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MBC 소속 영상 기자들이 비정규직 오디오맨들에게 업무 실수를 했다는 이유로 욕설과 폭언을 하고 성적인 발언까지 했다는 증언이 나왔다. 일부는 반복적으로 업무 외 운전 심부름을 시켜, 복수의 오디오맨이 직장 내 괴롭힘을 견디다 못해 그만뒀다고 한다. 제주MBC는 30일 오전 이와 관련해 인사위원회를 연다.

제주MBC는 이달 초 영상 기자들이 오디오맨들을 대상으로 집단 괴롭힘을 가해온 사건을 노동조합 문제 제기로 접한 뒤 영상센터장을 보직해임하고 회사 차원의 조사단을 꾸려 조사를 진행해왔다. 제주MBC 소속 영상기자 8명 가운데 보도부문 영상기자는 4명가량으로, 이중 영상센터장과 부장급 2명 등 3명이 가해자로 지목됐다.

제주MBC 안팎 관계자들에 따르면 이들 영상기자는 오디오맨이 운전 중 길을 잘못 들거나 주차를 매끄럽게 하지 못한다는 등 이유로 폭언하고, 일부는 복귀하는 길에 ‘X신’ ‘멍청한 새끼’ 등 욕설을 했다는 주장이 나왔다.  촬영물품을 빠뜨리는 등 실수를 해도 고성과 함께 비하 발언을 했다는 내용이다. 방송사 오디오맨들은 영상기자와 짝지어 작업하며, 취재차량 운전 업무를 겸한다.

일부 영상 기자는 자신의 사적 용무에 오디오맨에게 운전 심부름을 시켰다고 한다. 한 기자는 오디오맨에게 사적 업무를 위한 동행을 지시한 뒤, 이를 현장 취재로 안 오디오맨이 촬영 장비를 챙기자 되레 면박하는 일도 있었다.

한 영상 기자는 오디오맨을 상대로 지속적으로 ‘제주 ○○에 가야 술집 여자가 좋다’ ‘제주는 여자가 별로고 서울에 가야 한다’고 발언하고 ‘야동을 보내라’ ‘서울에서 여자를 데려오라’ ‘여자 얘길 해 보라’ 등 요구를 했다고 피해자는 주장했다.

지난해부터 현재까지 최소 2명의 오디오맨이 이 같은 갑질과 괴롭힘을 견디지 못하고 그만뒀다.

▲사진=게티이미지
▲사진=게티이미지

업무상 상하관계, 고용안정 극도 비대칭…“터질 게 터져”

제주MBC 내부 사정을 잘 아는 복수의 취재원은 영상기자들이 갑질을 일삼아도 견제가 어려운 업무 환경이라고 입을 모은다. 영상기자와 오디오맨의 업무상 수직관계가 명확한 한편, 지시를 받는 쪽인 오디오맨의 고용은 극도로 불안정한 탓에 이를 이용한 괴롭힘 관행이 구조적으로 자리잡았다는 것이다. 오디오맨은 파견 비정규직으로, 각기 다른 파견업체에 속해 1년 계약을 맺고 해마다 연장할지 정하는 방식으로 고용된다. 영상 기자는 방송사 직속 정규직이다. 오디오맨은 영상기자와 1대 1로 동행하며 지시에 따라 영상 촬영을 보조하고 운전을 하는 업무를 맡는다.

제주MBC 사정을 잘 아는 A씨는 “오디오맨은 어차피 파견이니 기본적으로 식구가 아니라 잠깐 왔다 가는 사람이자 심부름꾼이라고 여기는 인식이 크다”고 말했다.

인맥이 비교적 주요하게 작용하고 외부 감시가 적은 지역적 특성 탓에 영상기자들이 견제 받지 않고 갑질을 지속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B씨는 제주MBC 영상센터 내 오디오맨 갑질 관행을 시인하며 “서울 (방송사)에서는 이런 일을 접해본 적이 없다. 해당 지역 현장에서 만나는 회사 안팎 관계자들이 대부분 끈끈한 사이이다 보니, 그런 일이 발생해도 넘어가는 것 같다”고 했다. 다른 관계자는 영상센터 안에서도 보도 부문은 편성부문에 비해 시간 제한이 촉박해 취재가 급박하게 돌아가면서 오디오맨 같은 업무상 약자를 추궁하고 다그치는 환경이라고 말했다.

이승염 제주MBC 사장, 시청자위서 ‘제대로 조치하겠다’

한편 조사 중 업무 배제된 가해 지목인들이 다시 현장에 투입되면서 사측의 처사가 논란이 되기도 했다. 제주MBC는 가해자로 지목된 3명 가운데 영상센터장 등 2명에게 이달 중순께부터 오디오맨과 동행하는 영상 취재를 지시했다.

사측은 이들을 대기발령 조치한 건 지난 20일 시청자위원회에서 관련 사건에 문책이 나온 뒤다. 복수의 시청자위원이 회의에서 오디오맨 괴롭힘 관행에 책임 있는 조치를 촉구했다. 한 위원은 ‘방송제작 문화가 이렇다면 약자 차별 문제에 민감해야 할 방송 콘텐츠에도 영향이 있을 수 있어 문제가 심각하다’고 지적한 것으로 전해졌다. 다른 위원은 파견 비정규직인 오디오맨들에 대한 고용상 불이익이 없도록 당부했다.

이승염 제주MBC 사장은 “부끄럽다”며 해당 영상센터장을 보직해임(업무배제)했으며 피해 오디오맨들에게 불이익이 없도록 약속하고 빠르게 제대로 조치하겠다는 취지로 답한 것으로 전해졌다.

제주MBC 측은 미디어오늘 취재에 응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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