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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의 탄소중립 선언, 재벌 눈치만 보고 있다
대통령의 탄소중립 선언, 재벌 눈치만 보고 있다
[홍석만의 경제 매뉴얼]

문재인 대통령은 국회 예산안 시정연설에서 2050년까지 탄소중립을 목표로 하겠다고 밝혔다. 이날 탄소중립을 위해 그린뉴딜로 8조 원의 예산을 배정했다며 석탄화력발전을 재생에너지로 대체하고 노후 시설을 친환경 녹색시설로 교체 전환하는데 2.4조원, 전기수소차 충전소, 급속 충전기 증설에 4.3조원 등을 투자하겠다고 밝혔다.

정부의 탄소중립 선언은 늦었지만, 그 자체로 의미가 있다. 이미 70개국에서 탄소중립 선언이 이어졌고 독일, 영국 등 14개국은 세부적인 감축계획서까지 제출한 상황이다. 파리기후협약 당사국으로서 한국도 2050년까지 탄소배출 제로(0)를 위한 구체적인 감축계획서를 올해 말까지 UN에 제출해야 한다. 이번 대통령의 탄소중립선언은 이 계획서 제출에 앞서 이뤄진 것으로 우선 감축목표에 대한 선언이지만 조만간 세부계획을 통해 실행방안을 밝혀야 한다. 그런데, 현재까지 알려진 정부 계획으로는 2050년 탄소배출 제로를 이루지 못해 말뿐인 선언으로 그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2050년까지 탄소중립을 이루려면 먼저 2030년까지 탄소배출량을 획기적으로 줄여야 한다. 정부는 2015년 파리기후협약을 맺으면서 유엔에 제출한 자발적 국가 감축 목표(INDC)로 ‘2030년 배출전망치(BAU, 8억5,080만 톤) 대비 37%를 감축한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런데 이 감축목표로는 목표치의 절반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 독일의 기후‧과학 정책 연구기관 ‘클라이밋 애널리틱스’는 지난 5월 보고서에서 “한국의 현재 (자발적인) 탄소 감축 목표는 파리협정에서 정한 목표치의 절반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보고서는 “2030년까지 BAU의 37% 감축이란 한국 정부의 목표를 74%로 강화해야 국제 기준에 겨우 부합한다”고 밝혔다. 최소 2030년 BAU 대비 60%를 감축해야 2050년 탄소배출 제로를 달성할 수 있는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현재까지 정부의 탄소배출 감축계획은 2015년 유엔에 제출한 자발적 국가감축목표(INDC)에서 전혀 바뀌지 않았다. 지난 국정감사에서 강은미 정의당 의원은 환경부가 제출한 국정감사 자료를 근거로 온실가스 감축 목표는 달라지지 않고 계산방식만 달라졌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정부가 감축 목표치를 ‘2030년 배출전망치(8억5,080만 톤) 대비 37% 감축’ 대신 ‘2017년 배출량(7억910만 톤)보다 24.4% 감축’으로 바꾸겠다고 밝혔는데 이것은 계산 방식만 다를 뿐 2030년 배출량은 5억3600만 톤으로 같다. 감축 목표치가 같다는 것은 박근혜 정부 당시 설정한 감축 방식과 현 정부의 방식이 서로 다르지 않다는 점을 시사한다.

▲ 문재인 대통령이 10월28일 오전 국회 본회의장에서 2021년도 예산안 시정연설을 하고 있다. 사진=청와대 홈페이지
▲ 문재인 대통령이 10월28일 오전 국회 본회의장에서 2021년도 예산안 시정연설을 하고 있다. 사진=청와대 홈페이지

지난 정부 탓하는 정부

탄소배출을 줄이기 위해서는 수치상 목표만이 아니라 탄소배출이 가장 많은 석탄화력발전소와 내연기관차 폐지에 대한 세부적인 로드맵이 필요하다. 벨기에의 경우 석탄발전 종식 연도를 2016년으로 잡아 이미 없어졌고 유럽연합 대부분의 국가가 2025년을 전후로 석탄발전을 종료한다. 미국도 주별로 2025년 내외에 석탄화력발전을 종식하기로 했다. 그런데 한국 정부는 이에 대해서는 논의조차 없다.

