에도 트위터에 “언제쯤 졸린 눈의 척 토드와 NBC가 ‘트럼프와 러시아’에 대한 가짜 이야기를 그만하고 ‘오바마 사찰 스캔들'을 얘기할까”라고 쓰고 NBC뉴스를 겨냥해 “가짜뉴스 미디어”라고 비난했다. 

이는 NBC ‘밋 더 프레스’(Meet the Press) 진행자 토드의 외모를 비난한 것으로 토드는 전날 방송에서 트럼프 대통령을 비난했다.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연합뉴스.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연합뉴스.

취임 첫날부터 ‘가짜뉴스’ 썰전

미 언론들은 2017년 1월 트럼프 대통령 취임식에 참석한 인파를 8년 전 오바마 대통령 취임식과 비교하며 절반도 미치지 못한다고 지적했다. 뉴욕타임스(NYT)와 워싱턴 포스트(WP) 등은 취임식 항공사진을 근거로 삼았다. 

반면 트럼프 대통령은 “연설하며 봤다. 광장엔 100만, 아니 150만명이 몰려 있었다”면서 “방송은 아무도 서 있지 않은 곳만 의도적으로 비추며 ‘트럼프가 대중 관심을 끌지 못했다'고 보도했다”고 주장했다. 숀 스파이서 백악관 대변인은 첫 브리핑에서 “기자들이 의도적으로 취임식 인파 규모를 거짓 보도했다”면서 질문을 받지 않고 자리를 떴다. 

예고된 갈등이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대선 경쟁 후보였던 힐러리 클린턴에 비교하면, 언론인 기부금을 10분의 1도 받지 못한 ‘인기 없는 대통령’이었다. 트럼프 편에 선 매체는 없었다. 

“CNN 기자 출입정지”에 법원 제동

2018년 11월7일(현지시간) CNN 기자와 충돌했다. 짐 아코스타 CNN 백악관 수석 출입기자와 질의응답을 하던 중 나온 설전이었다. 

아코스타는 트럼프가 중미 이민자 행렬에 ‘침략’(invasion)이라고 표현한 걸 문제 삼았다. 트럼프는 “나라를 운영하게 해달라” “그걸로 충분하니 마이크를 내려놓으라”면서 아코스타에게 불편한 기색을 보였다. 

기자회견을 진행하던 백악관 측에서 CNN 기자 마이크를 뺏으려 했고, 마이크가 다른 기자에게 넘어가자 트럼프는 아코스타에게 “당신은 무례하고 끔찍한 사람”이라며 “CNN에서 일해서는 안 된다”고 비난했다. 기자회견이 끝난 뒤 백악관은 아코스타의 백악관 출입을 정지했다. 

미 연방법원이 아코스타에 대한 출입정지를 해제하라고 명령하면서 아코스타는 9일 만에 백악관으로 돌아왔다. 아코스타는 “지도자들이 책임지도록 하기 위해 우리 권리는 보호될 것”이라며 “그것이 내가 다시 일하러 (백악관에) 가는 이유”라고 밝혔다. 

중국계 기자에게는 막말 논란

지난 5월11일에는 중국계인 웨이자 장 CBS 기자에게 인종차별성 발언으로 모욕을 준 뒤 말다툼 끝에 기자회견 자리를 떴다. 

장 기자는 미국의 코로나19 검사 횟수를 자찬하는 트럼프에게 “그게 왜 중요하나. 매일 미국인이 죽어가는데 왜 이걸 국제적 경쟁 문제로 보는 거냐”고 물었고, 화가 난 트럼프는 “그건 중국에게 물어봐야 할 질문이다”, “나에게 묻지 말라”고 받아쳤다. 

장 기자가 다시 “왜 나를 콕 집어 말을 하는 것이냐”며 인종차별적 대답에 반발하자 트럼프는 “누군가를 콕 집은 것이 아니다. 그와 같은 못된 질문을 하는 누군가에게는 이렇게 말한다”고 했다. 트럼프는 이어진 CNN 기자 질문을 끊고는 회견을 중단하고 자리를 떠났다.

트럼프는 지난 10월20일(현지시간)에는 백악관에서 진행한 CBS ‘식스티 미니츠’(60 Minutes) 앵커인 레슬리 스탈과 인터뷰하다가 40분 만에 돌연 중단했다. 트럼프는 이후 트위터를 통해 “거짓이자 편파적 인터뷰”라며 몰아세웠다. 

이번 유세 현장에서도 바이든 후보 아들 스캔들 보도를 하지 않는다며 기자들에게 “바이든은 범죄자다. 그걸 보도하지 않는 당신들도 범죄자”라고 비난했고, CNN이 코로나 소식만 보도한다며 “바보 자식들”이라고도 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대다수 언론 예상을 깨고 재선에 성공한다면, 주요 언론 보도를 ‘가짜뉴스’로 몰아세우며 지지자를 겨냥한 대언론 비난 메시지를 쏟아낼 가능성이 다분하다.

저작권자 © 미디어오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