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예인들이 매입한 건물을 소개하고 ‘비범한 투자’라며 수십억원의 시세차익이 예상된다는 보도를 본 적이 있을 것이다. 한 경제지의 유튜브 채널은 부동산 전문가가 진행자로 나와 성수동 일대를 돌고 연예인 ‘갓물주’ 누구의 건물이라며 준공시기와 토지가격, 인수비용 등을 말하고 빌딩 투자 순위까지 매긴다.

S배우가 서울 강남구 신사동 160억원짜리 건물주가 됐다는 보도는 ‘단독’ 타이틀이 달린다. 40억원 현금에 120억원을 대출로 받아 건물을 샀다고 설명한다. 더불어 건물의 토지면적과 연면적, 평당 매매가, 그리고 입점한 브랜드 매장, 월 임대료 예상수익 등을 언급한다. ‘높은 용적률로 건물을 지을 수 있다’며 임대 수익의 안전성과 유동인구가 많은 위치에 따른 시세 등도 빼놓지 않는다. 포털에 ‘빌딩 투자’라고 검색하면 줄줄이 나오는 연예인들의 건물 투자 관련 언론 보도 패턴이다.

‘부동산 투기로 더 이상 돈을 벌 수 없도록 하겠다’는 게 정부 정책이건만 연예인 건물 투자에선 정부 정책의 효과를 읽을 수 없다. 물론 정부의 부동산 정책은 주거 목적으로 한 부동산(주택) 의 집값 안정을 위해 투기를 막겠다는 것이다. 연예인들의 건물 투자를 투기로 볼 수 있느냐고도 물을 수 있다. 합법 테두리 안에 있기 때문에 ‘갓물주’ 연예인 건물 투자가 죄는 아니지 않느냐는 항변도 가능하다.

▲ 한 경제지가 운영하는 부동산 관련 유튜브 갈무리.
▲ 한 경제지가 운영하는 부동산 관련 유튜브 갈무리.

하지만 성공적인 연예인 건물 투자라는 식으로 보도하는 건 다른 문제다. 누가 부동산 가격을 올리고 있는가라고 물으면 투기꾼의 문제일 수 있고 정부 정책 책임일 수 있다. 부정할 수 없는 건 연예인 건물 투자가 부동산값을 상승시키는 하나의 요인이 될 수 있어 무분별한 보도를 지양해야 한다는 점이다.

부동산 가격은 사람들 심리에 따라 크게 영향을 받는다. 부동산 가격 상승 기대 심리가 없다면 돈이 풀려도 오르지 않는 게 부동산 시장의 기본 원리다. 부동산 가격을 잡기 어려운 이유 중 하나가 공급을 아무리 늘리고 규제책을 써도 부동산은 가격이 상승한다는 기대 심리에 있다.

연예인 건물 투자 언론 보도가 ‘위험’한 이유는 있는 그대로의 사실 보도라는 명분 아래 상업용 건물의 시세를 또다시 한번 올리고, 임대 수익료를 상승시켜 결국 ‘젠트리피케이션’ 현상을 심화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대부분 건물 투자가 수십억원의 대출을 낀 형태로 이뤄지고 있기 때문에 투기에 가까운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는데 이를 은폐하는 효과도 있다.

일반 서민은 상상조차 할 수 없는 대출금의 규모도 문제지만, 법인으로 등록한 뒤 건물에 투자해 세율을 낮추는 ‘편법’이 난무하는데도 연예인의 ‘능력’으로 포장하는 건 언론의 의도적 왜곡 보도다. 수십억 대출을 받아 건물을 매입한 뒤 임대료 수익을 얻고 다시 매각을 통해 대출금을 갚고 시세차익을 얻는 일이 ‘정상적 투자’의 범주일 순 있어도 언론 보도를 통해 홍보할 일은 아닌 것이다.

건물 투자에 대한 이면은 들여다보지 않고 ‘투자의 달인’으로 그리는 언론 보도는 사적 욕망만 부추긴다. 독자가 연예인 건물 투자 보도를 더 이상 보고 싶지 않다고 호소해도 언론이 관련 보도를 쏟아내는 이유는 셀럽을 향한 호기심을 자극해 조회수를 늘리려는 목적 이외엔 꼽기 어렵다.

더구나 코로나19로 인한 자영업자의 임대료 부담이 커지고 있다. ‘착한’ 건물주에게 기대 임대료 깎아주기 운동을 하고 있지만 뽀족한 대책이 보이지 않은 가운데 연예인 건물 투자 보도는 허탈하기까지 하다. ‘성공한 연예인=건물주’라는 등식에 집착해 가십을 퍼뜨리는 일 말고도 우리 언론이 할 일은 많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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