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오늘

‘LG청소노동자’ 광고에서 ‘구광모 회장’ 이름은 왜 지웠을까
‘LG청소노동자’ 광고에서 ‘구광모 회장’ 이름은 왜 지웠을까
LG트윈타워 노동자 투쟁 의견광고 의뢰에 한겨레·경향 ‘구광모 회장’ 삭제 요청… ‘일감몰아주기’도

한겨레가 최근 1면에 LG트윈타워 청소노동자 농성 관련 광고를 게재할 예정이었으나 광고국에서 ‘구광모 LG그룹 회장’과 ‘일감 몰아주기’ 등 표현 삭제를 요구해 무산됐다. 해당 광고는 이후 경향신문에 게재됐지만 광고국 요청으로 구 회장 관련 표현이 빠졌다. 각사 광고국은 통상적 조율이라는 입장이지만 일반 기사보다 표현 허용범위가 넓은 의견광고에 수정을 요구해 ‘대기업 눈치보기’가 작용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LG트윈타워 청소노동자들이 속한 공공운수노조 서울지부는 지난달 15일 1면 하단(5단)에 들어갈 ‘LG트윈타워 청소노동자 투쟁지지 광고’ 게재를 의뢰했으나 막판 철회했다. 한겨레 광고국이 14일 오후 5시40분께 광고 원안에서 특정 표현을 삭제할 것을 요구한 뒤 일이다. 서울지부에 따르면 한겨레 광고국은 “대기업이 문구를 문제 삼는 경우가 많고 역으로 손해배상 청구가 들어올 수 있다”고 전했다.

한겨레 광고국은 원안에서 “회장 친족에게는 일감몰아주기”라는 중간제목을 “주주에게”로 바꾸고, 설명 대목의 “구광모 회장의 친족(회장 고모 2명)이 100% 지분을 소유하고 있는 지수아이앤씨”란 표현을 “LG그룹의 친족이 100% 지분을 소유하고 있는 지수아이앤씨”로 바꾸라고 요구했다. △구광모 회장 △회장 고모 2명 △일감 몰아주기란 문구를 빼자는 요구였다. 서울지부 측은 “긴급회의를 한 결과 광고의 주요 문구를 급작스럽게 삭제토록 한 데 동의하기 어려웠다”고 했다.

구광모·회장 고모·일감몰아주기 삭제 요청…경향은 막판 단가 40% 올려

▲ 공공운수노조 서울지부·비정규직 이제그만 공동투쟁이 한겨레와 경향신문에 제안했던 1면 광고문 원안(위)과 한겨레의 수정 요청 광고안(아래). ‘구광모 회장’과 ‘회장 고모 2명’(노란색 네모), ‘회장 친족에게는’과 ‘일감 몰아주기’(빨간색 원) 문구가 빠졌다.
▲ 공공운수노조 서울지부·비정규직 이제그만 공동투쟁이 한겨레와 경향신문에 제안했던 1면 광고문 원안(위)과 한겨레의 수정 요청 광고안(아래). ‘구광모 회장’과 ‘회장 고모 2명’(노란색 네모), ‘회장 친족에게는’과 ‘일감 몰아주기’(빨간색 원) 문구가 빠졌다.

공공운수노조 서울지부는 이후 경향신문에 광고 게재를 의뢰해 9월29일자 1면에 광고가 실렸다. 그러나 경향신문 광고국이 LG오너 관련 표현을 ‘조정’할 것을 요구해, 결과적으로 구 회장과 고모, 일감몰아주기 표현이 삭제된 2안이 게재됐다. 경향신문 광고국은 이 과정에서 거래 단가 조건을 바꾸기도 했다. 문안이 오간 뒤 막판에 서울지부 측에 광고 액수를 40% 넘게 높여 제시한 것이다. 서울지부는 논의 끝에 인상된 금액을 받아들였다.

서울지부 김윤수 조직부장은 “신문사 측이 주요 대목을 빼달라고 요구해 오히려 문구가 모호해졌다. 투쟁을 알리려는 목표라도 성취하자는 뜻에서 광고를 냈다”고 말했다.

▲지난 9월29일 경향신문 1면 하단 광고. 원안의 ‘구광모 회장’, ‘회장 고모 2명’, ‘회장 친족’, ‘일감 몰아주기’ 문구가 빠진 채 실렸다.
▲지난 9월29일 경향신문 1면 하단 광고. 원안의 ‘구광모 회장’, ‘회장 고모 2명’, ‘회장 친족’, ‘일감 몰아주기’ 문구가 빠진 채 실렸다.

LG트윈타워 청소노동자들은 구 회장의 고모인 구미정·구훤미씨가 소유한 지수아이앤씨에 속해 일한다. 이들은 지난 7개월 동안 사측과 교섭을 시도했지만 회사가 안을 내지 않고 조합원을 고소·고발하자 지난 5월부터 쟁의행위에 들어갔다. 노동자들은 사측이 최저임금을 지급하면서 노동시간 꺾기와 휴게시간 부풀리기 등 갑질을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이달 중순 파업한 뒤 현재 서울 여의도 LG트윈타워 앞에서 천막 농성 중이다.

지수아이앤씨는 2009년 LG그룹에서 분리됐다. 구미정·구훤미씨가 각각 50%씩 지분을 갖고 있다. 노조는 지수아이앤씨가 다수 LG 계열사 건물 관리 위탁 계약을 맺고 대다수 채용공고가 LG서울역·강남빌딩, LG디스플레이 사내하청, LG전자 사업장, GS대치갤러리, LG인화원, LG사이언스파크 등 LG 계열사 관련 용역인 데 미뤄 일감 몰아주기라고 비판하고 있다. 구미정‧구훤미씨는 지난해 각 30억원의 배당금을 지급받았다. 지수앤아이씨 사내유보금은 180여억원이다.

