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의 25일 별세 소식에 정치권도 일제히 애도를 표했다. 고인이 남긴 업적과 그늘 간극 만큼 정치권 평가도 엇갈렸다.

보수성향 정치인들은 고인의 성과를 높이 기렸다. 주호영 국민의당 원내대표는 ‘대한민국 경제의 거목, 이건희 회장님의 명복을 빈다’는 제목의 입장문을 내고 “‘가족 빼고 모두 바꾸자’는 파격 메시지로 삼성을 세계 1등 기업으로 이끈 혁신의 리더, 이건희 회장이 별세하셨다. 삼성과 함께 대한민국 위상까지 세계 속에 우뚝 세운 이건희 회장 기업사를 후대가 기억할 것”이라 애도를 표했다.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는 페이스북에 ‘대한민국 경제의 큰 별 이건희 회장님의 영면을 기원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안 대표는 “이건희 회장님은 불모지 대한민국에서 기업가정신으로 도전해 삼성전자라는 글로벌 리더기업을 우뚝 세워내셨다”며 “고인의 선지적 감각 그리고 도전과 혁신정신은 우리 모두가 본받아 4차 산업혁명과 새로운 미래먹거리 창출을 위한 귀감으로 삼아야 할 것”이라 밝혔다.

▲ 박용진 더불어민주당의 25일 페이스북 게시글 일부 갈무리.
▲ 박용진 더불어민주당의 25일 페이스북 게시글 일부 갈무리.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고인의 공과를 함께 언급하며 “삼성은 과거의 잘못된 고리를 끊고 새롭게 태어나기를 바란다”고 당부했다. 이 대표는 먼저 “신경영, 창조경영, 인재경영. 고인께서는 고비마다 혁신의 리더십으로 변화를 이끄셨다. 그 결과로 삼성은 가전, 반도체, 휴대폰 등의 세계적 기업으로 도약했다”며 “생각 좀 하며 세상을 보자 같은 고인의 여러 말씀은 활기 있고 창의적인 기업문화를 만들었다”고 했다.

그러나 “재벌 중심 경제 구조를 강화하고, 노조를 불인정하는 등 부정적 영향을 끼치셨다는 점도 부인할 수 없다. 불투명한 지배구조, 조세포탈, 정경유착 같은 그늘도 남기셨다”며 “고인의 빛과 그림자를 차분하게 생각하며, 삼가 명복을 빈다”고 전했다.

‘삼성 저격수’로 불리는 박용진 민주당 의원은 페이스북에 “이건희 회장 별세 계기로 삼성과 우리 경제의 새출발, 새질서가 시작되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박 의원은 “많은 공과 과가 존재한다. 분명한 것은 권위주의 시대에 초창기 경영자들이 보여주었던 기업문화와 한국경제의 질서가 이제 낡은 것이 되었다는 점”이라며 “대한민국은 세계경제의 리더국가로서 반칙과 특혜, 불법으로 얼룩진 낡은 권위주의적 방식의 기업문화와 결별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 연합뉴스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 연합뉴스

이재용 부회장이 당면한 문제들도 빼놓지 않았다. 박 의원은 “이건희 회장 사망으로 이재용 부회장은 막대한 상속세를 내야한다. 세금 문제는 우리 사회에서 양보 될 수 없는 핵심적 질서”라 강조했다. 덧붙여 “이재용 부회장이 지금 겪고 있는 사법적 판단은 과거에 있었던 일들에 대한 것이다. 책임을 회피하지 않고, 당당하게 법적 심판을 받아야 한다”며 “삼성생명법 등 우리 경제질서에서 특혜로 작동돼 온 문제들에도 전환적인 태도를 보여주기를 바란다”고 촉구했다.

정호진 정의당 대변인은 조의를 표하면서도 “삼성전자 이건희 회장은 정경유착과 무노조 경영이라는 초법적 경영 등으로 대한민국 사회에 어두운 역사를 남겼다. 그리고 그 그림자가 이재용 부회장에게 이어졌다”고 지적했다. 정 대변인은 논평에서 “이제 그 어두운 역사의 그림자를 지우고, 재벌개혁을 자임하는 국민 속의 삼성이 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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