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신문 발전사업 중 하나인 지역신문역량지원 예산이 감소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역신문발전기금이 지역신문의 자립을 목표로 하지만 정작 지역신문에 큰 도움이 안 된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됐다. 이런 가운데 예산규모를 늘리고 지원방식도 효과를 높이는 방식으로 기금운용을 개선해야 하지만 오히려 예산자체가 줄어든 것이다.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소속 김예지 국민의힘 의원이 한국언론진흥재단에서 받아 23일 공개한 지역신문발전기금 운영규모 자료를 보면 ‘지역신문역량지원’ 관련 예산은 2018년 24억4100만원, 지난해 20억5500만원, 올해 19억1000만원으로 매년 줄었다. 

특히 지역신문역량지원 예산 중 기획취재지원 예산은 2018년 9억2500억원, 지난해 6억4500만원, 올해 5억원으로 매년 줄었다. 기획취재지원 예산은 지역신문이 지역사회 현안에 대해 심층 기획취재를 할 때 이를 지원하는 사업이다. 

▲ 최근 3년 지역신문발전기금에서 지역신문역량지원 사업에 배정한 예산 현황. 자료=김예지 의원실
▲ 최근 3년 지역신문발전기금에서 지역신문역량지원 사업에 배정한 예산 현황. 자료=김예지 의원실

지역신문인데 다른 지역으로 취재를 가야 한다?

미디어오늘이 지역신문 관계자들을 취재한 결과, 해당 사업이 지역신문에 현실적인 도움을 주지 못한다는 입장이다. 

언론재단에서 받은 ‘지역신문발전기금 기획취재지원사업 예산 편성 및 집행 기준’ 자료를 보면 취재지원비로 일비 3만원을 지급하고, 관내·주재지역의 여비는 지원이 불가능하다. A지역의 지역신문이 A지역의 문제를 심층취재할 경우는 지원에서 배제되니 B지역으로 취재를 가야 한다는 뜻이다. 

언론재단 측은 미디어오늘에 “기획취재지원 사업에 지원하는 여비는 동일 지역이 아닌 광역권 시도지역 간 이동 시에만 인정되며 택시비, 유류비 등은 지원되지 않는다”며 “단 동일 지역권 내 이동이 아닌 광역권 시도지역 간 이동시 대중교통 운임에 해당하는 유류비는 지원 가능하나 유류비 지원시 열차·선박·버스료는 인정하지 않고 취재 동승자의 경우 교통비는 인정되지 않는다”고 했다. 

또한 “인건비성 경비, 기타 진행성경비(항공권발권 수수료, 여행사 위탁수수료, 보험료, 비자수수료, 통신비, 자료(선물)구입비 등)도 인정하지 않는다”고 했다. 

한 지역신문 관계자는 “우리 지역의 문제를 기획취재할 경우 지원을 받을 수 없고 규정이 까다로워서 사비를 써가며 취재했다”며 “일비 3만원으로 좋은 기사가 나오긴 쉽지 않다”고 지적했다. 

기획취재비 명목으로 일정 금액을 신문사에 주고 재량껏 쓴 뒤 영수증 정산을 방식이 낫겠다는 의견도 있다. 이에 언론재단 측은 “지역신문발전기금은 지역신문발전지원특별법에 의거해 지원하는 국고보조금”이라며 “국고보조금 통합관리지침에 따라 보조금 집행의 효율성과 투명성을 제고하기 위해 일정금액 지원 후 회계처리를 받는 방식을 도입하는데 어려움이 있다”고 답했다. 

▲ 신문. 사진=istockphoto
▲ 신문. 사진=istockphoto

지역신문 직접지원은 불가능한가?

이러한 문제를 개선해 기획취재를 효과적으로 지원하더라도 이는 어려운 지역신문 경영 사정을 개선과는 무관하다. 이에 지역언론계 안팎에선 특정 주제의 취재에 대한 취재비 지원(간접지원)뿐 아니라 지역신문에 대한 직접지원의 필요성이 제기됐다.  

지역언론 관계자들 사이에서는 최근 정부가 사회적경제 관련 지원을 많이 하는데 지역언론도 지역에서 의미있는 일을 한다는 차원에서 지원할 수 있지 않겠느냐는 얘기가 나온다. 지역신문을 서울 중심의 중앙언론과 같은 차원으로 봐선 안 되고, 허약한 지방정부 견제시스템의 일부로 봐야 한다는 주장이다. 

신문사 직접지원 요청에 대해 언론재단 측은 “지역신문발전기금은 전액 국고출연에 의존하고 있으며 언론은 정책에 대한 감시·비판 기능을 수행해야 한다는 특수성이 있다”며 “그렇기에 인프라 확충·역량 제고 등을 위한 간접지원 방식으로 운용하고, 직접지원은 언론의 자유 침해 소지가 있을 수 있으므로 지양한다”고 답했다. 

하지만 언론재단, 지역신문발전위원회 등이 관여하는 공적기금의 지원이 오히려 언론의 자유 침해를 막을 수 있다는 주장이 가능하다.

