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사 사장단 외유성 행사에 공공기관 세금 지원을 요구해 ‘공짜 취재’ 논란을 낳았던 기호일보가 사장 사퇴를 요구한 노조를 탄압한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기호일보 노조는 지난 12일과 26일 성명 두 건을 통해 사장의 언론 윤리 위반을 비판하며 사퇴를 요구했다. 지난 2018년 기호일보의 지자체 보조금 횡령 사건과 지난 8월 논란이 된 ‘공짜 취재’ 사태 관련해서다. 

한아무개 기호일보 사장은 2018년 12월 지자체 보조금 2억6000여만원을 빼돌려 횡령한 혐의로 인천지법에서 징역 1년6월에 집행유예 3년을 받았다. 조아무개 전 사업국장은 같은 혐의로 징역 2년6월이 선고돼 기호일보에서 해고됐다. 

▲기호일보 제호.
▲기호일보 제호.

 

노조는 26일 성명에서 “회사는 당시 금전적 피해를 입었지만 등기이사인 사장은 아무 책임을 지지 않았다. 취업규칙 74조(해고) 10호에 따르면 ‘형사상 유죄판결 받은 자’는 해고된다”고 지적했다. 

기호일보는 또 지역 언론 이익단체인 ‘대한민국지방신문협의회’의 외유성 회의 비용을 ‘팸투어’(홍보를 대가로 제공받는 관광) 명목으로 인천관광공사에 요청해 구설에 올랐다. 인천관광공사는 지난 8월 20명 안팎의 사장단이 인천 팔미도를 여행하는 데 드는 뱃삯, 식비, 투어비용 등 135만원을 세금으로 지원했다. 이 협회의 부회장이 기호일보 한 사장이다. 기호일보는 비용 지원을 공문으로 요청했다. 

기호일보 노조는 이에 진상규명과 공식 사죄, 재발방지 약속을 촉구했다. 특히 26일엔 비판 강도를 높여 “(이 논란의) 책임을 지고 업무 책임자와 함께 경영 일선에서 물러나 달라”고까지 했다. 

성명을 낸 바로 다음 날 이아무개 기호일보 노조위원장은 관리자로부터 시말서와 경위서 작성을 지시받았다. 월요일 신문에 실릴 기사 마감을 제때 하지 않았다는 이유다. 원래 금요일이 마감 기한이나 편집이 일요일에 이뤄져 통상 토요일이나 일요일까지 기사를 송고하는 직원들이 적지 않았다. 그런데 이 노조위원장이 최근 기사 한 꼭지를 일요일까지 마감했다며 갑자기 시말서를 요구받은 것. 

일부 직원들은 비판 성명 작성 경위도 조사받았다. 편집국의 한 간부는 직원 2명을 대상으로 각각 30분, 1시간씩 일대일 면담을 했다. 비판 성명을 누가 적었고 누가 참여했는지, 조합원 모두가 동의했는지 등을 캐물었다고 알려졌다. 사장으로부터 따로 ‘내가 회사 사직하는 걸 원하느냐’는 문자메시지를 받은 평기자도 있었다. 

▲29일 회사 총무과가 전 직원, 타사 기자 등에 보낸 '기호일보 구성원 45명 일동' 명의 성명문 공지 문자. 이 성명엔 "노조 행위는 회사를 흔드는 자해행위"란 내용이 담겼다.
▲29일 회사 총무과가 전 직원, 타사 기자 등에 보낸 '기호일보 구성원 45명 일동' 명의 성명문 공지 문자. 이 성명엔 "노조 행위는 회사를 흔드는 자해행위"란 내용이 담겼다.

 

29일엔 회사가 노조를 비판하는 성명을 직접 공지 문자로 돌렸다. 성명 명의는 “기호일보 구성원 45명 일동”이지만 발신 번호는 ‘032-761-0***’로 기호일보 총무과였다. 사내 직원을 포함해 타사 기자 등 외부인들까지 받았다. 

이를 두고 회사가 개입한 성명이라는 추측이 분분했다. 지난 수일 동안 간부들이 일부 직원들에게 질책했던 논리와 거의 흡사해서다. 이 성명은 “(노조가) 기호일보를 흔들어대고 있고, 자해로밖에 생각되지 않는다”거나 “전체 직원 의견을 수렴하기 위한 어떤 조치 없이 일방적으로 성명서를 발표해 많은 구성원들은 아쉬움을 넘어 상처 받았다”고 썼다. 특히 사장이 비위행위엔 “전체 진행 과정에서 법적인 문제는 물론 도덕적인 문제도 없었던 것이 사실로 확인됐다”고 비호했다. 

미디어오늘은 입장을 듣기 위해 기호일보 경영진에게 29~30일 연락했으나 답을 받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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