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방송(SBS)은 태영건설, 청주방송(CJB)은 ㈜두진, 울산방송(UBC)은 ㈜삼라, 부산·경남방송(KNN)은 ㈜넥센, 대구방송(TBC)은 ㈜귀뚜라미 홀딩스, 제주방송(JIBS)은 ㈜한주홀딩스, 광주방송(KBC)은 ㈜호반건설. 각 지역 민영 방송사들의 대주주다. 대부분 건설사다.

김동원 언론노조 정책전문위원은 27일 오후 토론회에서 “한국 민영방송 대주주는 자신들이 가진 돈을 방송사에 투자한 적이 없다. 방송사가 기업 부속품이 돼선 안 된다. 대주주들은 방송사 투자는 하지 않고 자신들 사업의 정치적 목적에 이용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 위원은 종합편성채널 JTBC 사주의 방송사 투자 사례를 예로 들었다. 김 위원은 “JTBC 사주는 자신의 주식을 매각하면서까지 방송사에 투자했다. 그런 투자가 지금의 JTBC를 만들었다”며 “자신들이 방송사를 가지면서 쌓아온 재산에 어떤 사회적 책무를 질 것인가. 부속품으로 여기는 사업자에게 민방을 맡길 순 없다”고 말했다.

▲전국언론노조는 이날 오후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민방 30년, 생존과 개혁의 핵심 과제는? 책임지지 않는 권력, 대주주 문제를 중심으로’라는 주제로 토론회를 열고 민영방송 대주주의 방송 투자를 강조했다. 사진=박서연 기자.
▲전국언론노조는 이날 오후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민방 30년, 생존과 개혁의 핵심 과제는? 책임지지 않는 권력, 대주주 문제를 중심으로’라는 주제로 토론회를 열고 민영방송 대주주의 방송 투자를 강조했다. 사진=박서연 기자.

전국언론노조는 이날 오후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민방 30년, 생존과 개혁의 핵심 과제는? 책임지지 않는 권력, 대주주 문제를 중심으로’라는 주제로 토론회를 열고 민영방송 대주주의 방송 투자를 강조했다. 토론회에는 더불어민주당 소속 우상호·정필모·조승래·한준호 의원과 정의당 소속 배진교 의원도 참여했다.

이날 발제를 맡은 윤창현 언론노조 SBS본부장은 SBS 사례를 자세히 설명했다. 윤창현 본부장은 “SBS 대주주 선정 당시 태영건설이 뭐하는 곳이냐고 물어보는 사람이 많았다. 하지만 지금 태영건설을 모르는 사람은 없다. 방송사를 맡고부터 엄청나게 성장했다. 태영건설 성장을 표본으로 타 건설 자본들이 앞다퉈 방송과 신문 시장에 뛰어들었다”고 말했다.

실제 2007년 당시 태영건설 자산은 2조6000억원 수준이었지만 2019년 기준으로 태영건설 자산 규모는 9조7000억원으로 추산된다.

윤창현 본부장은 “지배주주의 잘못된 선택으로 자산 규모가 1조원이 넘는 SBS에 대한 시장 평가가 3000억원 밖에 안 된다. 태영건설은 초기 투자금을 300억원 넣어놓고 지금까지 배당을 통해서만 900억원을 회수해 갔다”고 주장했다.

▲윤창현 SBS본부장. 사진=전국언론노조
▲윤창현 SBS본부장. 사진=전국언론노조

윤 본부장은 태영건설이 SBS를 이용해 ‘대주주 노후 대비’, ‘용돈벌이용 수단’으로 여기고 있는 게 아니냐 꼬집었다. 윤 본부장은 “태영건설 부회장인 이재규는 부회장 일가가 소유하고 있는 기업인 뮤진트리에 부당 지원했다. SBS콘텐츠허브와 독점 거래할 수 있는 회사를 부인 명의로 만들었다. 방송산업 성장 발전과는 무관하다. SBS를 사주일가의 노후대비용, 용돈벌이 수단으로 여기고 있는 것 같다. 어디서 방송사를 가진 기업가의 정신을 찾을 수 있냐”고 주장했다.

