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만적 보험영업 방송이 논란이 돼 종영된 EBS ‘머니톡’이 부산경남지역 민영방송 KNN에도 방영돼 부산 민주언론시민연합이 이를 지적했다.

부산 민주언론시민연합은 ‘지역언론 톺아보기’ 모니터 보고서를 통해 7월부터 KNN에서 방영되는 머니톡 프로그램 문제를 조명했다.

부산 민언련은 “KNN은 매주 토요일 오전 8시 ‘머니톡’을 방송했다. 프로그램을 자체 제작하지는 않고 EBS ‘머니톡’을 그대로 편성·방송했고, 상담 안내 번호만 지역번호로 바꿔 공개했다”고 했다. KNN은 7월부터 해당 프로그램을 방영해 4월부터 방영된 EBS 본방송과는 3개월 가량의 시차가 있다.

앞서 미디어오늘은 지난 7일 EBS 머니톡이 키움에셋플래너의 보험 영업을 위한 개인정보를 제공하는 기만적인 방송이라고 보도했다. 키움에셋플래너 협찬으로 제작된 이 프로그램은 이 업체 소속 직원들이 전문가로 출연하고, 시청자 재무설계·보험상담을 통해 개인정보를 수집해 자사 보험설계사들에게 마케팅비 분담금 명목으로 건당 7만~8만원에 판매했다. 논란이 되자 김명중 EBS 사장은 국정감사에서 사과하고 프로그램을 종영했다. 

▲ KNN '머니톡' 방송 갈무리.
▲ EBS '머니톡'(위)과 KNN '머니톡' 방송 갈무리.

특정 업체의 협찬으로 제작돼 방영 중인 프로그램을 경쟁 지상파 방송사에서 구매해 방영하는 건 이례적이다. 형식은 KNN이 EBS로부터 구입한 프로그램이지만 방송 내 안내번호를 지역에 맞게 바꿔 영업하고 있어 키움에셋플래너와 별도의 협찬 계약을 맺었을 가능성이 있다. 키움에셋플래너 협찬으로 제작한 ‘TBC 행복설계 알짜배기’ 역시 다른 지역방송에서도 방영했다.

KNN 머니톡도 EBS 머니톡과 같은 방식으로 전화 및 홈페이지를 통해 재무상담 및 보험설계 신청을 받고 있었다. 부산 민언련은 “KNN 방송사 홈페이지에 접속해 무료상담 버튼을 누르면 개인 정보를 입력하는 페이지로 넘어가는데 키움에셋플래너에 개인정보가 전달돼 보험 영업에 활용된 것”이라고 지적했다. 

부산 민언련은 “홈페이지에서 안내한 콜센터에서는 ‘KNN 돈이 되는 머니톡 콜센터’라고 안내하는데, 키움에셋플래너가 위탁 운영하고 있었다”며 “시청자는 정보를 제공하고 상담이 진행되고 나서야 해당 업체를 알 수 있다”고 했다.

▲ KNN '머니톡' 재무설계 및 보험상담 화면 갈무리.
▲ KNN '머니톡' 재무설계 및 보험상담 화면 갈무리. KNN '머니톡' 홈페이지에서 '상담신청'을 누르면 뜨는 페이지인데, KNN 홈페이지처럼 보이지만 키움에셋플래너 홈페이지다.

그러면서 부산 민언련은 “협찬 방송임을 제대로 공지하지 않은 채 유용한 재무상담 서비스를 하는 것처럼 방송한 EBS와 KNN은 시청자를 기만한 것과 다르지 않다”며 “최근 유튜버의 ‘뒷광고’ 논란과 함께 언론사의 협찬도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다. 시청자 권익을 보호할 사회적 논의나 제도 개선이 필요함은 물론 방송사 스스로 시청자 신뢰를 얻기 위해 무엇을 해야 할지 고민해야 할 시점”이라고 지적했다. 

KNN 머니톡은 방송에서 별도의 결방 공지 없이 10월17일 이후부터 방영하지 않고 있다. KNN홈페이지에는 방영 중인 프로그램, 종영 프로그램 리스트에서 머니톡 페이지가 뜨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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