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이 전직 대통령 이명박씨에게 징역 17년형을 확정했다. 자동차 부품업체 다스의 자금 수백억원을 횡령하고 삼성에서 거액의 뇌물을 받은 혐의가 인정된 것이다. 30일 보수신문은 ‘전 대통령에 대한 유죄 선고’가 문제라며 ‘사면 본격화’를 주장했다.

대법원 2부(주심 박상옥)는 29일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뇌물 등 혐의로 기소된 이명박씨의 상고심에서 징역17년과 벌금 130억원, 추징금 57억 8000여만원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현재 구속집행정지로 풀려나 있는 이씨는 오는 2일 재수감될 예정이다.

이씨는 자동차 부품업체인 다스 회삿돈 약 349억원을 횡령하고 삼성으로부터 다스 미국 소송비 약 119억원을 포함해 총 163억원가량의 뇌물을 받은 혐의를 받았다. 대법원이 1·2심과 마찬가지로 다스의 실소유주가 이씨라고 인정한 것이다.

이씨는 1991~2007년 친인척 명의로 다스 지분을 소유하면서 자금 350억원가량을 빼돌리고 대통령에 재직하며 삼성그룹이 다스 관련 소송비를 대납하도록 한 것 등 7개 혐의로 2018년 4월 재판에 넘겨졌다. 이씨는 다스의 실제 주인이 아니라고 부인해왔다.

이씨는 “대법원은 공정하지도 정의롭지도 못했다”며 “법치가 무너졌다. 나라의 미래가 걱정된다”고 했다.

▲30일 조선일보 5면
▲30일 조선일보 5면

조선일보는 이씨가 받은 양형 크기와 그가 밝힌 입장을 주요하게 보도했다. 유죄로 판단한 이씨 행위보다 법원의 전 대통령 유죄 선고 사실을 주되게 다루며 사면권을 거론했다.

조선일보는 1면에 이어지는 머리기사 “MB 세 번째 수감, 연금도 박탈… 야 ‘대통합 차원 결단을’”에서 전두환과 노태우, 박근혜, 노무현 전 대통령을 함께 언급했다. “전직 대통령 잔혼사가 한국 정치에 선 공식”이라며 “일각에선 이날 이명박 전 대통령의 형이 최종 확정됨에 따라 향후 사면 논의가 본격화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고 했다.

조선일보는 야권이 사면을 청와대와 여당에 공개 요구해왔다며 “김영삼·김대중 전 대통령의 ‘대승적 사면’을 문 대통령도 참고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이라고 소개했다. 조선일보는 문희상 전 국회의장도 “사면을 겁내지 않아도 될 시간이 됐다”며 “문 대통령의 성격을 아는데 민정수석 때 했던 태도를 보면 아마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고 했다. 이 신문은 청와대 관계자의 “판결 당일 사면을 얘기할 사면을 얘기할 사안은 아닌 것 같다”는 말도 덧붙였다.

▲30일 한국일보 6면
▲30일 한국일보 6면

한국일보는 “이 전 대통령이 지금껏 보석 또는 구속집행정지 결정으로 실제 복역한 기간은 1년이 채 되지 않아 특별사연 등 조치가 없는 한 이 전 대통령은 앞으로 16년 넘는 세월을 차디찬 감방에서 지내야 할 처지가 됐다”고 했다. 한국일보는 대통령의 특별사면권 행사 가능성을 변수로 제시하며 “박근혜 전 대통령까지 형이 확정될 경우, 보수 진영을 중심으로 ‘정치적 화해’ 차원의 사면 요구가 나올수 있다”고 했다.

한편 다른 신문들은 이씨의 ‘다스 실소유주’ 논란이 그가 대선 후보로 부상한 2007년 불거진 지 13년 만에 마침표를 찍었다는 데 무게를 뒀다.

경향신문은 ‘13년 끌었던 다스 실소유주 논란 일단락’에서 이씨가 받던 주요 혐의를 표로 정리했다. 경향신문은 “다스의 자금을 빼돌리고, 대통령 재직 시절 청와대와 외교부 직원으로 하여금 다스의 미국 소송을 지원하도록 했으며, 삼성으로부터 법률 자문료를 대납받고, 이팔성 전 우리금융지주회장 등으로부터 기관장이나 공직 대가 뇌물을 받았으며, 국가정보원의 특수활동비를 빼돌린 혐의 등”이라고 소개했다.

▲30일 경향신문 인포그래픽
▲30일 경향신문 인포그래픽

한겨레는 1면에서 “(이씨가) 2007년 강력한 대선후보로 부상한 뒤 제기됐던 ‘다스는 누구 것인가’라는 의문과 논란이 13년 만에 사법적 판단을 통해 마침표를 찍게 된 것”이라고 했다.

동아일보는 정치권 반응을 기사로 전하며 이씨 자택을 찾은 이재오 전 의원 등의 ‘(판결이) 정치 보복’이라는 주장과 국민의 힘 측의 신중한 반응, 이번 판결을 검찰 개혁의 계기로 삼아야 한다는 여권 반응을 나란히 전했다.

민주당 ‘무공천 번복’에 “원칙 허물기 처음 아냐”

더불어민주당이 내년 4월 서울·부산시장 보권선거 공천 여부를 전 당원투표에 부치기로 했다. 민주당이 원인을 제공한 보궐선거엔 후보를 내지 않겠다는 당헌을 사실상 뒤집었다는 비판이 나오는 가운데, 아침신문들은 논조를 막론하고 민주당이 스스로 내건 원칙을 거듭 허물며 정치 불신을 낳는다고 비판했다.

이낙연 민주당 대표는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후보 추천의 길을 여는 당헌 개정 여부를 전체 당원 투표에 부쳐 결정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신문들은 이는 사실상 무공천 당헌을 개정하고 후보를 내는 쪽으로 귀결될 것으로 내다봤다.

민주당의 당헌 96조5항은 “당 소속 선출직 공직자가 부정부패 사건 등 중대한 잘못으로 그 직위를 상실해 재보궐 선거를 실시하게 된 경우 해당 선거구에 후보자를 추전하지 아니한다”고 명시한다. 서울·부산 선거는 박원순 서울시장과 오거돈 전 부산시장의 위력에 의한 성추행 의혹으로 공석이 됐다.

▲30일 한국일보 1면 머리기사
▲30일 한국일보 1면 머리기사

경향신문과 국민일보, 세계일보, 조선일보, 한겨레, 한국일보가 관련 사설을 냈다.

국민일보는 “정치개혁 후퇴시킨 민주당의 무공천 번복, 유감스럽다”란 제목의 사설에서 “당헌에 명시한 약속을 지키지 않는 게 책임 있는 선택이라는 논리는 궤변에 가깝다”고 했다. 이 신문은 “이번 주말 당원 투표가 실시된다니 긴 안목의 현명한 결정을 기대한다”고 했다. 조선일보는 “무슨 일을 저질러도 이기니 이제 못하는 게 없다” “참으로 얼굴이 두껍다”며 맹비난했다.

▲30일 국민일보 사설
▲30일 국민일보 사설

경향신문은 “이런 일로 정치 냉소주의를 부추기는 것이야말로 정치개혁에 정면으로 역행하는 처사”라고 했다. 경향신문과 세계일보, 조선일보, 한겨레, 한국일보는 민주당이 21대 총선을 앞두고 준영동형 비례대표제를 도입하며 ‘비례위성정당은 절대로 만들지 않겠다’고 밝혔지만 이를 뒤집고 위성정당에 가세한 논리와 닮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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