한겨레 광고국 “사실관계 틀려”…보도 “일감 몰아주기”
경향 광고담당 “추후 광고 연속성 고려”

한겨레 광고국 측은 노조 측 원안이 사실관계에 어긋난다는 입장이다. 한겨레 광고국 관계자는 “한겨레 광고심의위원회 논의 결과 지수아이앤씨의 경우 (법적인) 일감 몰아주기가 아니라고 판단했다”며 “지수아이앤씨는 (LG와 무관한) 영화관 등 업체에도 다수 수주를 받고 있는 것을 확인했다”고 했다. 구 회장 관련 표현에 대해선 “수정 요구한 적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한겨레가 작성해 서울지부에 보낸 수정요구안을 보면 ‘구 회장’과 ‘회장 고모 2명’ 등 어구가 삭제돼 있다.

▲지수아이앤씨 소속 LG트윈타워 청소노동자(공공운수노조 서울지부 LG트윈타워분회 조합원)들이 지난 4월 퇴근 뒤 LG트윈타워 로비와 여의도 버스환승센터와 여의나루역 등에서 선전전을 진행하고 있다. 사진=공공운주노조 서울지부
▲지수아이앤씨 소속 LG트윈타워 청소노동자(공공운수노조 서울지부 LG트윈타워분회 조합원)들이 지난 4월 퇴근 뒤 LG트윈타워 로비와 여의도 버스환승센터와 여의나루역 등에서 선전전을 진행하고 있다. 사진=공공운주노조 서울지부

‘일감 몰아주기’ 표현이 사실이 아니라는 주장도 석연치 않다. 공정거래법 전문가는 지수아이앤씨가 공정거래법상 ‘사익편취’ 기준 적용 대상이 아니라도 일감 몰아주기 관행은 문제라고 지적한다.

김종배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민생경제위원회 변호사는 “현재 지수아이앤씨가 (사익편취를 판단하는 법상 기준인) 공시 대상이 아니지만, 기업 규모를 이유로 일감 몰아주기 의혹이 없어지는 것은 아니다. 기업 오너 친족이 특수관계를 이용하는 관행이 비판 대상”이라며 “다수 언론사도 이같이 판단해 지수아이앤씨에 친족 관련 문제 제기 보도를 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한겨레도 2015년 보도를 통해 지수아이앤씨를 일감 몰아주기 규제를 피해가는 업체로 지목한 바 있다.

한겨레는 내부 기구인 광고심의위를 통해 편집국에 의견을 구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편집국은 원안이 대체로 무방하다며 수정이 불가피하다면 ‘주주 몰아주기’로 바꾸도록 제안하면 어떻겠느냐고 의견을 냈다.

LG트윈타워분회가 속한 공공운수노조 상급 조직인 총연맹 관계자도 해당 사안을 무겁게 인지해 비공식으로 문제를 제기했다. 한상진 민주노총 대변인은 “LG 오너의 심기를 건드릴 것 같으니 (광고국이) 노조 쪽에 사전에 가두리를 친 것이 아니냐는 유추가 나오는 상황이었다”며 “해도 너무하다는 생각에 그 적절성에 대해 한겨레 소속 기자에게 물은 적이 있다”고 말했다.

▲LG트윈타워 청소노동자들은 지난 14일 하루 경고 파업 후 서울 여의도 LG트윈타워 앞 천막 농성에 돌입했다. 사진=공공운수노조 서울지부
▲LG트윈타워 청소노동자들은 지난 14일 하루 경고 파업 후 서울 여의도 LG트윈타워 앞 천막 농성에 돌입했다. 사진=공공운수노조 서울지부

기사보다 허용 범위 넓은 의견광고에… “납득 어려워”

경향신문 광고국 담당자는 “추후 송사 가능성이나 광고 영업의 연속성을 무시하지 못한다. 경향신문이 진보 매체라도 광고국은 보수적으로 접근해야 하는 상황”이라며 “의견광고에 그룹 총수 이름이나 친족을 특정하는 내용은 조율을 거친다”고 했다. 막바지에 광고 단가를 높인 이유로는 “시안을 받아보니 구 회장과 가족 관련 부분은 (LG발) 광고 매출에 리스크가 있어 LG에서 진행할 금액 이상의 가격을 불러야 한다는 얘기가 나왔다”며 “그래도 상황을 감안해 하향 조정한 금액이고, 노조와 합의 아래 진행됐다”고 했다.

의견광고의 경우 표현상 허용 범위가 넓은 점에 비춰도 각사의 수정 요구는 의문을 낳는다. 정연우 세명대 광고홍보학과 교수는 “의견광고는 일반 기사보다도 내용을 허용하는 정도가 크다”며 “언론사가 광고 내용에 일정 정도 책임을 지고 문제 시 의견을 낼 의무를 지는 건 사실이지만, 한겨레도 관련 기사를 낸 적이 있는 상황에서 이 같은 수정 요구 행위는 통상적 사례로 보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김경환 상지대 미디어영상광고학부 교수는 “국내 재벌 그룹 총수의 경우 공인이나 마찬가지다. 일감 몰아주기도 현재 일상적 표현인 점을 감안하면 수정 필요성을 납득하기 어렵다”며 “진보 언론마저 경영 위기 상황에서 사회적 약자 목소리를 전하면서 재벌 광고주 입김에 취약해지는 상황에 놓인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 기사를 후원합니다.


이 기사는 논쟁 중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2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양세권 2020-10-21 10:08:30
정부여당 앞에선 여포, 자본권력 앞에선 초선.

스타듀 2020-10-21 09:52:34
경향은 3억이면 기사를 내려주는데 한겨레는 이름을 지워주는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