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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비사건, 불법광고, 회계조작까지 비극 예고한 MBN
로비사건, 불법광고, 회계조작까지 비극 예고한 MBN
“나는 몰랐다”는 장대환 회장, 11년 전엔 종편추진위원장… 소유·경영 분리 요구 귀 열어야

MBN은 1993년 케이블 경제 채널로 출발했다. MBN 모회사는 경제 종합일간지 매일경제신문이다.

매경 사주 장대환 매경미디어그룹 회장은 매일경제 창업주 고 정진기씨의 외동 사위다. 장인 사업을 이어받은 장 회장은 1986년 미국에서 귀국해 매일경제 기획실장으로 신문 경영에 첫발을 내딛었다. 이후 이사, 상무, 전무 등을 거쳐 1988년 매경 대표이사 사장이 됐다.

장 회장 바람은 매경 위상을 종합 미디어그룹으로 확고히 하는 것이었다. 1993년 케이블 방송 MBN을 개국한 이유였다. 증권 전문 채널도 출범시키고 경제라디오 채널 사업도 추진했으나 성과는 미미했다. 장 회장은 김대중 정부 시절 국무총리서리에 임명(국회 인준 불허)됐다. 김대중 대통령은 매일경제를 발전시킨 언론사 CEO로서의 능력을 높이 샀다고 알려졌다.

하지만 장 회장은 ‘언론 윤리’에 관해 좋은 평가를 받지 못했다. 장 회장이 기자·간부들에게 ‘비즈니스 마인드’를 강조하고, 광고와 협찬수주에 적극 나설 것을 주문해 언론인들이 마케팅 최전선으로 떠밀린다는 비판이 그때도 팽배했다. 2002년 1월 벤처기업의 언론인 로비 사건인 ‘윤태식 게이트’ 때 매경 기자들이 가장 많이 연루됐다는 사실도 이를 방증했다. 시사저널은 당시 보도에서 “장총리서리에 대해서는 회사 경영자로서는 유능했을지 모르지만 언론사 경영자로서는 문제가 있었다”고 지적했다. 장 회장은 윤리보다 성과를 중시했다.

▲ 장대환 매경미디어그룹 회장. 사진=미디어오늘 자료사진.
▲ 장대환 매경미디어그룹 회장. 사진=미디어오늘 자료사진.

2011년 종합편성채널 MBN 개국은 마지막 퍼즐이자 미디어그룹 명운을 건 사업이었다. 장 회장은 종편으로 가는 길에 앞장섰다. 매경미디어그룹은 2009년 5월 장 회장을 위원장으로 하는 종편추진위원회를 구성해 종편 진출을 준비했다. 이듬해인 2010년 12월1일 방송통신위원회에 종편·보도전문채널 예비사업자 중 가장 먼저 사업계획서를 제출했다.

매일경제는 이 소식을 전하며 “준비된 종편 사업자로서 면모를 보여줬다”고 자평했다. 장 회장이 직접 종편 출범을 지휘했다는 점에서 불법 자본금 충당에 “나는 몰랐다”는 해명은 설득력이 떨어진다.

종편 개국 후 MBN에 적지 않은 잡음이 나왔다. 역시 돈에 관한 것이었다. 가장 대표적 사건은 박근혜 정부 시절인 2015년 ‘MBN 광고영업일지’다. MBN 미디어렙 영업팀이 모기업을 동원해 약탈적 광고영업을 일삼고 방송편성까지 개입한 정황을 담은 내용이다. 종편의 막무가내식 영업 민낯이 드러났다.

민주언론시민연합은 MBN의 불법 광고 행태를 △보도에 업체나 제품을 불법 홍보하거나 광고수주 압력 행사 △뉴스 이외 프로그램에서 제품을 불법적 홍보 △조폭식 각출 또는 뇌물로 의심되는 협찬 증빙 △기자의 불법 광고영업 등으로 분류해 비판했다.

KBS와 MBC가 공영 미디어렙(방송광고 판매대행사) 코바코를 통해 광고영업을 하는 것과 달리, 출범부터 자사 미디어렙의 광고영업을 허가한 ‘종편 특혜’가 조폭식 광고영업을 불러왔다는 평가가 나온 사건이었다. 그 당시 방통위는 MBN에 과태료 처분을 내렸는데 이번 방통위 처분(6개월 24시간 방송 영업정지)에 솜방망이라는 지적이 뒤따르듯 방통위의 미온적 조처는 비판 받았다.

이번 불법 자본금 및 회계조작 문제로 지난 29일 사퇴한 장승준 MBN 사장은 장 회장 아들이다. 1981년생인 장 사장은 2007년 매경 경영기획실 연구원으로 입사한 뒤 ‘초고속 승진’ 코스를 걸었다. 2010년 10월 기획담당 이사, 2012년 1월 상무, 10월 전무, 2014년 2월 매경·MBN부사장 등 그가 걸은 길은 핏줄의 힘을 보여줬다. 아버지의 길을 따라가고 있다. 

장승준 사장은 불법 자본금 충당 사건 등으로 지난해 11월 재판에 넘겨진 뒤 지난 7월 1심에서 벌금 1500만원을 선고받았다. 징역형이 선고된 MBN 임원들에 비해 가벼운 형이다.

이번 사태로 표면적으로 장 회장 일가가 MBN 경영 일선에서 물러났다. 그러나 지난달 말 장승준 사장이 매경 부사장에서 사장으로 승진하는 등 여전히 사주의 팔은 안으로 굽는다. MBN 사태는 소유와 경영이 분리되지 않는 ‘오너 경영’에 대한 대대적 개혁을 요구하고 있다.

전국언론노조 MBN지부는 “이번 처분을 MBN 개혁 출발점으로 삼아야 한다. 개혁 목표는 소유와 경영 분리를 통해 투명하고 공정한 언론을 만드는 것”이라며 “이번 사태에 MBN 구성원들은 언론사 내부에 존재한 제왕적 권력의 힘이 얼마나 강력한지 실감했다. 주요 간부들이 불법적으로 본인 명의를 빌려주고도 한마디할 수 없었던 것도 제왕적 권력의 한 단면일 뿐”이라고 비판했다. 

노조는 주요임원의 임명동의제, 노동이사, 시청자가 추천하는 사외이사 도입, 시청자가 참여하는 사장공모제 등 사내 견제 장치를 요구하고 있다. 사주가 이 같은 노조 요구를 거부할 명분이 더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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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 2020-10-30 18:29:20
방통위는 잘못된 선례를 남겼다. 현재 입법부를 제외하고, 정부권력기관을 견제할 기구가 있는가. 사실상 없다. 검찰의 행태를 보면, 이들은 거미줄처럼 얽혀 서로 권력을 나눠 먹고 있다. 공수처(고위 공직자 범죄 수사처)라도 생기지 않으면, 이들은 국민을 의식하지 않고 마음대로 권력을 휘두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