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 국회 시정연설에 대해 국민의힘은 정책실패에 대한 반성과 사과가 없었다고 비판했다. 또한 주호영 원내대표가 국회 본회의장 입장 과정에서 청와대 경호팀이 주 원내대표를 수색했다며 고성으로 항의하는 모습도 있었다. 

문 대통령은 28일 오전 국회를 찾아 약 556조원의 내년도 예산안 시정연설에서 ‘공정경제3법’(상법·공정거래법·금융그룹감독법)과 경찰·국정원 등 권력기관 개혁입법 처리,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출범 등을 요청했고, 내년 예산안을 법정기한 내에 처리해줄 것을 기대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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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당은 긍정적인 평가를 내놨다. 최인호 더불어민주당 수석대변인은 이날 서면브리핑에서 “오늘 문재인 대통령의 시정연설은 현재 우리나라의 상황과 대안을 솔직하고 담백하게 의지를 밝힌 것으로 평가한다”며 “‘위기에 강한 나라’임을 전 세계에 증명한 힘은 전적으로 우리 국민의 역량에 있다는 것을 강조한 것으로 우리 국민들의 자긍심을 높이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했다. 

▲ 28일 오전 국회에서 내년도 예산안 시정연설을 하고 있는 문재인 대통령. 사진=노컷뉴스
▲ 28일 오전 국회에서 내년도 예산안 시정연설을 하고 있는 문재인 대통령. 사진=노컷뉴스

 

최 대변인은 “4년 연속 예산안 국회 시정연설은 문 대통령이 국회와의 협치에 얼마나 강한 의지가 있는지를 보여주는 것”이라며 “민주당은 이 점을 높이 평가하며, 초당적 협치 강화로 뒷받침하겠다”고 덧붙였다. 

반면 국민의힘은 예산안을 철저하게 검증하겠다며 정책 실패에 대한 반성이 없었다고 비판했다. 

윤희석 국민의힘 대변인은 논평에서 “‘전대미문의 위기 속에서 협치가 절실하다’는 대통령의 당부가 무색하게 오늘 시정연설은 기대에 한참 못 미쳤다”며 “대통령의 시정연설이었기에 단순한 예산안 설명을 넘어 현안에 대한 진솔한 입장과 정책 실패에 대한 반성과 사과를 바랐지만 오로지 경제3법과 공수처 통과만 강조하며 야당을 압박했을 뿐 국민의힘이 질의한 10가지 사안에 대해 답변 한마디 없었다”고 비판했다.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지난 7월 10가지 질문을 했고, 최근 대통령에게 라임·옵티머스 특검 도입 등 다시 10가지 현안에 대한 입장을 물었다. 

윤 대변인은 “예산안에 대해서도 그릇된 현실 인식과 특유의 남 탓, 그리고 듣기 좋은 말들만을 반복했을 뿐”이라며 “오늘 시정연설을 통해 대통령과 정부의 인식이 국민의 그것과 너무나 동떨어져있다는 아픈 현실을 확인했다”고 지적했다. 

최형두 국민의힘 원내대변인은 논평에서 문 대통령의 경제정책을 비판했다. 최 대변인은 “‘정부의 투자는 민간 일자리 창출의 마중물’이라 했지만, 민간의 투자를 위축시키는 기업규제, 양극화를 고착시키는 노동정책으로는 ‘마중물’을 마르게 할 뿐”이라며 공정경제3법(경제3법)을 비판했다. 이어 “국민의힘은 정부가 제출한 555조 8천억 예산을 철저하고 꼼꼼히 심사하겠다”고 덧붙였다. 

국민의당도 시정연설을 비판했다. 안혜진 국민의당 대변인은 “자화자찬의 표본적 사례, 진정성 제로인 연설”이란 논평에서 “대통령의 연설은 일부 특정 진보 가장 세력을 다시금 엄호하고 그들을 재규합해 단결시키는 의도는 성공했을지 몰라도, 국민이 주인 된 나라, 국민이 염원한 공정하고 정의로운 나라, 거짓을 부끄러워하고 나라를 위해 기꺼이 자신을 헌신하겠다는 소명의식으로 무장된 공직자들로 가득 채워진 나라를 다시 꿈꾸는 것은 그저 한낱 몽상일 뿐임을 각인시켰다”고 했다.

문 대통령이 코로나 방역을 자화자찬한 것을 두고 안 대변인은 “방역의 성공 여부는 아직 논할 단계가 아니다”라며 “국민은 여전히 코로나19의 어두운 터널 속에 갇힌 느낌으로 긴장감 속에 살고 있고, 경제는 그 어느 때보다 침체되어 ‘더 이상 못 참겠다’는 한탄이 불기둥처럼 하늘을 찌를 듯한 일촉즉발의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정의당은 코로나 방역에 대한 긍정평가는 동의하면서도 한국형 뉴딜 등 경제문제에 대해선 비판했다. 정호석 정의당 수석대변인은 브리핑에서 “표면적인 성장률이나 방역 등에 있어서 우리 정부가 선방하고 있다는 점은 인정한다”면서도 “이미 한국형 뉴딜은 민간·금융·대기업 중심으로 흘러간다는 비판에 직면해 있다. 오늘 연설에서 드러난 한국형 뉴딜의 면면은 대기업만이 할 수 있는 성격의 사업들 중심”이라고 지적했다. 

일방적인 개혁에 대해서도 우려를 표했다. 정 대변인은 “물러설 수 없는 개혁과제가 있음은 분명하지만 일방적 독주는 개혁의 명분을 후퇴시킬 것”이라며 “174석의 덩치보다 대화와 설득의 묘를 통해 문제를 해결해달라”고 했다. 이어 “코로나19 위기 속에 ‘민생 우선의 예산’ 원칙하에 예산안을 꼼꼼하게 심의하겠다”고 했다. 

▲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28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382회 국회 제10차 본회의에서 문재인 대통령 시정연설을 앞두고 청와대 경호처 직원이 몸수색을 요청하자 강하게 항의하고 있다. 사진=노컷뉴스
▲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28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382회 국회 제10차 본회의에서 문재인 대통령 시정연설을 앞두고 청와대 경호처 직원이 몸수색을 요청하자 강하게 항의하고 있다. 사진=노컷뉴스

 

한편 국민의힘은 주 원내대표가 국회에 입장하는 과정에서 청와대 경호팀이 주 원내대표의 신원을 묻는 등 수색했다며 본회의장에서 강하게 항의했다. 이에 박병석 국회의장은 “사실을 확인한 후에 합당한 조치를 하겠다”며 “청와대에 합당한 조치를 요구하겠다”고 했지만 대통령이 입장한 이후에도 국민의힘 의원들이 거세게 항의했다. 

배현진 국민의힘 원내대변인은 “협치하겠다고 국회에 오셨으면서 원내대표가 들어가려 하자 제지했다”며 “강력히 유감을 표명하고 청와대의 공식 사과와 해명을 요구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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