현재 지역신문의 한계는 지방정부에 비판적인 목소리를 내지 못하고, 지방정부를 비판할 경우 존립 자체를 위협받는데 있다. 지방정부 홍보비가 지역신문 수익의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차라리 공적인 기금으로 건강한 지역신문을 선별해 지원할 경우, 지방정부 견제에 더 충실할 수 있다. 수익구조를 개선하면 지방정부가 홍보비로 지역언론을 ‘관리’하는 관행에서 벗어날 여지가 생긴다. 

▲ 지역신문발전기금의 목적. 사진=지역신문발전위원회 홈페이지
▲ 지역신문발전기금의 목적. 사진=지역신문발전위원회 홈페이지

과거엔 이런 사업도 있었는데…

참여정부 당시 지역신문을 지원하겠다며 지역신문발전기금을 만들었는데 사업 초기엔 다양한 사업이 있었다. 지역신문발전위원회에 따르면 2005년 해당 기금으로 위에서 언급한 기획취재 뿐 아니라 인턴사원, 프리랜서전문가, NIE시범학교 구독료, 경영컨설팅 등의 사업 등이 있었다. 2013년 기금 지원 현황을 봐도 저술지원, 프리랜서 지원, 콘텐츠 지면 등 다양한 명목으로 언론사를 지원했다. 

이 역시 비판할 부분이 없다고 할 순 없지만 지역신문의 인건비 문제나 경영난을 돕기 위한 고민의 흔적이 있던 사업들인데 현재는 대부분 사라졌다. 

올해 코로나 장기화로 기획취재를 포기하는 경우가 늘어 5억원으로 계획한 기획취재사업 예산규모를 1억3800만원으로 줄이고 이를 다른 사업예산으로 전용했다. 코로나 사태가 이어져 기획취재 사업이 줄어든 걸 계기로 사업 전반에 걸친 점검이 필요한 상황이다. 

언론재단에 따르면 코로나로 줄인 기획취재지원 예산은 지역신문제안사업에 전용했다. 지역신문제안사업은 지역신문이 벌이는 어떠한 사업·마케팅 등을 지원하는 걸 목적으로 하는데 인력난을 겪는 지역신문들, 특히 기자 1~2명에 불과한 기초자치단체 수준의 지역신문에서 이를 받기 위한 새 사업에 새로운 인력을 충원할 여력이 없다. 

여기에 해당 기금으로 하는 사업은 지역신문이 20%를 부담해야 한다. 실제 사업은 용역회사가 진행하므로 지역신문은 자부담 20%를 회수하는 수준에 만족할 가능성이 크다. 지역신문 입장에서 “사실상 사업을 진행하는 용역업체와 짬짜미 구조로 가게 된다”고 비판하는 이유다. 언론재단 측에선 “지역신문사의 책임성과 사업 효과성을 높이기 위해 일정 사업비를 분담하도록 하는 것”이라고 답했다. 

지역신문 입장에서 볼 때 이 사업이 도움이 될지 의문이라는 의견도 있다. 예를 들어 ‘지역맞춤형 기사 배포를 위한 독자분석 시스템 개발’과 같은 사업은 지역신문 경영과 편집에 도움이 될 수 있다. 하지만 지난해 지역신문제안사업 선정결과를 보면, 해당 지역 관광자원을 홍보하는 내용의 사업을 다수 발견할 수 있다. 결국 지방정부가 원하는 사업을 지역신문과 협업하는 용역업체를 통해 시행하는 꼴이다. 

31개 언론시민사회단체가 참여하는 ‘미디어개혁시민네트워크’가 지난 7월말 내놓은 ‘미디어 정책 보고서’를 보면 지역신문의 역할이 줄어가는데 정부가 적절한 대응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지역언론을 ‘중앙언론보다 작은 존재’ 정도로 치부할 게 아니라 지방분권·풀뿌리 민주주의의 한 축을 담당한 공공재로 관점의 변화가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이들은 보고서에서 “지역신문은 지역의 민주적 여론을 형성하는 공론장의 역할을 잃어가고, 한국 사회 전 영역에 걸친 구조적인 중앙집중으로 지역신문의 의제설정 기능도 급속히 축소된다”며 “지역신문발전기금을 통한 지역신문 지원은 지역언론사의 지역독자를 향한 경쟁보다 중앙부서를 향한 경쟁으로 전도돼 나타난다”고 지적했다. 

한 지역신문 관계자는 “지역신문에 대한 지원을 전체적으로 업그레이드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다른 지역신문 관계자는 “건강한 지역신문이 없으면 지방자치가 작동하기 어렵다는 차원에서 지역신문 지원을 고민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예지 국민의힘 의원은 “지역신문발전기금은 지역신문발전지원특별법에 근거해 지역신문의 자립기반을 위해 만들어진 사업이지만 사업취지와 목적에 맞게 집행되지 않아 지역신문에 별 도움이 되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 많다”며 “지역언론이 지역의 문제를 효과적으로 보도할 수 있는 지원이 되도록 정부가 지역신문을 중앙 중심으로 접근하지 말고, 지방정부 견제에 필요한 시스템으로 봐야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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