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선집중의 청취자 여러분 정말 오랜만에 인사드립니다. 과거에 13년 정도 시선집중을 진행했던, 또 초대 진행자이기도 했던 손석희입니다. 반갑습니다. 정말 반갑네요.”
손석희 JTBC 대표이사가 MBC 라디오 시사프로그램 ‘시선집중’ 20주년을 맞아 지난 23일 ‘시선집중’ 제작진에게 축하 메시지를 보냈다. 손 사장은 20년 전 ‘시선집중’의 초대 진행자로, 2013년 5월 JTBC로 옮기기 직전까지 ‘시선집중’과 함께한 프로그램의 상징적 인물이었다.
손석희 사장은 이날 방송에서 “(밖에) 나와서 보니까 더 소중한 프로그램이다 하는 생각은 늘 갖고 있다. 가장 대중적으로 사랑을 많이 받았었고 그만큼 또 많은 (사회적) 영향도 끼쳤고 본격적인 라디오 저널리즘을 시작한 프로그램이고 그것을 지금까지 잘 지켜온 프로그램이 아닐까, 그래서 더 소중한 프로그램”이라고 말했다. 손 사장은 “돌이켜 보면 시선집중이야말로 저라는 방송인을 규정해준 프로그램”이라며 프로그램에 대한 각별한 애정을 드러내기도 했다.
‘손석희의 시선집중’은 날 것 그대로의 인터뷰, 진영을 가리지 않는 공격적이고 집요한 인터뷰, 강력한 이슈파이팅으로 2000년대 라디오 저널리즘의 시대를 열었다. 정찬형 현 YTN 사장이 ‘시선집중’을 탄생시킨 초대 PD다.
2003년 3월13일 방송에서 윤영관 외교통상부 장관에게 반기문 대통령 외교보좌관의 방미 계획을 사전에 보고받았는지 묻자 “신문 보도를 참조하라”는 답변을 들은 뒤 인터뷰가 끝나고 손석희 진행자가 “궁금한 게 있으면 신문보고 알아보라고요? 제가 오늘은 그냥 넘어가겠습니다마는 이런 인터뷰 태도 가지고는 곤란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그러려면 나오지 말아아죠”라고 말한 것은 ‘시선집중’을 상징하는 유명한 일화다.
‘손석희의 시선집중’은 이명박정부의 등장과 함께 위기를 겪었다. 당시 국가정보원은 ‘시선집중’을 두고 “좌파 논리에 경도된 편파 보도로 출근길 민심을 호도하는 정부 흠집 내기 방송”으로 규정했다. 2011년 초 이우용씨가 MBC 라디오본부장으로 오며 오랫동안 뉴스브리핑을 했던 김종배 시사평론가가 교체됐고 배우 김여진씨 고정 출연이 무산됐으며 사내에 일명 ‘소셜테이너 출연금지법’이 등장했다.
같은 해 방송통신심의위원회는 지상파방송심의팀을 지상파텔레비전심의팀과 지상파라디오 심의팀으로 나누며 라디오 심의 전담부서를 신설했다. 목표는 ‘손석희의 시선집중’이었다. 박근혜정부로 들어서며 경영진의 프로그램 탄압은 더욱 노골적이었고, 결국 손석희 진행자는 2013년 5월10일 방송을 끝으로 ‘시선집중’에서 하차했다.
손 사장은 지난 23일 20주년 축하메시지에서 현 ‘시선집중’ 진행자인 김종배 시사평론가에 대해 “어떤 상황이든 김종배 평론가에게 맡기면 가장 정확한 분석을 해내는 사람이라고 믿었다. 그래서 쭉 같이 하다가 어려웠던 시기가 있었다. 그때 김종배 뉴스브리퍼가 나가길 원하는 사람들이 있었다. 이렇게 말씀드리면 다 아실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저도 100분 토론에서 그만뒀던 상황이기도 하고 제가 그때 김종배 시사평론가를 제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지켜드리지 못했다는 부채의식이 늘 있었다. 그래서 이번에 다시 시선집중 진행자로 돌아온다고 했으니 소회가 아주 각별했다”며 “매우 소중한 진행자로서 (프로그램을) 잘 지켜내시리라 생각한다”고 밝혔다.
김종배 진행자는 이날 20주년 기념 방송에서 “‘손석희의 시선집중’ 20주년이었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손석희의 시선집중’이 아닌 ‘시선집중’ 20주년이라는 게 못내 아쉽다”고 말했다. 그리고 손 사장의 끝인사는 이러했다. “청취자 여러분들께서 과거 못지않게 앞으로도 시선집중을 사랑해주셨으면 하는 말씀을 꼭 드리고 싶습니다. 일종에 보루랄까요. 라디오 저널리즘의. 그런 생각을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