지난 5월 정부가 발표한 9차 전력수급기본계획 초안에서는 2030년까지 석탄발전 비중을 31.4%로 잡고 있다. 2050년 탄소중립을 위해서는 2030년까지 석탄발전 비중을 최소 30% 미만으로 줄어야 하는데 현재 계획으로는 답이 없는 상황이다. 더구나 현재 공사 중인 7기의 신규 석탄 발전소 건설을 중단하지 않는 한 석탄발전이 계속될 예정이라 더욱 문제가 심각하다. 석탄화력발전소에 대한 신규 건설승인은 중단됐지만, 건설 중인 7기의 석탄발전소는 중단 없이 그대로 사업을 진행하기로 했다. 이 때문에 2030년까지 석탄발전 비중이 작아지지 않을 뿐만 아니라 탄소중립 달성 시기인 2050년에도 여전히 우리나라에선 석탄화력발전소가 돌아간다. 석탄발전 종식 시점을 못 잡는 이유이기도 하다.

이에 대해 정승일 산업통상자원부 차관은 국회 대정부질의에서 “새로 발전소 설립 허가를 해주지는 않았지만, 신규 건설 중인 석탄화력발전소 7기는 모두 박근혜 정부 시절 허가를 받았다며” 그래서 계속 건설하고 있다는 입장을 보였다. 또한, 10월5일에는 한국전력이 베트남 석탄발전 사업을 계속하기로 결정했다. 국내외에서 기후악당이라는 거센 비판을 받던 한전은 10월28일 대통령의 탄소중립 선언 다음 날 신규 해외석탄발전은 중단한다면서도 베트남 석탄발전 사업은 이어가기로 했다.

내연기관 자동차 폐지 문제도 마찬가지다. 노르웨이는 2025년부터, 독일, 네덜란드, 영국, 프랑스 등 유럽국가와 일부 미국의 주 정부에서는 2030년을 전후로 내연기관 자동차 판매금지 정책을 발표하고 있다. 하지만 우리는 서울과 제주도를 제외하면 국가 차원의 논의를 시작하지도 못하고 있다. 그러면서 수소·전기 자동차 인프라 투자만 밝히고 있어 현대기아차 등 완성차 업체의 내연기관차 시장 유지와 내수전환 속도에만 맞추고 있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일어나고 있다.

2050년 탄소중립 의지가 의심스럽기는 여당인 민주당도 마찬가지다. 지난 9월24일 국회가 먼저 기후위기 대응 비상결의를 진행하고 2050년 탄소중립을 촉구하고 나섰다. 그런데 이 결의안에서 “정부가 2030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를 이에 부합하도록 적극적으로 상향”이라고만 표현하고 구체적인 감축목표치를 제시하지 않았다. 이에 대해 200여 개 사회단체의 연대기구인 기후위기비상행동은 “(이 결의안에서) 2030년 온실가스 감축 목표가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심의에서 가장 큰 쟁점이 됐었다”며 “여당은 2030년 감축 목표의 세부 수치를 명시하는 데에 반대한 것으로 알려졌다”고 비판했다. 지난 4월 총선 직전에도 기후위기비상행동은 각 정당의 기후위기 대응 관련 총선 정책 질의 결과를 발표했는데,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의지박약”, 현재 국민의힘의 전신인 미래통합당에 대해서는 “기승전핵”이라고 평가한 바 있다.

▲ 경남 고성군 삼천포화력발전소 1·2호(맨 왼쪽). ⓒ 연합뉴스
▲ 경남 고성군 삼천포화력발전소 1·2호(맨 왼쪽). ⓒ 연합뉴스

재계 “원전건설, 규제완화, 기업부담 축소”

한편, 탄소중립이 세계적인 대세가 되면서 재계 및 보수진영도 탄소배출 감축에 무조건 저항하며 탄소배출 대기업의 이익을 대변하던 것에서 입장이 바뀌고 있다. 파리기후협약을 탈퇴할 것이 아니라면 모든 당사국은 2050년까지의 장기 저탄소 발전전략을 올해 말까지 수립해 유엔(UN)에 제출해야 한다.

