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봉현 전 스타모빌리티 회장의 입에 따라 한국 사회가 요동치고 있다. 그는 지난 2주 사이 ‘새빨간 거짓말’을 한 “금융 사기꾼”에서 ‘검찰게이트’를 폭로한 사람으로 바뀌는 극적인 연출의 주인공이 됐다.

김 전 회장은 1조6000억원대 피해를 입힌 라임 사태의 전주(錢主)로 통하는 인물이다. 그는 지난 8일 서울남부지법 형사11부 심리로 열린 이강세 스타모빌리티 대표의 공판에 증인으로 출석해 강기정 전 청와대 정무수석의 이름을 언급하면서 파장을 일으켰다. 수사기관의 라임사태 조사를 막기 위한 로비 차원에서 강 전 수석을 만나려고 한 이강세 대표에게 5만원짜리 현금으로 5천만원이 담긴 쇼핑백을 전달했다는 것이다. 강 전 수석은 이 같은 주장에 단 1원도 받은 적이 없다며 김 전 회장을 고발하고 자신의 이름을 공개한 조선일보에 대해서도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다.

그리고 김 전 회장은 지난 16일 서울신문을 통해 옥중 입장문을 발표하면서 또다시 논란의 중심에 섰다. 라임사태가 터지기 전 지난해 7월 A변호사와 현직 검사에게 향응을 제공했고, 현직검사 1명이 라임 수사팀에 합류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지난 4월 검거되고 난 후 A변호사가 찾아와 “여당 정치인들과 청와대 강기정 (정무) 수석을 잡아주면 윤석열 (검찰총장에) 보고 후 조사가 끝나고 보석으로 재판을 받게 해주겠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검사장 출신 야당 쪽 유력 정치인” 등이 연루됐지만 수사가 진행되지 않았다며 검찰의 선택적 수사를 비판하는 말도 내놨다. 사실로 밝혀지면 검찰이 개입된 정치공작 사건으로 확대될 수 있는 내용이어서 김 전 회장의 발언은 폭발성이 크다.

다만 ‘폭로’라는 이름으로 발화자의 증언이 블랙홀처럼 이슈를 빨아들일 때 사실관계를 철저히 검증하는 것이 언론의 역할이지만 언론 역시 중심을 못 잡고 헤매는 형국이다.

▲ 1조6천억원대 피해액이 발생한 라임자산운용 사태의 전주(錢主)이자 정관계 로비의 핵심 인물로 지목된 김봉현 스타모빌리티 회장이 수원여객의 회삿돈 241억원을 빼돌린 혐의(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횡령)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받기 위해 4월26일 오후 경기도 수원남부경찰서 유치장에서 나오고 있다. ⓒ 연합뉴스
▲ 1조6천억원대 피해액이 발생한 라임자산운용 사태의 전주(錢主)이자 정관계 로비의 핵심 인물로 지목된 김봉현 스타모빌리티 회장이 수원여객의 회삿돈 241억원을 빼돌린 혐의(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횡령)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받기 위해 4월26일 오후 경기도 수원남부경찰서 유치장에서 나오고 있다. ⓒ 연합뉴스

우선, 김 전 회장은 왜 법정진술과 입장문에서 정반대의 주장을 펼쳤는지 ‘맥락’을 짚어줘야지만 발언의 신빙성을 따질 수 있다. 그런데 이 같은 언론 보도를 좀처럼 찾기 어렵다. 특히 언론을 통해 발표된 입장문을 9월21일 작성해놓고 8일 법정에 나와선 입장문과 정반대로 강 전 수석에 대한 금품수수 정황을 발언했는지 검증할 필요가 있다.

김 전 회장 주장에 따르면 A변호사로부터 ‘강 전 수석을 잡아야 한다’는 말을 들었던 시점은 지난 4월이고, 법정에서 강 전 수석을 만나겠다는 이강세 대표에게 돈을 전달했다고 주장한 시점은 지난해 7월이다. 시기로만 보면 김 전 회장은 강 전 수석을 수사 무마 로비의 대상으로 삼은 것은 분명해보인다. 다만 입장문과 법정진술을 비교해봤을 때 자신이 돈을 주긴 했지만 이강세 대표가 ‘배달’ 사고를 저질렀다는 취지인지, 아예 금품전달 정황은 처음부터 없었는데 위증을 한 것인지 문제가 남는다. 금융 사기 사건 주범의 거짓말인지 검찰게이트 폭로의 시작인지 현재로선 단정지을 수 없지만 그의 말을 다각도로 분석해 기본적인 의문점을 하나씩 해소시키는 것이 언론의 역할이다.

한가지 더 주목해야될 것은 이강세 대표다. 그는 금융사기 사건에서 조사 무마를 위해 수천만원을 수수한 혐의를 받고 있다.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법상 횡령·증거은닉교사·변호사법 위반 등의 혐의 등이다. 광주MBC 사장까지 오른 언론인이었던 그가 로비 창구로 전락했다는 점은 의미심장하다. 금품수수 여부를 떠나 이강세 대표가 ‘고향 지인’(김봉현 전 회장 주장)이라는 이유를 들어 현직 청와대 정무수석을 청와대에서 만날 수 있었다는 사실은 변하지 않는다. 언론사 사장을 지낸 이력이 크게 작용했을 것이라 짐작된다.

언론인으로서 공적 가치를 훼손한 것이라는 지적도 사치스럽다. 서글픈 건 그가 방송사 사장을 지내면서 정관계 인연을 맺는 도구로 활용한 것에 비판조차 잘 보이지 않을 정도로 언론계를 향한 신뢰가 바닥에 떨어졌다는 점이다. 정치권과의 연결고리가 된 언론인 출신 인사의 개인일탈 쯤으로 넘어가면 제2의 이강세가 나타날 수 있는 것을 명심하고 언론계는 성찰의 기회로 삼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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