토론자로 참여한 김동찬 언론개혁시민연대 사무처장은 방송통신위원회를 비판했다. 김동찬 사무처장은 “최근 태영건설의 광명동굴 이슈가 논란이 됐다. 2017년 처음 문제 제기가 있었다. 당시 방통위가 사측에 이것과 관련한 자료 제출을 요청했나”라고 물은 뒤 “SBS 노조가 사장임명동의제와 노사합의서 등을 재허가 조건으로 해달라고 요청을 했으나 방통위는 이를 재허가 조건에 붙이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관련 기사 : SBS는 왜 그토록 광명동굴에 ‘집착’했을까]

김 사무처장은 “방통위가 종편 재승인 심사를 할 때 방송 프로그램 투자계획서를 제출하라고 하면서 민영방송에는 왜 요청하지 않는지 의문이다. 지상파 재허가 심사 기준도 보완해야 한다”며 “방통위의 이런 무관심이 미디어 시장을 어렵게 만들고 있다”고도 했다.

양병운 전국언론노조 특임부위원장은 청주방송(CJB)을 거론하며 민방 문제점이 압축돼 있다고 설명했다. 양병운 부위원장은 “모든 사례를 압축한 방송사가 있다. 청주방송이다. 가족 회사처럼 돼 버렸다”며 “사위가 보도국 기자고, 사촌 동생이 청주방송 자회사 대표를 맡고 있다. 30억원 적자인데 자본금 2%에 달하는 돈인 6억원을 배당하기도 했다. 프로그램 자율성을 침해하기도 한다”고 지적했다.

실제 민영방송 대주주 사업과 방송 보도가 연계된 사례는 적지 않다. 제주민영방송(JIBS) ‘8뉴스’(2019년 3월30일)은 “화창한 주말 나들이 북적”이라는 제목의 리포트에서 대주주인 ㈜한주홀딩스의 사업체인 다이노 대발이파크를 홍보했다.

▲(위쪽부터) 신언식 회장과 신영균 전 의원, 신 전 의원의 부인 김선희 씨가 테이프 커팅하는 장면. 신억식 회장 발언이 지난해 3월30일 자사 메인뉴스 리포트에 보도됐다. 사진=JIBS 보도화면 갈무리
▲(위쪽부터) 신언식 회장과 신영균 전 의원, 신 전 의원의 부인 김선희 씨가 테이프 커팅하는 장면. 신억식 회장 발언이 지난해 3월30일 자사 메인뉴스 리포트에 보도됐다. 사진=JIBS 보도화면 갈무리

리포트 후반부에는 신언식 다이노 대발이파크 회장 인터뷰를 담았고 신 회장 부부와 신 회장의 아버지 신영균 자유한국당 상임고문 등이 다이노대발이파크장에서 테이프 커팅식을 하는 장면을 내보냈다. 신 회장은 JIBS제주방송 대표이사 회장도 맡고 있다. JIBS가 메인뉴스를 이용해 자사 회장 사업을 홍보했다는 비판을 받았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는 지난해 8월7일 JIBS에 법정제재 ‘관계자 징계’를 했다. 심의위원들은 “리포트에 사주의 온 가족이 다 나왔다. JIBS는 방송을 사적으로 이용했다”고 입을 모았다.

[관련 기사 : 메인뉴스서 대주주 사업 커팅식 보도한 제주민방]

박정희 부산민주언론시민연합 사무국장은 “대주주가 지역방송이라는 공공재를 일반 기업 보다 못하는 수준으로 여기고 정치적 영향력을 키우는 데 집중한다. 자신들이 TV에 나와 우쭐하는 용도로 누리기만 하는 대주주는 경영자로서 자격이 없다”며 “프로그램과 구성원들에 대한 적극적 지원이 꼭 필요하다”고 밝혔다.

저작권자 © 미디어오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