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날 삼성전자는 한국경제의 주춧돌이자 연구개발에서 세계최고의 투자 기업 중 하나가 됐다” “삼성의 큰 사상가”

26일 중앙일보가 지면을 통해 전한 고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에 대한 평가다. 기사 제목은 “문 대통령 ‘한국 경제성장 견인차’ NYT ‘삼성의 큰 사상가’”로 제목부터 내용까지 극찬으로 채워졌다. 동아일보 역시 “NYT ‘삼성을 전자업계 거인으로 만들어’”기사를 내고 “(이 회장의) 끊임없는 노력 속에 1990년대 초반 삼성은 메모리 반도체 분야에서 일본과 미국의 라이벌들을 제치고 선도자가 됐다”는 평가를 전했다.

“NYT ‘일등 삼성 키운 글로벌 거인’”(매일경제) “NYT ‘이건희, 삼성의 큰 사상가’ WSJ ‘모든 것 파는 회사 만들어’”(한국경제) “NYT ‘삼성을 글로벌 거인으로 키운 큰 사상가’”(서울경제) 기사도 대동소이했다.

▲ 고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 관련 뉴욕타임스 보도를 인용한 보수신문 기사.
▲ 고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 관련 뉴욕타임스 보도를 인용한 보수신문 기사.

조선일보는 “NYT ‘싸구려 TV 팔던 삼성을 글로벌 거인으로’” 기사를 통해 “삼성전자는 오늘날 한국 경제의 주춧돌이며 세계에서 연구개발에 돈을 가장 많이 쓰는 기업 중 하나”라는 뉴욕타임스의 평가를 전했다. 그러면서 조선일보는 “(뉴욕타임스가) 대통령에게 뇌물을 준 혐의와 탈세 혐의로 두 차례 유죄 판결을 받은 점을 거론하며 ‘사면을 받은 뒤 평창올림픽 유치를 위한 활동을 펼칠 수 있었다’고 덧붙였다”는 내용을 전했다.

이처럼 다수 보수 언론의 기사만 읽으면 뉴욕타임스가 이건희 회장을 긍정적으로 평가한 내용만 보인다. 조선일보는 유죄 판결을 언급했지만 평창올림픽 유치에 대한 설명으로 이어지며 사면을 긍정적으로 보이게 한다.

그러나 실제 뉴욕타임스 기사는 보수언론이 보여주는 모습과는 온도 차가 있었다. 뉴욕타임스는 두 차례 유죄 판결을 언급하며 “한국에서 ‘재벌’로 불리는 가족 경영기업이 영향력을 유지하기 위해 때로 미심쩍은 방식들을 보여주기도 했다”고 지적했다. 보수 신문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지적이다. 또한 뉴욕타임스는 리드문에서부터 “화이트칼라 범죄에 대해 두 번 사면을 받았는데 이는 한국의 전형적 패턴”이라는 지적을 담았다. 

▲ 뉴욕타임스 홈페이지 갈무리.
▲ 뉴욕타임스 홈페이지 갈무리.

다른 주요 외신에서도 부정적인 평가가 있었지만 보수신문에서 찾기는 어려웠다. 조선일보는 로이터통신 보도를 인용하며 “그는 소니 등 라이벌에 도전하기 위해 혁신을 촉진했다”는  내용만 전했다. 그러나 원문을 보면 기사 제목부터 ‘오점을 남긴 거인’으로 “이 회장이 만든 제국은 위계적이고 불투명한 지배구조를 갖고 있고, 가족 재산의 의심스러운 이전으로 행동주의 주주들에게 비판을 받았다”는 지적이 이어진다.

조선일보, 중앙일보, 동아일보, 매일경제, 한국경제 등 보수신문은 AP통신의 보도는 다루지 않았다. 반면 경향신문은 “삼성그룹의 노조 와해공작, 삼성 반도체 공장 직원들의 암 발병 등에 대한 대처 등은 비판을 받는 지점이라고 AP통신은 전했다”고 보도했다.

▲ 고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에 대한 한국일보와 경향신문의 기사.
▲ 고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에 대한 한국일보와 경향신문의 기사.

언론이 외신을 인용하는 과정에서 모든 내용을 전할 수는 없다. 하지만 외신이 ‘공’과 ‘과’를 두루 전했는데 한쪽 면만 다루면 외신의 신뢰를 이용해 입맛에 맞는 내용만 전한다는 비판에서 자유롭기 힘들다.

26일 한국일보는 뉴욕타임스 보도를 인용하며 “삼성을 글로벌 거인으로 키웠지만 유죄판결도 두번 받아” 제하의 기사를 내고 부정적인 평가도 함께 전했다. 경향신문 역시 “‘작은 TV제조사를 글로벌 가전 거인으로 키워’ ‘족벌 경영으로 때로 미심쩍은 방식 보여주기도’” 기사를 통해 기업가로서 긍정적 평가와 더불어 족벌 경영 문제에 대한 지적도 전했다. 이들 신문을 보면 외신의 ‘문맥’이 제대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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