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이 29일 이명박 전 대통령의 다스 비자금 횡령, 삼성전자에서 받은 뇌물 혐의 등 혐의로 징역 17년에 벌금 130억원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현재 보석으로 풀려나있는 이 전 대통령이 2~3일 지나 다시 수감될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일부 언론에선 벌써 특별사면 얘기를 꺼내며 문재인 대통령을 압박하는 모양새다. 

문화일보는 이날 “다스의 美소송비 94억 뇌물 인정… MB 성탄절 특별사면 논의 불붙나”이란 기사에서 “일각에서는 이 전 대통령 확정 판결이 나온 만큼 특별사면 대상에 포함돼 성탄절을 앞두고 사면 관련 논의가 정치권을 중심으로 불붙을 것으로 보고 있다”며 “재심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어 “재심 또는 법이 허용하는 모든 수단을 통해 진실이 밝혀질 수 있도록 앞으로 계속 노력할 것”이라는 이 전 대통령 측 강훈 변호사는 이날 선고가 내려진 뒤 취재진과 만나 나눈 이야기도 함께 전했다. 

▲ 이명박 전 대통령 특별사면을 거론한 언론보도
▲ 이명박 전 대통령 특별사면을 말하고 있는 언론보도

중앙일보도 이날 “‘다스는 MB것’ 이명박 징역17년 확정, 사면 조건도 갖춰졌다”란 기사에서 “이 전 대통령에겐 암울한 날처럼 보인다”며 “하지만 이 전 대통령은 이날 판결로 형이 확정돼 '대통령 특별사면'의 조건을 갖추게 됐다”고 보도했다. 이어 전직 대통령 박근혜씨의 경우 징역 20년을 선고받았는데 검찰이 대법원에 재상고를 한 사실을 전하며 “대법원이 검찰의 재상고를 받아들이지 않을 경우 박 전 대통령도 특별사면 대상자가 될 수 있다”고 보도했다. 

한국경제는 기사 제목에서 문 대통령을 직접 언급했다. 한경은 이날 “‘사면조건’ 갖춘 이명박..정치적 결단 불가피해진 文대통령”이란 기사에서 “아이러니하게도 이번 대법원 판결로 인해 정치권에서는 이명박 전 대통령 특별사면에 대한 논의가 본격화될 전망”이라며 “보수 야권은 국민 대화합 차원에서 박근혜‧이명박 전 대통령을 사면해달라고 공개적으로 요구해왔다”고 보도했다. 

한경은 형이 확정되지 않아 두 전직 대통령 사면에 대한 입장을 문 대통령이 밝히지 않은 사실을 거론하며 “그러나 이제는 이명박 전 대통령의 형이 확정됨에 따라 사면권 행사 여부를 결정할 조건이 완성된 것. 문 대통령은 정치적 결단을 피할 수 없게 된 상황”이라고 했다. 

또한 김대중 전 대통령은 당선자 신분 시절 김영삼 전 대통령에게 전두환, 노태우씨 사면을 요청해 관철한 사례를 들며 “이런 전례를 살펴볼 때 이명박 전 대통령을 방치하는 것은 문 대통령에게도 정치적 부담이 크다”고 했다. 

이들 보도 모두 이 전 대통령의 대법 판결 채 하루도 지나지 않았고, 보석으로 풀려났다가 아직 재수감도 되지 않은 시점에 특별사면부터 꺼낸 것이다. 이는 이 전 대통령의 죄질이나 사회에 끼친 피해보다는 전직 대통령이 감옥에 간다는 사실 내지 정치적 고려를 앞세운 보도로 평가할 수 있다. 

▲ 이명박 전 대통령. 사진=노컷뉴스
▲ 이명박 전 대통령. 사진=노컷뉴스

이 전 대통령은 지난 1992~2007년 다스를 실소유하면서 비자금 약 340억원을 조성(횡령)하고, 삼성에 BBK 투자금 회수 관련 다스 소송비 67억7000여만원을 대납하게 하는 등 혐의로 지난 2018년 4월 재판에 넘겨졌다. 삼성이 다스의 소송비를 대납했다는 혐의와 관련해서는 61억8000만원의 뇌물 액수를 인정했는데 2심에선 뇌물액을 89억원으로 더 높여 인정했다. 2009년 이건희 전 삼성그룹 회장에 대한 특별사면의 대가로 삼성에서 뇌물을 받았다고 본 것이다. 

천문학적 횡령과 뇌물 액수에도 이 전 대통령은 지난해 1월 1심 선고 이후 보석을 청구해 1년이 채 지나지 않아 풀려났다. 2심 선고 이후 다시 법정구속됐지만 6일만에 다시 풀려났다. 

게다가 이 전 대통령은 “법치가 무너졌다. 나라의 미래가 걱정된다”며 “내가 재판에 임했던 것은 사법부가 자유민주주의의 최후의 보루라는 기대 때문이지만 대법원은 공정하지도 정의롭지도 못했다. 진실은 반드시 밝혀질 것”이라며 대법 판결에 불복하는 내용의 입장을 밝혔다. 

한편 여당은 국민의힘이 전직 대통령 비리에 대해 사과할 것을 요구했다. 신영대 더불어민주당 대변인은 이날 “이 전 대통령에 대한 최초 의혹제기부터 대법원 판결까지 13년이 흘렀다”며 “국민의힘은 이명박, 박근혜 전 대통령의 비리에 대해 국민께 사과하고 과오를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 공수처 출범에 협조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국민의힘은 전직 대통령의 형사처벌을 불행한 역사라고만 밝혔다. 배준영 국민의힘 대변인은 이날 “국민이 선출한 국가원수이자 국정의 최고책임자가 형사처벌을 받는 것은 한국에도 불행한 역사”라며 “되풀이되는 역대 대통령들의 불행이, 개개인의 잘잘못 여부를 떠나, 대통령에게 너무 많은 권한을 준 헌법 체계에서 싹트지 않았는지 깊이 성찰하고 대안을 마련할 때”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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