#01   '원전 없는' 탄소중립 선언한 정부 "LNG 사용 증가·전기료 인상 불가피” (조선비즈 11월2일)
#02   원전·석탄기업서 매년 수천억 걷어 태양광에 쓰겠다는 민주당 (한국경제 10월28일)

탄소중립을 반대하지 않지만 어떻게 진행해야 하는가 하는 방법론으로 대응이 전환됐다. 우선, 탈탄소의 대안으로 원자력 핵발전소 확대하라는 오랜 주장을 되뇌고 있다. 이명박 정부 시절 녹색성장을 핵발전 확대로 등치시켰던 것처럼 원자력을 친환경 청정에너지로 부르며 탈원전 정책의 폐지와 원전 확대를 주장하고 있다.

또한, 에너지 전환은 기업에 또 다른 환경규제로 작용하기 때문에 다른 규제라도 완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일종의 규제총량제처럼 탄소규제 강화의 반대급부로 다른 규제를 풀어 주던가 아니면 노동법 제한을 완화하라고 주장한다. 공정경제 3법에 대해 해고의 자유 확대 등 노동법 개악을 조건으로 교환하자고 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03   “철강·석화·시멘트 업종, 저탄소 전환비용 400조원 달해” (연합뉴스 11월2일)
#04   산업 맞춤형 규제 완화로 ‘코로나 경제위기’ 넘자 (한국일보 5월9일)

그리고 수백 조 원에 달하는 전환비용을 기업부담을 적게 하기 위한 방안 마련을 촉구하고 있다. 어차피 탈탄소 전환이 불가피하다면 여기에 드는 전환비용이 기업에 부담으로 작용하지 않도록 정부가 협조해야 한다는 것이다. 즉, 정부가 세금으로 전환비용을 마련하되 환경부담금 등 기업에 부담 가지 않는 방식으로 진행하라는 것이다.

사실상 재계가 요구하는 방식으로 정부가 탈탄소 대책으로 내놓은 것이 바로 그린뉴딜 사업이다. 정부의 그린뉴딜은 산업전환에 따른 기업비용 축소와 이를 대신하는 정부 인프라 투자의 확대 그리고 전환비용을 보전하기 위한 시장 독점과 보조금 확대 조치들로 채워져 있다. 탄소배출 감축, 석탄발전 중단 기한도 없고 내연기관차 폐지는 업계 이해에 따라 논의조차 붙이지 못하고 있다. 탈탄소로의 에너지 전환은 당근과 채찍이 다 필요한데, 정부 대책은 당근만 있다. 채찍도 강력한 채찍이 있어야 하는데, 탄소배출 기업이 힘들다는 이유로 채찍 대신 뿅망치 같은 장난감만 휘두르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탄소세 도입 같은 것은 입 밖으로 꺼내지도 못하고 있다. 국제통화기금(IMF)은 탈탄소 전환의 주요 정책으로 탄소세 부과를 정식 권고했고, 유럽연합(EU)은 2023년 탄소세 부과를 예고한 상태다. 물론 탄소세가 얼마만큼의 탄소저감 효과가 있을지에 대해서는 논란이 있다. 하지만 우리는 탄소세라는 단어조차 입에 올리기가 쉽지 않다. 지난 4월 총선 공약으로 잠깐 등장한 이후 정부나 여당에서는 입도 뻥긋하지 않고 있다. 정부 정책효과에 대한 관심도 ‘탄소발생 축소’가 아니라 ‘기업부담 축소’에 있기 때문에 기업부담을 가중할 수 있는 조치들은 논의 대상으로도 올라가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다 보니 에너지 전환비용은 녹색금융, 그린뉴딜펀드와 같은 금융시장과 정부 투자 중심으로 마련하고, 탄소규제도 정부의 직접규제가 아닌 자본시장을 경유한 ESG(환경, 사회, 지배구조) 투자와 같은 간접규제 방식으로 돌아섰다.

▲ 문재인 대통령이 10월28일 오전 국회 본회의장에서 2021년도 예산안 시정연설을 하고 있다. 사진=청와대 홈페이지
▲ 문재인 대통령이 10월28일 오전 국회 본회의장에서 2021년도 예산안 시정연설을 하고 있다. 사진=청와대 홈페이지

‘정의로운 전환’은 어디로?

