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검찰총장은 왜 보수언론 사주를 만나고 다녔을까.’ 지난해부터 품은 궁금증이었다. 사실 확인이 쉽지 않아 펜을 바로 꺼내긴 어려웠다. 반면 눈 밝고 손 빠른 언론사 논설위원들은 한 발 더 나아갔다.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박래용 메시지실장은 경향신문 논설위원이던 지난해 9월 칼럼에서 “윤석열은 서울중앙지검장 재직 시절 보수언론 사주를 잇달아 만난 적이 있다. 그를 만나고 온 한 사주는 ‘저 친구, (검찰)총장 이상을 꿈꾸는 것 같다’고 했다고 한다”고 썼다. 당시 박래용 논설위원이 지목한 ‘한 사주’는 홍석현 중앙홀딩스 회장이었다.

김이택 한겨레 논설위원도 그해 10월 칼럼에서 “윤 총장 행보에 관심이 집중되면서 지난해 서울중앙지검장 시절 그가 보수 언론 사주들을 잇달아 만난 사실에 주목하는 이들이 적잖다”고 쓰고 ‘조선일보’를 지목했다. 김 논설위원은 “편집국 책임자까지 배석한 당시 만남을 이번 (조국) 수사와 연관 짓기는 어려울 것이다. 그러나 국회 검증 국면에 생뚱맞게 ‘수사’를 촉구해온 보수언론·야당 주장에 장단 맞춘 결과가 된 것은 여전히 꺼림칙하다”고 주장했다.

▲ 지난 22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의 대검찰청 국정감사에 출석한 윤석열 검찰총장. ⓒ민중의소리.
▲ 지난 22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의 대검찰청 국정감사에 출석한 윤석열 검찰총장. ⓒ민중의소리.

윤 총장과 방 사장의 인연에 변호사 시절 이야기를 꺼내는 이들도 적지 않았다. 윤 총장은 2002년 1월 검찰을 떠나 법무법인 태평양에 1년간 몸을 담았다. 이 시기 방상훈 조선일보 사장은 조세 포탈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상태였고 1심 변호인으로 태평양 소속 변호사들을 썼다.

지난 7월과 8월 뉴스타파는 윤 총장과 만났다는 두 사주 실명을 공개하며 보다 구체적으로 보도했다. 박상기 전 법무부장관 인터뷰 등을 통해서였다.

뉴스타파는 윤 총장과 방 사장 만남에 “두 사람이 비밀회동을 한 것으로 추정되는 시기에 윤석열 총장이 수장으로 있던 서울중앙지검장이 조선일보, 특히 조선일보 사주 일가와 관련된 여러 건의 고소·고발 사건을 접수해 수사하고 있었다”고 지적했다. 홍 회장과의 만남에도 “두 사람이 만난 것으로 추정되는 날은 공교롭게도 삼성바이오로직스 고의 분식 회계 사건이 검찰에 고발된 당일이었다”며 ‘만남의 부적절성’을 짚었다.

윤 총장과 보수언론 사주 만남은 지난 22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의 대검찰청 국감에서도 도마 위에 올랐다. 박범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의혹 사건이 배당된 뒤 중앙일보 사주를 만났느냐”고 질문했고 윤 총장은 “누구를 만났는지 확인해드리기 어렵다”, “부적절하게 처신한 적 없다”고 빠져 나갔다.

같은 당 박주민 의원도 “조선일보 방상훈 사장을 만났냐”고 물었고, 윤 총장은 “상대 동의가 없으면 누구를 만났다는 사실을 말씀드리기 어렵다”고 답변을 거부했다. 상대방 입장이 있기 때문에 확인하기 어렵다는 말이 되풀이됐다.

하승수 세금도둑잡아라 공동대표(변호사)는 23일 “공직자, 특히 검찰총장이 누구를 만났는지는 국민 알 권리를 위해 당연히 공개돼야 할 사항”이라며 “만난 사람이 피의자라면 매우 심각한 문제이기 때문이다. 윤석열 총장은 공직자로서 지켜야 할 윤리보다는 상대방인 방 사장과의 의리가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모양”이라고 꼬집었다. 만났다는 사실보다 중요한 것은 만남의 이유다. 어떠한 만남이었나. 윤 총장이 이 질문에 제대로 해명하지 못하면 언론사 사주 사건을 다루는 검찰의 수사 공정성은 의심받을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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