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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민의 경제기사비평] 국가채무 관련 기사가 뻔한 이유
[이상민의 경제기사비평] 국가채무 관련 기사가 뻔한 이유
[이상민의 경제기사비평]  

뻔한 것은 재미가 없다. 나는 한화 팬이긴 하다. 그러나 올해 9회까지 본 한화 경기는 거의 없다. 결과가 뻔하기 때문이다. 가을야구까지 바라지도 않는다. 탈꼴찌의 가능성도 없다. 

마찬가지다. 나는 재정을 분석하는 사람이기는 하다. 그러나 국가채무 관련 언론 기사 중 끝까지 읽은 기사는 거의 없다. 결과가 뻔하기 때문이다. “국가채무 비율 40%를 넘었는데, 이는 재정건전성에 위배된다.” 정도의 논리다. 언론사 성향에 따라 “코로나19의 위기에서 국가채무 비율 40% 초과는 불가피하다. 미국이나 일본 등 채무비율은 더 높다” 정도의 논리를 첨가하기도 한다. 그러나 큰 틀에서는 마찬가지다. 국가채무 비율 40% 초과 여부가 재정건전성을 가르는 잣대라는 대전제는 같다. 그러나 재정의 지속가능성을 판단하는 데는 여러 평가 기준이 있다. 국가채무비율은 여러 잣대 중의 하나일 뿐이다. 

일단 국가채무 비율이 무엇인지부터 생각해보자. 국가채무 비율은 국가채무를 GDP로 나눈 값이다. 그럼 국가채무가 무엇일까? 국가채무는 중앙정부와 지방정부의 채무를 뜻한다. 올해 국가 채무 847조원 중에서 국채만 815조원이다. 결국 국채나 차입금 등을 GDP로 나눈 값이다. 개념은 간단하다. 

▲ 사진=pixabay
▲ 사진=pixabay

 

그런데 국가채무도 국가채무 나름이다. 쉽게 예를 들어보자. 연봉이 5000만원인 두 사람이 있다. 그런데 한 사람은 빚이 1억원이고, 다른 사람은 빚이 1000만원이다. 누구 재정 상태가 더 건전한가? 정답은 “알 수 없다”이다. 빚이 1000만원인 사람은 생활비가 없어서 카드론 대출을 받은 사람이다. 그러나 빚이 1억원이 있는 사람은 10억원짜리 주택을 사면서 담보대출을 받은 사람이다. 단순히 빚을(국가채무를) 연봉(GDP)으로 나눈 수치는 오해의 소지가 많다.

국가도 마찬가지다. 국가채무 중 대응 자산이 있는 채무도 있지만 그렇지 않은 채무도 있다. 대응되는 자산이 있는 채무 중 가장 중요한 것은 외화 매입 용도로 발행하는 국채다. 기축통화국이 아닌 한국은 정부에서 많은 외화를 보유해야 한다. 외화를 사려면 돈이 필요한데 대부분 국채를 발행해서 마련한다. 즉, 외화를 매입하고자 국채를 발행하면 발행량 전체가 국채가 된다. 그러나 외화라는 대응 자산이 있어 걱정하지 않아도 되는 채무다. 

2020년 국가채무 847조원 중 약 40%에 가까운 330조원은 이렇게 대응되는 자산이 있는 채무다. 그런데 이렇게 걱정할 필요 없는 채무(대응자산이 있는 채무, 금융성 채무)와 걱정해야 하는 채무(대응자산이 없는 채무, 적자성 채무) 두 개를 다 섞어놓고, 이 둘을 합친 채무비율이 40%를 넘어가면 재정이 건전해지지 않는다는 기준은 좀 불완전한 기준이다. 이 둘을 합친 채무비율을 일정하게 유지해야 한다면, 정부는 꼼수를 쓰고 싶어진다. 실제로 정부는 올해 2차 추경에서 ‘세출구조조정’이라는 이름으로 외평기금 지출을 2.8조원 줄였다. 2.8조원의 국채는 덜 발행했으나, 이를 통해 지킬 수 있는 재정건전성 효과는 대단히 제한적이다. 그런데 어쩌겠는가. 다들 국채비율이 40%가 넘는지만을 들여다보고 있으니 재정건전성과 상관이 없는 금융성 채무라도 줄여서 국채비율을 줄이고 싶은 생각은 들기 마련이다.

▲ 국가채무 관련 기사들
▲ 국가채무 관련 기사들

 

참고로 말하면, 한국 국가부채 비율은 2020년 GDP대비 48.4%이지만 대응되는 자산이 있는 부채를 제외한 순부채는 GDP 대비 18%다.(IMF outlook, oct. 2020) 한국보다 부채비율이 더 건전하다고 알려진 뉴질랜드(총부채 48%, 순부채21.3%)나 체코(총부채39.1%, 순부채27.3%) 보다 GDP 대비 순부채 비율은 더 건전하다.

그런데 ‘국가채무’ 비율 40%를 절대적 기준인 양 쓰는 언론도 문제지만, ‘국가부채’ 비율 40%는 아예 팩트가 틀리다. 채무와 부채는 다른 개념이다. 채무는 현금주의 개념의 국채나 차입금 등을 뜻한다면, 부채는 발생주의 개념으로 실제로 갚아야 할 모든 경제적 지출을 의미한다. 국가부채(일반정부 부채, D2) 비율이 40%를 넘은 것은 이미 2015년도다.

결국, 재정의 지속가능성을 짐작할 수 있는 잣대는 국가채무비율 말고도 많은 기준이 존재한다. 앞서 말한 순부채 비율이나 국가부채 비율(D2)은 물론이고, 국채이자 비율이나 공공부문 부채비율, 재정수지 비율 등 많다. 이러한 기준을 종합적으로 판단하고 비판하는 기사를 보는 것과 한화가 우승하는 것 중 어느 것이 더 쉬운일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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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물사려니 2020-11-27 17:39:50
글 잘 보았습니다. 감사합니다.

바람 2020-11-07 16:10:57
2008년 경제위기 후에 미국은 돈을 풀었고, EU는 아끼면서 허리띠를 졸라맸다. 상식적으로 보면, 서로 아껴야 국가가 다시 일어선다고 생각할 것이다. 그러나 현재 미국과 EU의 경제력을 비교하면 누가 우위에 있는가. 미국이다. 한 번의 결정으로 유럽은 아직도 경기침체(지금은 열심히 양적 완화)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물론 둘 다 기축통화 국가지만, 상황은 시대 상황에 따라 바뀌고 너무 뻔한 정책(돈 풀기/잠그기)만 계속 반복할 경우 그 효과는 반감된다. 일본의 무한 양적 완화(처음은 좋았지만, 그 이후 계속 추락)가 대표적 예다. 시대 상황에 맞게 매우 적절한 판단을 해야 한다. 이 판단을 어찌하는가에 따라, 미국이 될 수 있고 유럽이 될 수도 있다. 역사를 참고하면서 모두가 공조해야 이겨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