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2월 언론노조와 공영방송 3사가 산별협약을 맺으며 방송작가 처우를 개선하는 ‘방송작가 특별협의체’를 꾸렸지만 논의는 지지부진하다. 최근 3개월은 회의가 한 차례도 열리지 않았고 아직 결정된 사항도 없다. 신속히 논의를 추진해 개선방안을 도출하라는 국회의 질타가 나왔다.

지난 2월 가동된 방송작가 특별협의체(이하 특별협의체)는 7월까지 총 6차례 회의를 열었다. 흔히 ‘막내작가’라 불리는 취재작가, 보조작가 및 지역방송사 작가들의 처우와 불공정 계약 관행을 개선하기 위해 언론노조와 EBS·KBS·MBC 등 공영 지상파방송 3사가 꾸린 협의체다. 

구성원은 총 6명이다. EBS·KBS·MBC에서 사측 대표가 1명씩 참가하고 노측에선 언론노조 활동가 1명과 산하 노조인 방송작가지부 간부 2명이 참가한다.

그런데 7월에 열린 6번째 회의 후 3개월이 지나는 동안 회의는 더 열리지 않고 중단됐다. 8월에 열려야 할 회의가 한 교섭위원 사정으로 9월 초로 연기됐으나 열리지 않았고 지금까지 회의날짜가 잡히지 않았다.

이와 관련 KBS 대표로 나오던 교섭위원이 지난 8월 퇴사하면서 회의 개최가 미뤄지고 있다고 알려졌다. KBS 측은 "7차 회의가 9월로 미뤄진건 상호 간 양해 하에 이뤄졌지 KBS 대표 퇴사로 인한게 아니"라며 "해당 직원의 9월 퇴사에 따라 즉시 새로운 대표를 지정했고, 이후 회의 일정을 조율 중"이라 밝혔다.

▲지난 15일 열린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의 한국방송공사 국정감사. 사진=국회 영상회의록시스템 갈무리.
▲지난 15일 열린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의 한국방송공사 국정감사. 사진=국회 영상회의록시스템 갈무리.

이용빈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 15일 KBS 국정감사에 나온 양승동 KBS 사장에게 “특별협의체의 진척 상황을 아느냐”며 “6차례 회의했는데 특별히 결정된 바가 없다”고 질책했다. 또 낮은 직급의 직원이 사측 대표로 교섭했던 점을 꼬집어 “협의체는 대단히 중요한 과정이기에 결정 권한을 가진 담당자가 나와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 의원은 또 “빠른 시일 내에 특별협의체를 통해 마련한 개선방안을 의원실에 제출해 달라”고 요구했다. 양승동 사장은 이에 ‘그렇게 하겠다’고 답했다.

“표준계약서 쓸게” 방송사들 지난해 국감 약속 어디로

방송사가 2년 전 문화체육관광부가 마련한 ‘방송작가 집필 표준계약서’를 활용하지 않는 실태도 거듭 지적됐다. 특히 MBC 대주주 등은 지난해 국정감사 때 표준계약서 활용을 다짐했는데도 지키지 않았단 지적이다. 

같은 당 전혜숙 의원은 방송문화진흥회(MBC 대주주) 등에 대한 국정감사가 열린 22일 김상균 이사장에게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표준계약서를 쓰라고 지적했고 그러겠다고 답했는데 지금까지 안쓰고 있는건 문제가 아니냐”고 물었다. 

▲지난 19일 열린 방송문화진흥회 등에 대한 국회 과방위의 국정감사에서 전혜숙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공개한 방송작가 불공정 계약 조항.
▲지난 19일 열린 방송문화진흥회 등에 대한 국회 과방위의 국정감사에서 전혜숙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공개한 방송작가 불공정 계약 조항.

전 의원은 특히 표준계약서 작성 실태 질의에 “MBC가 ‘잘 작성하고 있다’고 답했으나 실제는 그렇지 않았다”며 MBC가 최근까지 쓴 ‘업무 위임 계약서’를 공개했다. 여기엔 사측이 2주 전 서면으로 통보하면 계약을 해지할 수 있는 독소 조항이 있다. 방송작가들이 지적한 대표적인 불공정 계약 조항이다. 

문체부 표준계약서는 “약정한 집필 횟수가 남아 있을 경우, ‘작가’와 ‘방송사 또는 제작사’는 상호 합의하여 계약기간을 변경할 수 있다”고 정했다. ‘상호 합의’ 조건을 달아 계약기간을 방송사 자의로 바꿀 수 없게 보호장치를 마련했다. 전 의원은 이런 불공정 계약 때문에 지난 6월 MBC 보도국의 한 작가가 해고까지 당했다고 밝혔다.  

전 의원은 김현 방송통신위원회 부위원장에게도 “MBC가 한류 콘텐츠 제작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데 방송작가들이 핵심 구성원이다. 이들이 정기적으로 출퇴근하고, 근무 장소·시간이 일정하고, 상부 지시를 받으며 일한다”며 “(방송사들이) 표준계약서 양식으로 계약을 하게 권고해서 실행하도록 하겠느냐”고 물었다. 

김현 부위원장은 그렇게 하겠다고 밝혔다. 김상균 이사장 또한 “(MBC 실태를) 확인해서 잘못이 있으면 시정하겠다”고 답했다.

※ 기사 일부 추가 (반론 반영) : 2020년 10월23일 오후 16시02분

저작권자 © 미디어오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