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공무원 피격에 대한 북한의 사과 통지문을 ‘엉터리’로 칭했던 동아일보 계열사 ‘주간동아’가 관련 기사를 삭제하고 사과했다. 주간동아는 23일 기사를 바로잡는다면서 “사실과 다른 보도로 정부의 발표 내용에 대한 신뢰를 훼손한 데 대해 청와대에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문제의 기사는 “김정은 사과 통지문, 남측에서 37곳 이상 북한식으로 수정했다”라는 제목의 15일자 온라인 기사다. 청와대 국가안보실(NSC)이 공개한 북측 통지문에 사실상의 조작 의혹을 제기했다. 9월25일 공개된 통지문에 ‘남한식 표현’이 사용됐는데, 다음날 ‘북한식’으로 수정됐다는 내용이다. 주간동아는 “정부 여당이 ‘김정은 사과문’이라고 우기고 있는 이 통지문은 ‘엉터리’라는 의혹을 받을 수밖에 없다”면서 “수신 후 수정이 가해지면 이 문서는 가짜라는 소리를 들어도 무방할 정도로 효력을 상실한다는 것이 관계자들의 일치된 의견”이라고 했다.

근거는 ‘청와대 홈페이지 캡쳐 화면’이었다. “당시 사과문은 대한민국 ‘청와대 > 청와대 뉴스룸 > 청와대가 전합니다’ 코너에 올라 있었다. 기자는 그 화면을 캡쳐해 놓았다”는 설명이 달렸다. 기사는 처음 청와대가 입장문을 공개한 뒤 탈북민 출신 이애란씨 등으로부터 “사과문이 이상하다”는 반응이 나왔고, “9월25일 캡쳐해놓은 화면이 있다는 것이 떠올라 둘을 비교”했다는 흐름으로 전개됐다.

▲ 주간동아 홈페이지 갈무리.
▲ 주간동아 홈페이지 갈무리.

‘남한식 표현을 북한식으로 수정했다’고 언급된 내용은 일부 조사·단어 등이다. 예컨대 남한식 ‘이해’를 북한식 ‘리해’로, ‘영해’를 ‘령해’로 고쳤다는 것이다. 통지문 가운데 ‘혈흔’, ‘m’(미터)에 대해서는 각각 ‘핏자국’, ‘메타’라는 표현이 북한식이라고 지적했다. 나아가 주간동아는 “북쪽에서 전화로 불러준 것을 이쪽에서 받아 적었기에 반말과 존대어가 섞이고 일부 단어는 우리 식으로 이해해 표기한 것으로 추정된다”면서 “남북 사이에 특사를 해봤던 이들은 이 통지문을 김정은이 보고 ‘OK’라고 비준을 했겠느냐고 반문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애초 비교대상으로 제시한 ‘청와대 홈페이지 캡쳐’ 자체가 허위였다. 주간동아도 입장문에서 “‘청와대가 말합니다 사이트 화면’으로 보도된 이미지는 실제 사이트 화면을 캡쳐한 것이 아닌 것으로 확인”됐다고 인정한 부분이다. 그러면서도 주간동아는 한동안 해당 기사를 온라인에 남겨뒀다. 캡쳐화면이 없으면 성립될 수 없는 기사를 “해당 이미지와 사진설명, 그리고 관련 기사 부분을 삭제”하는 데 그쳤던 것이다. 입장문이 나온 날로부터 나흘 뒤인 27일에야 기사가 삭제됐다.

청와대 관계자는 미디어오늘에 “전통문(통지문) 자체를 수정하거나 바꾼 사실 자체가 없다. 청와대 홈페이지에 그대로 나와 있다. 가짜에 기반해 기사를 쓴 것”이라며 “팩트에 기반하지 않은 기사 작성 자체가 언론의 기본을 간과한 것”이라 비판했다. 주간동아 측이 사과 입장을 밝히고 기사를 삭제한 점을 고려해 언론중재위원회 제소 등 조치는 취하지 않는다는 방침이다.

▲ 유튜브 채널 '이정훈TV' 영상 목록.
▲ 유튜브 채널 '이정훈TV' 영상 목록.

다만 기자 개인에 대해서는 법적 대응을 검토 중으로 알려졌다. 이 관계자도 “기사를 쓴 기자가 유튜브에서 본인이 썼던 기사와 동일한 내용을 주장하고 있다. 지금도 그런 내용이 그대로 남아있기 때문에 필자 개인에 대한 법적 조치는 고민하고 있다”고 전했다.

실제 해당 기사를 작성한 이정훈 기자는 본인 유튜브 채널(이정훈TV)에 “北 통지문 누가 수정?”이라는 카테고리로 8개 영상을 게재한 상태다. 지난 18일부터는 △(진실게임) 문재인과 박지원에 묻는다 △(진실게임) 청와대 KTV의 北통지문이 다르다 △(진실게임) 청와대는 두 개의 북한 통지문 발표했다 △(진실게임) 북한 통지문 수정 과정 추정 등의 영상이 올라왔다. 이 기자에게 관련 입장을 물었지만, 답변 인용을 원하지 않는다는 반응이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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