이제 ‘정의로운 전환’은 허울 좋은 개살구처럼 곁다리로 언급되던 것에서조차 사라졌다. ‘정의로운 전환(Just Transition)’이란 노동자 및 지역 공동체의 이익과 노동 기간의 손실 없이 고용이 유지되도록 하고 기후위기를 초래한 대기업과 부자들에게 더 많은 책임을 지게 한다는 것이다. 미국과 유럽에서 시작된 이런 ‘정의로운 전환’은 이제 세계적으로 기후 위기 대응 원칙으로 사고하게 되었다.

하지만 정부는 기후 위기를 초래한 기업에 오히려 보조금을 주고 있다. 이 보조금은 유류지원금이나 석탄 보조금처럼 탄소유발 제품에 주어지는 (특정 계층에 대한) 직접적인 보조금도 해당하지만, 전기차 등 친환경 차를 샀을 때 주어지는 보조금도 마찬가지다. 자동차나 석탄산업 기업에 주어지는 이 같은 보조금은 모두 마찬가지로 전환비용을 국가 세금으로 대신하는 것이다.

시장주도의 에너지 전환은 특정 민간 기업에 대한 보조금, 독점보장 등으로 독점기업에 대한 특혜적 지원 성격을 갖는다. 가령 수소경제 전환과 관련해서도 정부는 2030년까지 460억 달러(약 54조 원)를 수소 등 재생에너지에 투자해 인프라를 구축한다. 이 사업이 민간자본에 의해서만 진행되면 당연히 자본이 부담해야 할 비용이지만 정부가 세금으로 이를 대신하는 것이다. 그 결과 수소경제로 전환해도 전환비용은 대부분 국가가 부담하고 자동차 관련 현대차의 독점체제는 그대로 유지될 뿐 아니라 오히려 강화된다.

그러므로 이제부터는 다른 무엇보다 에너지 전환에 따른 피해가 노동자와 시민 등 사회공동체로 전가되지 않고 기후위기를 유발한 주체들이 전환비용을 책임지는 ‘대원칙’을 다시 확인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그래야 정부가 기업에 휘둘리지 않고 2030년을 전후로 석탄발전 중단 및 내연기관차 폐지를 전망할 수 있고 목표로 한 탄소배출량 감축을 현실적인 것으로 만들 수 있다.

여기에 노동자와 시민들은 ‘탄소세’나 여타의 환경부담금이 기업에 부과되면 그 제품을 사는 것으로 비용을 부담한다. 탄소세나 환경부담금 등이 부과되면 기업은 제품 가격에 이를 반영할 것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비용을 제외하고 남은 이윤, 이익잉여금 또는 사내유보금에 대해서 직접 부과되어야 한다. 이는 엄밀히 말해 기업에 부담이 가는 것이 아니라 ‘주주’에 부담이 가는 것이다. 이윤이나 유보금 등에 부과하는 세금은 기업의 정상적인 영업활동과 생산활동에 별다른 영향을 미치지 않고 다만 주주들의 배당금을 줄일 뿐이다.

그동안 ‘기업 부담’이라는 말로 주주들이 져야 할 책임을 회피해 왔다. 실제 탄소발생 산업을 유지해 이득을 본 것은 ‘기업’이라는 포괄적인 주체라기보다 일차적으로 ‘주주’다. 탄소발생 기업 주주들에게 책임을 묻고 전환비용 의무를 지게 하는 것이 최소한의 ‘정의’이고 ‘공정’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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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 2020-11-03 13:43:47
탄소 제로라는 것은 에너지 패권/자립/기술을 요구한다. 여기서 가장 중요한 것이 민관협력이다. 기술도 안되면서 전자정부를 1950년대부터 외쳤던 일본의 현재가 어떤가. 도장/팩스만 쓰고 있다. 국민이 정치에 관심을 둬야 취약계층을 보호할 수 있듯이, 탄소 정책과 현재 수준(기술)을 알아야 에너지 독립으로 가는 것이다. 이는 정부만 해서 되는 게 아니라, 민관이 협력해야 한다. 말만 해서 다 된다면 지금이라도 이 해로운 원자력부터 다 부숴야 하지 않는가. 근데, 에너지는 어디서 가져올 건가. 현실과 시대 상황(핵심)/기술/협력/참여가 이뤄줘야 한다. 이번 코로나 사태처럼 공조가 이뤄져야 한다는 뜻이다. 극단적으로만 생각하면, 일본처럼 1950년대 전자정부를 주장하다가 2020년대까지 팩스/도장만 쓸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