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서해 해상에서 북한군 총격에 사망한 해양수산부 공무원 A씨의 유족이, A씨가 자진 월북했다는 해양경찰 발표를 납득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A씨 형인 이래진씨는 숨진 공무원의 아들이 문재인 대통령 답장에 회신한 내용을 공개하면서 “조카와 대통령의 믿음과 약속을 해경이 무너뜨렸다”고 했다.

해경은 22일 기자간담회에서 “실종자는 인터넷 도박에 깊이 몰입돼 있었다”며 “정신적 공황 상태에서 현실 도피 목적으로 월북한 것으로 판단된다”고 밝혔다. 실종∙사망되기 전 591차례에 걸쳐 7억4000만원에 달하는 도박자금 송금이 확인됐다고도 밝혔다. A씨가 실족하거나 극단적 선택을 했을 가능성이 낮다는 판단이다.

그러나 A씨 형인 이래진씨는 “해경의 귀태인지 대통령님의 말씀인지 아니 물을 수 없다”면서 “약속했던 비공개 조카의 편지를 저도 공개할 수밖에 없다”고 페이스북에 밝혔다. 이씨가 공개한 편지는 문 대통령에게 자필 편지를 보냈던 A씨 아들 B씨가, 문 대통령의 답장에 회신한 내용이다.

▲ 22일 피격 공무원 A씨의 형 이래진씨가 미디어오늘에 제공한 A씨 아들의 편지.
▲ 22일 피격 공무원 A씨의 형 이래진씨가 미디어오늘에 제공한 A씨 아들의 편지.

편지에서 B씨는 “지금 상황이 너무 가슴 아팠지만 대통령님의 진심이 담긴 위로 말씀에 다시 힘을 내기로 했다”면서 “저와 동생이 고통을 겪지 않고 세상을 살 수 있도록 항상 함께 해주신다는 대통령님의 마음에 감사드린다”고 했다. “저희 가족이 겪고 있는 이 고통이 하루 빨리 끝나길 바라며 대통령님의 말씀을 가슴에 새기고 그 약속을 믿고 기다리겠다”고 전하기도 했다.

앞서 문 대통령은 B씨 편지에 대한 답장에서 “모든 과정을 투명하게 진행하고 진실을 밝혀낼 수 있도록 내가 직접 챙기겠다”며 “해경의 조사와 수색 결과를 기다려주길 부탁한다”고 밝힌 바 있다.

실종자 형 이래진씨는 “(해경이) 한달동안 월북의 증거가 아닌 실족 증거를 찾아야 함에도 헛짓거리하고 숨어서 비공개 기자간담회 형태로 직접 발표가 아닌 여론전으로 스스로를 무능하다 자초했다”고 주장하면서 “해경이 발표한 모든 내용들 정확히 콕콕 찝어서 반박을 얼마든지 할 수 있다. 조카와 대통령의 믿음과 약속을 해경이 무너뜨렸다”고 주장했다.

한편 청와대 국가안전보장회의(NSC)는 A씨 수색 활동을 지속하겠다고 밝혔다. NSC는 22일 노영민 대통령비서실장 주재로 개최된 상임위원회에서 “서해상에서 사망한 우리 국민과 관련하여 유관부처·기관 합동으로 진행 중인 수색 활동을 점검하고, 해상 안전과 경계태세에 유의하는 가운데 수색 활동을 지속적으로 철저히 해 나가는 한편 주변국들과의 정보 협력도 계속 진행해 나가기로 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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