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지난 7월에 이어 또다시 문재인 대통령에 대한 ‘10대 공개질의’에 나섰다. 앞선 질의에 답변을 받지 못했다면서 “대단히 무시당하고 있다”고 불만을 표하기도 했다.

주 원내대표는 26일 국회에서 최재성 정무수석을 만나, 공개적으로 관련 질의서를 전달했다. △월성1호기 조기 폐쇄 과정에 대한 대통령 설명·사과 △탈원전정책 재고 △추미애법무장관의 지휘권행사 남발 및 검찰이 법무부 수사국으로 전락 △검찰총장을 식물인간으로 만들고 공수처출범을 서두르는 이유 △라임·옵티머스 특검 도입 △경제부총리마저 전세난민이 된 부동산정책 실패에 대한 대통령의 설명 △북한에 대해 레드라인을 지키기 위한 방안 △해수부 공무원 총격 사건에 대한 북한에 직접 사과 및 책임규명 요구 △국민분열 극복 책임 △‘낙하산 인사’ 시정 계획 등을 묻는 내용이다.

질의서 내용과 별개로 청와대에 서운함을 드러냈다. 지난 7월16일 문재인 대통령의 제21대 국회 개원연설을 앞두고 10대 질의를 했으나 여태 답을 받지 못했다는 이유다. 주 원내대표는 “100일이 지나도 답이 없었다”며 “아무런 연락도 없이 (시간이) 지나가버렸다. 저희는 대단히 무시당하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를 들은 최재성 수석이 “서면으로 질문·답변할 수 있는 건 아니라고 본다”며 “만나서 나눠야 할 말씀”이라고 여러 차례 답했지만, 주 원내대표는 “대단히 아쉽다”고 강조했다.

▲ 26일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공개한 문재인 대통령에 대한 질의서신 봉투.
▲ 26일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공개한 문재인 대통령에 대한 질의서신 봉투.

이어서 주 원내대표는 ‘문재인 대통령님 귀하’라는 글씨가 적힌 봉투를 최 수석에게 건넸다. 그는 “저희가 다시 최근의 상황에 관해서 질문을 준비했다. 보시고 이것도 답변해주시면 좋고 아니면 오셔서 말씀해주셔도 좋다”고 말한 뒤 “야당이나 상당수 국민이 느끼기엔 너무 불통이 심하다. 선택적으로 말씀하시고 국민들에게 답변한다는 느낌을 많이 갖는다”고 주장했다.

주 원내대표는 문 대통령이 야당과 소통하지 않는다는 주장을 거듭 부각했다. “대통령을 품위 있게 모시는 것도 좋지만 가장 많은 국민이 사랑할 때 그 품위가 나오는 거지, 고고하게 옛날 왕조시대처럼 구중궁궐에 계신다고 해서 (품위가) 나오는 건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말한 것이다. 다만 여야정 협의체 상설화와 관련해서는 “상설 협의체를 가동하려면 정말 야당 이야기를 듣고 들어줘야 한다”고 밝혔다.

여러 언론이 주 원내대표 발언을 즉각 보도한 뒤, 사실은 최재성 수석이 답변서를 가져왔다가 전하지 못했다는 여권 설명이 전해졌다. 최 수석이 ‘주호영 원내대표 10대 질의 답변서’라고 적힌 문서를 손에 들고 있는 사진도 일제히 보도됐다. 애초 비공개 일정으로 답변을 전하려 했는데, 주 원내대표가 공개일정으로 전환하면서 예정대로 하지 못했다는 설명이다.

▲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 면담을 마친 최재성 청와대 정무수석이 26일 국회 더불어민주당 대표실 앞에서 주 원내대표에게 전달하려 했던 '주호영 원내대표 10대 질의 답변서'를 들고 있다. 당초 최재성 정무수석은 답변서를 여야 비공개 일정으로 전달하려 했으나 주호영 원내대표 측에서 일정을 공개로 전환해 답변서를 전달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 졌다. 사진=민중의소리
▲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 면담을 마친 최재성 청와대 정무수석이 26일 국회 더불어민주당 대표실 앞에서 주 원내대표에게 전달하려 했던 '주호영 원내대표 10대 질의 답변서'를 들고 있다. 당초 최재성 정무수석은 답변서를 여야 비공개 일정으로 전달하려 했으나 주호영 원내대표 측에서 일정을 공개로 전환해 답변서를 전달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 졌다. 사진=민중의소리

주 원내대표도 이후 페이스북에 “최재성 정무수석이 제가 드린 10개항의 질의에 대해 오늘(26일) 아침 일찍 답을 드리겠다는 전갈을 보내왔다”며 “청와대에서 이런 연락이 오기 전에 ‘다시 문재인 대통령께 드리는 10개항의 공개질의서’를 만들어 놓았다”고 밝혔다.

그러나 배현진 국민의힘 원내대변인은 “대통령 답신, 네가 왜 거기서 나와”라는 제목의 논평으로 이를 비꼬았다. 배 원내대변인은 “어찌된 일인지 빈 손으로 찾아온 그는 아무것도 전달 않고 돌아갔고, 대통령이 전달을 지시했다는 답신은 뜻밖에도 국회 본청 민주당 사무처 앞으로 보이는 곳에서 언론에 노출되었다”며 “공개질의 답을 왜 비공개로 전달하나. 대통령의 답신을 전달만 하고 가면 될 것을 정무수석은 야당 원내대표 앞에서 남몰래 낭독이라도 해야했나”라고 했다.

나아가 최 수석의 국회 방문을 “여러모로 무성의하고 무의미한 방문”으로 규정했다. 배 원내대변인은 “청와대가 모레 대통령의 국회 시정연설을 앞두고 ‘제1야당과 소통은 노력했다’는 식의 얕은 수, 뻔한 쇼를 해보려한 것이 아니길 바란다”며 “국회는 레드카펫 깔고 대통령을 기다리는 쇼장이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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