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를 방문했던 문재인 대통령이 “좋은 인재를 모시기가 정말 쉽지 않다”며 고위공직자 후보에 대한 인사청문제도 개편을 촉구한 것으로 확인됐다. 강민석 청와대 대변인은 29일 춘추관 브리핑에서 전날 있었던 국회 환담회 뒷얘기를 전했다. 내년도 예산안 시정연설 직전에 이뤄진 비공개 대화 내용이다.

설명에 따르면 문재인 대통령은 “인사청문회도 가급적 본인을 검증하는 과정이 되어야 하지 않겠느냐”며 “청문회 기피현상이 실제로 있다. 본인이 뜻이 있어도 가족이 반대해서 좋은 분들을 모시지 못한 경우도 있다”고 지적했다.

대화의 계기는 유명희 WTO 사무총장 후보(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의 결선 진출 관련 대화였다고 청와대는 전했다. 김영춘 국회 사무총장이 먼저 “승패에 상관없이 이번에 대통령께서 후보 연좌제를 깼다”고 말했고, 문 대통령은 “부부는 각각의 인격체 아닌가. 각자 독립적으로 자유로운 활동을 하는 것”이라 답했다.

유명희 본부장의 배우자는 정태옥 전 자유한국당 의원이다. 문 대통령은 이와 관련해 “부부는 각각의 인격체 아닌가. 각자 독립적으로 자유로운 활동을 하는 것”이라 말했다고 전해진다. 강 대변인은 그간 대통령이 인사에 배우자 성향 등은 고려하지 않았다고 강조하는 차원에서, 2017년 지명한 민유숙 대법관 배우자도 야당 소속이었다고 언급했다.

문 대통령은 고위공직자 후보자의 ’도덕성 검증‘은 비공개로 진행하는 방향에도 공감했다. 박 의장이 “국회에서도 후보자의 도덕성 검증은 비공개로 하고, 정책과 자질 검증은 공개로 하는 방향으로 청문회 제도를 고치려고 하고 있다”고 말하자, 문 대통령은 “그 부분은 반드시 개선됐으면 좋겠다”고 화답했다는 것이다. 문 대통령은 또 “우리 정부는 종전대로 하더라도 다음 정부는 벗어나야 한다”고 강조했다고 한다.

▲ 28일 국회에 내년도 예산안 시정여널을 하러 방문한 문재인 대통령이 연설을 앞두고 환담회를 진해하고 있다. 사진=청와대
▲ 28일 국회에 내년도 예산안 시정여널을 하러 방문한 문재인 대통령이 연설을 앞두고 환담회를 진해하고 있다. 사진=청와대

강 대변인은 “작금의 인사청문회 풍토 문화에서 다음 정부는 벗어나야 한다는 취지의 말씀이었다”고 의중을 전했다. “현재 국회에는 인사청문회법 개정안까지 발의되어 있는 상태지만 현재 논의에는 속도가 나지 않고 있다”며 관련 법 개정을 촉구하기도 했다.

청와대 핵심관계자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현재 청문회 기피현장이 심각한 수준이라면 결코 나라를 위해서도 좋은 일이 아닐 것”이라 주장했다. 이 관계자는 “후보자 본인보다도 주변에 대한 얘기들이 많고, 심지어 며느리의 성적 증명서까지 요구하고 있고 그런 상황 아니냐”면서 “굉장히 절실한 과제임에도 아직 국회에서 인사청문회법 개정안이라든지 이것이 제대로 논의되고 있지 않은 상황”이라고 답답함을 토로했다.

다만 개각 계획과 연관된 해석은 경계했다. 도덕성 검증을 비롯한 인사청문회 때문에 인사 영입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 아니냐는 질문에 대해서다. 핵심관계자는 “개각을 하는지 안 하는지도 저희가 공개하지 않았는데 이번에 개각을 하는 것을 전제로 하신 질문”이라고 규정한 뒤 “인사 문제에 대해서는 말했듯이 개각이 있다 없다 등을 포함한 인사 문제에 대해서는 미리 언급하지 않겠다”고 답했다. 앞선 질의응답에서도 이 관계자는 “다음 정부라도 반드시 이뤄져야 한다라는 말은 대통령의 진정성을 담은 발언이라고 생각해 주시면 감사하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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