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V국민방송(한국정책방송원, 원장 성경환)이 저녁시간대 방영할 옛날 드라마를 구입하는데 올 한해 7억2300여만원을 쓴 것으로 나타났다. KTV는 영상으로 정부정책을 전달하고, 영상 콘텐츠를 보존·관리하는 문체부 산하 공공채널로 지역과 사업자별로 채널번호가 다르지만 대체로 100~200번대 뒷번호를 배정받고 있다.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소속 임오경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KTV에서 받아 공개한 자료를 보면 KTV는 올해 전원일기, 바람은 불어도, 목욕탕집 남자들, 주몽, 모래시계, 청춘의 덫 등 옛날 드라마 6개(587편)를 구입하는데 7억2300여만원을 지출했다. 올해 KTV예산은 총 326억원이다. 지난해와 2018년에도 드라마 구입에 연간 7억원 정도를 사용했다고 전했다.

▲ KTV 시청률. 자료=임오경 의원실
▲ KTV 시청률. 자료=임오경 의원실
▲ KTV가 올해 구매한 프로그램 현황. 자료=임오경 의원실
▲ KTV가 올해 구매한 프로그램 현황. 자료=임오경 의원실

 

임 의원은 지난 7일 문체위 국정감사에서 “황금시간대에 드라마를 방송하고 있어서 정책방송이 아니라 드라마채널인 줄 알았다”며 “혹시 시청률 때문이냐”고 말했다. 하지만 임 의원이 KTV에서 받은 시청률 현황을 보면 KTV 시청률은 지난 8월 0.092%, 지난해 0.124%, 2018년 0.092%로 나타났다. 올 들어 시청률이 오히려 감소했다. 

임 의원실에선 자체 온라인 설문조사를 진행했다. 전국 19세 이상 남녀 411명을 대상으로 KTV에 대해 물었다. ‘KTV를 알고 있느냐’는 질문에 10명 중 7명은 모른다고 답했다. 알고 있다고 답한 이들 중에서도 ‘시청한 적 없다’는 응답자가 절반이 넘었다. 어느 정도 아느냐는 질문에도 응답자 절반 이상이 ‘채널은 알지만 방영프로그램은 모른다’고 답했다. 

▲ 임오경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서 진행한 KTV 인지도 여론조사. 자료=임오경 의원실
▲ 임오경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서 진행한 KTV 인지도 여론조사. 자료=임오경 의원실

 

임 의원은 “이게 현실”이라며 “드라마가 중심이 돼 방영하는 걸 국민들도 원할 것 같냐”고 물었다. KTV 주관한 ‘지난해 KTV 인지도 조사결과’를 보면 ‘KTV가 어떠한 내용으로 방송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하냐’는 질문에 ‘정책전문 방송으로서 전문성을 강화해야 한다’는 의견(28.8%)과 ‘국영방송으로 시청률에 얽매이지 말아야 한다’라는 의견(27.4%)이 많았다. 

특히 KTV가 ‘정책전문 방송으로서 전문성을 강화해야 한다’라는 대답이 2018년 25.0%에서 지난해 28.8%로 상승했지만 ‘오락적 요소가 좀 더 풍부할 수 있도록 해야한다’는 대답은 13.0%에서 8.6%로 감소했다.

▲ KTV가 진행한 여론조사. 자료=임오경 의원실
▲ KTV가 진행한 여론조사. 자료=임오경 의원실

 

임 의원은 “국민혈세를 시청률에 연연하며 드라마 예산으로 낭비하지 말고 KTV만이 제작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만들어 홍보하고 정부정책을 알리는 다양한 프로그램으로 신뢰받는 국민방송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에 KTV 쪽은 드라마 편성으로 존재감을 살릴 필요가 있었고, KTV 인지도가 낮아진 근본 원인으로는 과거 14번이었던 채널이 뒷번호로 밀려난 것을 지적했다. 

성경환 원장은 “2011년 12월 종합편성채널이 출범하면서 전달인 11월까지 0.104%였던 시청률이 12월1일 0.026%로 4분의1 토막이 났다”며 “그래서 2012년부터 드라마를 틀기 시작해 (지난해) 0.124%까지 올려놨다”고 설명했다. 이어 “(올해는) 코로나 때문에 코로나 방송을 하며 시청률이 떨어졌고, 레거시 미디어의 시청률은 떨어지는 추세”라고 했다. 

성 원장은 “2011년 11월까지 14번이었던 채널이 없어지는 통에 우연히 걸리는 채널이 됐는데 만약 KBS처럼 9번, MBC처럼 11번 등 낮은 번호에 있다면 저런 인지도가 나올까 하는 생각”이라며 “드라마를 구매해 틀고 드라마 사이에 정책홍보를 넣어 효과를 올리고 있다”고 말했다.  

채널편성은 입법사항이다. 성 원장은 “방송법 4조를 보면 채널편성의 자율성·독립성이 보장돼 법률에 의하지 않고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나 방송통신위원회도 간섭할 수 없다”고 말했다. 

국회방송과 통합·조정 필요성도 말했다. “행정부를 홍보하는 KTV와 입법부를 홍보하는 국회방송이 똑같은 운명”이라며 “협력해서 조정을 좀 하려고 하지만 입법사항이라 법개정이 없으면 어렵다”고 했다. 이어 “국회에서 노력해 두 채널을 낮은번호, 단일채널로 조정해달라”고 의원들에게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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