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가 지난 16일 강민구 서울고등법원 민사13부 부장판사에 대한 기피 신청서를 제출했다. MBC는 서울고법 민사13부에서 자사 방송프로그램과 관련, 정정 보도 및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진행 중인데 과거 ‘스트레이트’ 등에서 강민구 판사가 장충기 삼성 미래전략실 사장에게 친동생의 인사청탁 내용이 담긴 문자메시지를 보냈다며 그를 비판한 바 있다.

MBC는 기피 신청서에서 “강민구 부장판사는 그간 MBC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공개적으로 표명해온 바 있고, 본 사안에도 불공정한 재판에 대한 합리적인 우려가 있다”고 밝히면서 “강민구 판사는 2020년 8월7일 본인의 SNS에 MBC가 제기한 검·언 유착 의혹에 대해 비판하는 글을 공개적으로 올린 사실이 있다”고 밝혔다.

강 판사는 해당 글에서 “언론기관과 권력기관이 합세하여 무슨 덫 같은 것을 설치해서 특정인이 그 함정 속에 빠지기를 기다리다가 여의치 않으니 전파 매체를 통해 사전에 계획한 작전대로 프레임을 국민에게 전파”했다고 적었다. 

▲ MBC ‘스트레이트’의 한 장면.
▲ MBC ‘스트레이트’의 한 장면.

언론 관련 항소심을 전담하는 서울고법 민사13부에는 현재 MBC ‘PD수첩’을 상대로 한 조선일보의 정정보도 청구 소송, 손석희 JTBC 사장과 관련한 가짜뉴스를 다룬 MBC ‘당신이 믿었던 페이크’에 대한 SBS의 정정보도 청구 소송 등이 계류 중이다. 

MBC는 ‘당신이 믿었던 페이크’와 관련해 “프로그램 내용이 언론 비평의 성격을 띠고 있는 만큼, 언론이 어떻게 취재하고 보도하는 것이 바람직한지, 언론이 제 역할을 하기 위해서는 어느 정도의 표현의 자유를 보장받아야 하는지 등이 이 사건의 주요 쟁점 중 하나이며 사건의 성격상 언론에 대한 일반적인 가치관뿐 아니라, 특정 언론에 대해서 평소에 가지고 있었던 태도가 사건에 반영될 여지도 있다”고 밝혔다. 

MBC는 “원고가 정정보도 뿐 아니라 명예훼손으로 인한 손해배상도 구하고 있다는 점, 강민구 부장판사의 SNS 발언을 다룬 기사에 우려를 표명하는 다수의 댓글이 달린 사실 등으로 미루어볼 때 공정한 재판에 대한 의심을 가질 만한 객관적인 사정이 있는 때”라고 밝혔다. 이어 “재판이 진행되고 종결되기까지 대중과 언론의 불필요한 주목을 피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그 결과가 어떠하든 공정성에 관한 의심을 받을 가능성이 높다”며 기피신청이 불가피하다고 밝혔다. 

민사소송법에 따라 당사자가 공정한 재판을 기대하기 어려운 사정이 있을 때 기피신청이 가능하지만 인용되는 경우는 흔치 않다. 하지만 앞서 임우재 전 삼성전기 고문이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과 이혼소송에서 재판을 맡았던 강민구 판사에 대해 “삼성그룹과의 긴밀한 관계가 우려된다”며 기피신청을 했고, 지난해 1월 대법원이 이를 받아들인 바 있다. 불공정한 재판을 할 수 있다는 합리적 의심을 할 객관적 사정이 있다고 판단한 결과였다. 이 때문에 삼성 비판 보도가 민사13부로 가는 경우 또 다시 부장판사 기피신청이 등장할 가능성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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