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JB청주방송 고 이재학 PD 대책위원회(위원장 이용관)가 고인 명예회복을 위해 약속한 합의를 번복한 후 묵묵부답인 청주방송에 “신속 이행하지 않을 경우 민·형사상 법적 대응까지 나서겠다”고 경고했다. 이재학 PD가 사망한 지 274일째다. 

대책위는 3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더불어민주당 윤미향·홍정민 의원실과 공동으로 기자회견을 열고 청주방송에 합의 준수를 촉구했다. 홍정민 의원의 사회로 유족 이대로씨, 대책위, 이 사건 진상조사위 권두섭 변호사 등이 참석했다. 

대책위는 “이두영 청주방송 이사회 의장은 청주방송에 부당 간섭을 중단하고 4자 합의 정신 훼손 시도를 중단하라”고 밝혔다. 4자 합의는 이 사건 진상규명과 고인 명예회복, 재발 방지 등을 위해 청주방송, 언론노조, 유족, 대책위 등 4자 대표가 타결한 합의다. 

▲청주방송 고 이재학 PD 대책위는 3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더불어민주당 윤미향·홍정민 의원실과 공동으로 기자회견을 열고 청주방송에 합의 준수를 촉구했다. 사진=손가영 기자.
▲청주방송 고 이재학 PD 대책위는 3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더불어민주당 윤미향·홍정민 의원실과 공동으로 기자회견을 열고 청주방송에 합의 준수를 촉구했다. 사진=손가영 기자.

 

4자 대표는 지난 7월 6개 분야 27개 세부 이행 과제로 이뤄진 합의안을 도출했다. 이 PD가 사망한 지 171일째였다. 이 가운데 21개가 청주방송의 이행과제로 이 PD 명예복직, 사망 책임자 처벌, ‘근로자 지위 확인 소송’ 항소심 마무리 및 비정규직 정규직화와 임금·고용안정 개선 등이 핵심이다. 

이 가운데 항소심 마무리를 둘러싸고 청주방송이 지난 9월 합의를 번복했다. 4자는 미리 확약한 조정 문구를 전제로 항소심을 법원 강제조정으로 정리하자고 약속했다. 청주방송은 조정 문구 중 “사망 책임 통감” 문구를 삭제하거나 수정하자며 합의를 번복했다. 이후 한 달 넘게 입장을 고수하며 유족, 대책위 등에 묵묵부답이다. 

권두섭 변호사는 “3~5월 간의 진상조사 결과, 이재학 PD는 명확히 청주방송에서 일한 노동자였고 동료 비정규직 처우 개선을 요구했단 이유로 부당해고 됐다. 이후 허위진술, 이 PD에게 협조한 직원에 대한 회유·협박 등 재판 중 이뤄진 회사의 조직적 부당·불법 행위가 그의 사망에 영향을 준 점도 확인했다”고 밝혔다. 

권 변호사는 “청주방송은 애초 성실히 합의를 이행한다는 태도를 번복해 ‘사망 책임’ 표현을 빼지 않으면 조정을 수용하지 못한다는 태도”라며 “지역에서 공적 역할을 수행하는 방송사로서 심각한 문제 제기가 필요하다”고 비판했다. 

▲이두영 이사회 의장이 청주방송에서 받는 월 급여. 이 PD 사망 후 대표 사임 이후에도 월 1300~1600만원씩 받았다. 사진=11월1일 KBS 저널리즘토크쇼J 갈무리
▲이두영 이사회 의장이 청주방송에서 받는 월 급여. 이 PD 사망 후 대표 사임 이후에도 월 1300~1600만원씩 받았다. 사진=11월1일 KBS 저널리즘토크쇼J 갈무리

 

대책위의 양한웅 불안정노동철폐연대 대표는 “무시, 외면, 거짓으로 상황을 덮으려 하는 한 청주방송의 미래는 결코 밝지 않을 것”이라며 “청주방송도, 이두영 의장도, 제발 유족들의 아픔과 돌아가신 분의 영혼의 고귀한 뜻을 헤아려 다시 합의 정신이 지켜지게끔 속히 행동하라”고 촉구했다. 

합의 번복 원인으로 지목되는 이두영 의장은 청주방송 대주주이자 지난 20여년 대표도 역임했다. 이 의장은 사태 초기 청주방송 책임을 부인하면서 논란이 되자 대표에서 물러났지만 여전히 실질적 결정권자라는 평가가 팽배하다. 그는 대표 사퇴 이후에도 꾸준히 월 1300~1600만원 급여를 받아갔다. 현재 청주방송 입장 번복도 이두영 의장이 경영진에 ‘책임지고 문구를 고쳐라’고 지시한 후라는 입말이 사내외로 나온다.

고 이재학 PD 동생 이대로씨는 “청주방송 이사회 하는 짓을 보면 조폭 집단과 다를 바 없다. 이런 곳이 어떻게 방송사업 허가를 받을 수 있고, 민영 방송사를 유지할 수 있느냐”며 “사회적 합의는 물론이고, 공식 약속했던 것조차 스스로 무시하는 곳이 방송국으로 존재해야 하느냐”고 밝혔다. 

윤미향 의원은 “지난달 열린 고용노동부 국정감사에서 고용노동부 장관에게 청주방송에 대한 근로감독을 공개 청원했고, 장관도 적극 검토를 약속했다”며 “올해는 전태일 열사가 노동자의 비참한 현실을 고발하며 산화한 지 50주년이다. 방송 프리랜서 노동자 처우 개선 위해 방송계에 전태일 열사 정신 필요한 때”라고 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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