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일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국정감사가 더불어민주당·국민의힘 의원들의 말싸움으로 중단됐다. 월성원전1호기 조기폐쇄 감사 결과가 정쟁화하면서 이를 둘러싼 여야 갈등이 실시간으로 생중계됐다.

발단은 김정재 국민의힘 의원의 질의였다. 김정재 의원은 20일 감사원 발표를 두고 “385일간 진실을 밝히려는 자와 진실을 은폐하려는 자의 기나긴 싸움이었다. 집단 린치에 가가운 여권의 온갖 핍박·압박 속에서 최소한 양심을 지키고 균형을 잃지 않으려고 애쓴 감사원의 노고에 치하한다”며 “감사내용에 청와대의 ‘초갑질’이 있었다. 산자부의 갑질이 있었다. 그들의 협박·겁박 앞에서 무릎 꿇을 수밖에 없는 초라한 공기업 한수원(한국수력원자력)이 있었다”고 주장했다. 백운규 전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월성1호기 조기폐쇄 방침을 밀어붙였다는 감사결과와 관련해서는 “다행히 이번 감사를 통해서 전 산업부장관과 한수원 사장의 탈원전 농단이 폭로됐다. 그들의 뒷배인 청와대는 슬그머니 빼주긴 했지만”이라며 청와대 관여의혹을 거듭 제기했다.

이어진 질의에서는 성윤모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에게 “거짓말을 하고 있다”고 몰아붙였다. “감사결과 읽어봤나, 200페이지 다 읽어봤느냐”는 질문에 성 장관이 그렇다고 답하자, 김 의원은 “그런데도 그렇게 뻔뻔하게 대답하느냐”고 언성을 높였다. 산업부가 앞서 “산업부가 경제성 분석과정에 관여해 신뢰성을 떨어뜨리고 경제성을 불합리하게 낮췄다는 감사원의 시각에 동의하기 어렵다”고 밝힌 입장을 문제삼은 것이다. 김 의원은 계속해서 “거짓말하지 말라” “정부가 (월성1호기 경제성 평가 과정에서) 네차례 회의를 통해 계속 수정을 요구했다” “자료 한번 다시 읽어보라”고 추궁했다. 성 장관이 “의원님께서 어떻게 판단하실지 모르겠지만, 거짓말하지 않았다는 말씀을 드린다”고 했지만, 답변 도중에도 김 의원은 “(감사보고서를) 읽었는데도 그렇게 거짓말하느냐”고 호통했다.

▲ 성윤모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22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의 산업통상자원부에 대한 국정감사에 출석해 의원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 성윤모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22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의 산업통상자원부에 대한 국정감사에 출석해 의원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를 들은 송갑석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김 의원의 질의 방식을 지적하면서 여야 간 언성이 높아졌다. 송갑석 의원은 “대통령과의 관계, 청와대와의 관계가 드러났다는 어떠한 내용도 감사보고서에 없었다. 그러면 그 관계를 밝혀내야지 근거도 없이, (질의만 들으면) 여기 나와 있는 산업부 장관, 차관 등이 대단한 범죄자인 줄 알겠다”며 “그런 식의 질의는 매우 유감스럽다”고 말했다. 그러던 와중에 김 의원이 “질의에 딴지거는 게 예의냐”며 거듭 반박했고, 송 의원은 “의사진행 발언은 제가 지금 하고 있다. 지금 어디서 끼어들고 있느냐”며 소리쳤다.

이후 “어디서 삿대질이야”(김정재) “누가 삿대질을 했나”(송갑석) “본인 손가락을 봐라”(김정재) “질의도 금도가 있고 정도가 있다. 국회의원이라고 아무 말 다해도 되는 줄 아느냐”(송갑석) 등의 말다툼이 벌어졌다. 결국 이학영 산자위원장은 두 의원의 고성 속에서 “오전 감사를 마치고 오후 2시에 감사를 계속하겠다”며 오전 질의를 종료했다.

종료 선언에도 싸움이 계속되자 국민의힘 간사인 이철규 의원이 “조용히 좀 하라, 그만하라”고 진정시켰지만 소용 없었다. 이소영 민주당 의원도 자리에서 일어나 “회의 기본이 반말인가. 삿대질은 안 되고 반말은 되느냐, 반말하는 사람이 예의가 없는 것”이라며 항의했다. 결국 회의장에서 ‘그만하자 국민에게 창피하다’는 목소리가 나온 뒤에야 사태가 진정됐다. 김 의원은 “‘어디다가 삿대질입니까 의원님’ 다음부터 이렇게 하겠습니다. 이소영 의원님”이라고 말한 뒤 회의장을 나섰다.

이날 오전 감사에서 국민의힘 의원 전원은 문재인 대통령 및 청와대의 관여 의혹, 탈원전정책 철회를 주장했다. 본격 질의 전부터 “문재인 대통령 말한마디에서 시작된 탈원전정책 상징적 사건이 된 월성1호기 조기폐쇄와 관련된 국기문란행위 가 드러났다”(이철규)는 식의 주장이 나왔다. 자연히 민주당에서는 “감사결과를 짧게 줄이면 한수원 이사들 배임혐의 문제없는 걸로 나왔고 월성1호기 조기폐쇄 결정 타당성은 어떤 결정도 내릴 수 없다고 나왔다”(송갑석)며 선을 긋는 대응이 이어졌다.

월성1호기 감사가 종합감사 블랙홀이 되면서 앞선 감사 의뢰 자체가 문제였다는 주장이 나오기도 했다. 신영대 민주당 의원은 “서울행정법원이 월성1호기 수명연장절차가 적격하지 않다고 1심 판결했다. 2심까지 갔어도 폐쇄결정은 타당하다는 판결이 있었을 상황이다. 처음부터 감사대상으로 적격하지 않은 걸 국회가 무리하게 의결했다”며 “21대 국회의원으로서 20대 국회에서 의결한 허접한, 빵도 아니고 앙꼬도 아닌 결과를 만들려고 감사의뢰한 게 적절했느냐”고 유감을 밝혔다. 다만 국민의힘 측에서 의정활동을 폄훼했다는 지적이 나오면서 신 의원은 “혹여 제 이야기 때문에 마음상한 분이 있으면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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