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주주 주식양도소득세 3억원

‘독수리 5형제’라는 제목은 잘못됐다는 실없는 농담이 있다. 여자도 한명 있기에 독수리 5형제가 아니라 ‘독수리 5남매’가 맞는다는 것이다. 좀 더 파보자. 독수리 외에 부엉이도 있다. 그럼 ‘조류 5남매’여야 하지 않을까? 아니, 부모가 같지 않으니 남매도 아닐 수 있다. 그럼 어떻게 불러야 할까? 이런 농담이 유행했지만, 독수리 5형제는 여전히 독수리 5형제다. 이름이 중요한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독수리 5형제’는 하늘을 나는 슈퍼히어로를 상징하는 단어일 뿐이다.

요즘 많은 언론에서 자주 언급되는 논리가 있다. 3억원이 대주주냐는 것이다. 그런데 이 논리는 실없는 농담이 아니다. 진지하다. 서울 전셋값도 안 되는 3억원 투자자는 대주주가 아니니 세금을 낼 수 없다는 논리다. 그런데 세금은 대주주만 내는 것이 아니다. 고액 소득자인 대주주 노동엔 물론이지만, 저소득 신입사원의 노동에도 소득세를 낸다. 조세의 제1원칙은 ‘소득있는 곳에 세금을’이다. 대주주 여부와는 상관없다. 주식양도차익 과세를 다루는 소득세법상의 ‘대주주’는 주식양도차익 과세를 일반화하고 확대하는 과정에서 나온 단어일 뿐이다.

▲ 3억원은 대주주가 아니라는 논리를 강조한 동아일보 기사
▲ 3억원은 대주주가 아니라는 논리를 강조한 동아일보 기사

 

아직 한국 주식양도차익은 비과세가 기본이다. 소득있는 곳에 세금이 있다는 조세의 제1원칙을 어기고 있다는 뜻이다. 노동해서 3000만원만 벌어도 소득세가 부과된다. 그러나 주식을 팔아서 3억원을 벌면 세금을 내지 않는다. 이는 상장주식 시장 활성화를 위한 배려였다. 그러나 호의가 지속되면 권리가 된다고… 어느덧 상장주식 양도차익으로 돈을 벌어도 세금을 내지 않는 것이 당연시됐다. 그래도 소득세법 규정에 따라 100억원 이상 대주주의 양도차익에만 과세가 돼왔다. 

그러다가 꼭 대주주뿐만 아니라 ‘소득있는 곳에 세금있다’는 조세의 원칙에 따라 상장주식 양도차익에도 세금을 부과해야 한다는 의견이 점점 커졌다. 물론 주식시장 활성화는 중요하다. 그러나 노동시장이나 비즈니스 활성화도 물론 필요하다. 그렇다고 소득세, 법인세를 면제해줄 수는 없는 노릇이다. 결국, 대주주범위를 기존 100억원 이상에서 순차적으로 확대하기로 했다. 2013년도에는 50억원, 2016년에는 25억원으로 내려갔다. 결국, 2017년도에는 주식양도차익 과세 강화 로드맵이 마련되었다. 18년도부터는 15억원, 20년도부터는 10억원, 21년도부터는 3억원 초과 주식에는 양도소득세가 부과되기로 했다. 정부는 물론 여야가 합의한 결과다. 그리고 올해는 드디어 대주주가 아닌 일반 개미투자자에게도 주식양도차익 소득에 과세하는(23년부터) 방안을 발표했다. 즉, 3억원 초과 주주에 과세하는 것은 대주주여서 과세되는 것이 아니다. 소득이 있기에 세금을 내는 방향으로 가는 절차일 뿐이다.

▲ 대주주 지정을 피하고자 12월 말에 주식이 폭락할 것을 예측하는 조선일보 기사
▲ 대주주 지정을 피하고자 12월 말에 주식이 폭락할 것을 예측하는 조선일보 기사

 

몇몇 언론은 3억원 양도소득세를 피하고자 12월 증시는 폭락할 것이라고 한다. 재무적 투자자가 아닌 지배력을 유지해야 하는 대주주가 양도차익을 피하고자 연말에 주식을 파는 일은 상상하기 어렵다. 다만, 3억원 이상 보유한 재무적 투자자는 세금회피를 위해 연말 전에 주식을 팔 수는 있겠다. 그러나 3억 초과 보유자가 주식을 파는 것과 주식시장이 회복할 수 없는 하락장을 유지한다는 것과는 또 다른 얘기다. 시장은 3억원을 초과해 보유했다고 양도소득세를 낼 수밖에 없는 불행(?)을 동정해주지 않는다. 오히려 시장은 이 기회를 이용해 돈을 벌만큼 냉철하다. 기업가치의 변화 없이 단기적 이벤트로 주가가 하락하면 그 하락의 열매를 얻고자 하는 투자자가 생기기 마련이다. 실제로 연말 배당기준일만을 위해 주식을 보유하는 투자자가 있으면, 배당락일 주가 하락에 베팅하는 투자자도 있기 마련이다. 과거에는 배당락 전날에 배당금액만큼 주가를 강제로 하락시켜 시초가를 조정하기도 했다. 그러나 시장의 자율적인 거래를 통해 배당 전후의 가격이 조절되고 형성된다. 

그래서 시장이 가장 싫어하는 것은 오히려 예측불가능한 상황이다. 충분한 시간을 통해 예측이 가능한 이벤트는 시장이 충분히 적응할 수 있다. 다시 한번 말하지만 3억원 초과 투자자에 주식양도차익 과세 로드맵이 마련된 것은 2017년도다. 그동안 단계적으로 기준 금액이 하락하면서 시장은 적응해왔다. 그런데 3년이 지난 지금 갑자기 예측 가능성이 줄어드는 것이 시장에 가장 해로운 일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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