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년 넘도록 매일 같은 뉴스 프로그램 ‘기사 원고’를 쓰다가 전화 한 통에 잘린 MBC 보도국 작가의 부당해고 주장을 노동위원회가 받아들이지 않았다.  

서울지방노동위원회는 지난 21일 MBC 보도국 소속 작가였던 A씨가 지난 8월 MBC를 상대로 낸 부당해고 구제 신청을 각하했다. 노동위원회는 청구인이 부당해고를 신청할 자격(당사자 적격)이 없거나 노동위원회 구제 대상이 아니라고 판단될 경우 등에 각하를 정한다. 

‘프리랜서’ 지위의 노동자들이 낸 부당해고 구제 신청에서 흔히 나오는 결과다. “용역계약 관계의 프리랜서는 근로기준법상 노동자로 볼 수 없다”는 이유다. 지난해 12월 서울지노위가 각하한 렌터카 호출 서비스 ‘타다’ 운전기사의 부당해고 구제 신청이 대표적이다. 이 결정은 6개월 후 중앙노동위원회에서 “실질적 근로 내용을 볼 때 ‘타다’ 기사는 근로기준법상 노동자”라는 이유로 뒤집혔다.

▲ MBC 뉴스투데이 중 국제 현안을 다루는 ‘이 시각 세계’ 꼭지 갈무리.
▲ MBC 뉴스투데이 중 국제 현안을 다루는 ‘이 시각 세계’ 꼭지 갈무리.

A씨는 2011년부터 지난 6월까지 만 9년을 MBC 아침 뉴스프로그램 ‘뉴스투데이’에서만 일한 작가다. 매일 새벽 3시30분께 출근해 프로그램이 끝나고 나서 퇴근했다. 새벽 6시 시작하는 생방송 프로그램에 맞춰 정해진 시간에, 정해진 사무실로 매주 5~6일 출·퇴근했다. 

업무는 기자들의 기사 작성과 흡사했다. 외신을 전하는 꼭지를 맡은 A씨는 앵커가 읽을 원고를 썼다. 명칭은 원고지만 내용은 국제 현안을 방송 보도용으로 정리한 기사였다. A씨가 채용되기 전엔 국제부 기자들이 맡았던 업무였다. 

A씨는 출근 직후 주요 외신 보도를 훑은 뒤 정규직 관리자의 감독 하에 아이템을 골랐고, 통상 4~6개로 추려 리포트 원고를 썼다. A씨가 독립적으로 제작 업무를 볼 결정권은 없었다. 이런 A씨는 지난 5월 상사의 전화 한 통에 잘렸다. 요지는 인적 쇄신이었고 ‘1달 후 프리랜서 계약을 종료한다’고 통보받았다. A씨는 MBC와 1년 단위로 ‘프리랜서 업무 위임 계약서’를 써왔다.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는 지난 19일 방송문화진흥회(MBC 대주주) 국정감사에서 A씨의 부당해고를 다뤘다. 전혜숙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김상균 방문진 이사장에게 “A씨 사례를 보면 입사 후 10년 가까이 아침 생방송 뉴스 프로그램 코너 원고를 작성했다. 매일 생방송 시간에 맞춰 출근하고, 기사 전반에 대해 PD(기자직)에게 지시받고, 주요 현안에 대해선 부장·부국장에게도 주요 지시를 받았다”며 “대법원이 인정한 근로자성 판단기준에 따라 근로계약서를 작성해야 하는 거 아니냐”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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