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19일 이른바 ‘라임 사태’와 윤석열 검찰총장의 가족 관련 수사에 수사지휘권을 행사했다. 윤 총장 측근 검사와 ‘채널A’ 기자를 둘러싼 ‘검언유착’ 의혹에 이어 두 번째다. 추 장관은 이날 “라임자산운용 사건 관련 여야 정치인 및 검사들의 비위 사건을 포함한 총장 본인, 가족, 측근과 관련된 사건에 대해 공정하고 독립적인 수사를 보장하기 위해 검찰총장은 서울남부지검과 서울중앙지검 수사팀이 대검찰청 등 상급자의 지휘 감독을 받지 아니하고 독립적으로 수사한 후 그 결과만을 검찰총장에게 보고하도록 조치”하라고 밝혔다. 20일자 주요 종합일간지들은 모두 관련 소식을 1면에 배치했다.

경향신문: 추 법무, 라임∙윤석열 총장 가족 수사에 ‘지휘권’
국민일보: 라임∙尹 가족 의혹 사건 秋 ‘수사지휘권’ 재발동
동아일보: 秋, 또 지휘권 발동…尹가족 사건도 겨눴다
서울신문: 秋 “尹, 라임사건 손 떼라” 수사지휘권 발동
세계일보: 수사지휘권 또 꺼낸 추미애… ‘윤석열 배제’
조선일보: ‘尹 손 떼라’…秋 또 수사지휘권 발동
중앙일보: 추미애의 수사지휘권, 윤석열∙가족 직접 겨눴다
한겨레: 추 법무 두번째 수사지휘권 ‘윤, 라임∙가족 사건 손 떼라’
한국일보: “尹총장 손떼라” 추미애 또 수사지휘권 발동

추 장관이 윤 총장의 지휘권을 박탈한 사건 가운데 △㈜코바나 관련 협찬금 명목의 금품수수 사건 △도이치모터스 관련 주가조작 및 도이치파이낸셜 주식 매매 특혜 의혹 사건 △요양병원 운영 관련 불법 의료기관개설, 요양급여비 편취 사건과 관련 불입건 등 사건 무마 의혹 및 기타 투자 관련 고소사건 등은 윤 총장 가족이 연루된 사건이다. ‘전 용산세무서장 뇌물수수사건 및 관련 압수수색영장 기각과 불기소 등 사건 무마 의혹’은 윤석열 총장이 윤대진 법무부 전 검찰국장의 친형(전 용산세무서장) 뇌물 수수 사건에 개입했다는 의혹이 불거졌다. ‘검언유착’ 사건 때에 비해 윤 총장을 직접적으로 겨냥하는 모양새다.

경향신문(비위 몸통으로 윤석열 전면 부각…내보내겠다는 의지 분명히)은 추 장관이 “검찰개혁을 명분 삼아 윤석열 검찰총장을 내보내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고 해석했다. “윤 총장을 비위의 몸통으로 전면 부각하려는 의도”라는 것이다. 이 신문은 “윤 총장이 일단 추 장관의 라임 관련 수사지휘권 발동에 수용 의사를 밝히며 대응을 자제했지만, 향후 검찰 내 반발 움직임 등에 따라 양측 갈등이 심화될 가능성이 남아 있다. 다만 가족 사건은 언급하지 않으면서 자신은 떳떳하다는 입장을 내비친 것으로 풀이된다. 이에 따라 윤 총장이 사직하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라고 전했다.

▲ 10월20일자 국민일보 3면 기사.
▲ 10월20일자 국민일보 3면 기사.

윤석열 총장의 입장문에 대해서도 여러 해석이 나왔다. 윤 총장은 수사지휘권 발동 30분만에 짧은 입장을 냈다. 수사지휘권 발동 자체에 대해서는 별다른 언급을 하지 않으면서 “대규모 펀드 사기를 저지른 세력과 이를 비호하는 세력 모두를 철저히 단죄함으로써 피해자들의 눈물을 닦아주고 국민의 기대에 부응하기 바란다”는 내용이다. 중앙일보(윤석열 “라임 수사 지휘 못하게 돼…비호 세력 단죄해달라”)는 “법조계 일각에서는 윤 총장이 이날 ‘비호 세력에 대한 단죄’를 언급한 걸 두고 추 장관 등 여권을 겨냥한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22일 대검 국감에서 윤 총장이 자신의 의견을 강하게 표명할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도 있다”고 전했다.

한편 검찰이 라임 사건과 관련해 검사장 출신 야당 정치인인 윤아무개를 제대로 수사하지 않았다는 의혹도 불거지고 있다. 법무부와 여권은 ‘윤석열의 사건 뭉개기’라 주장하고, 윤 총장은 ‘철저한 수사를 주문’했고 반박하는 상황. 한국일보(법무부 “野 정치인 관련 의혹 축소하려 尹총장에 직보” 검찰 “첩보 단계선 관례…8월말부터 대검에 정식 보고”)는 검찰이 지난 4월 하순 사건을 인지했고, 송삼현 당시 서울남부지검장이 관련 내용을 윤 총장에게 보고했으며, 이후 남부지검이 윤씨 의혹을 입건해 계좌추적, 통신조회 등 수사를 진행했다고 했다. 그러다 8월 말 윤 총장이 대검 반부패∙강력부를 통해 라임 사건 수사 내용을 보고하라고 지시했는데, 여권은 애초 지검장과 총장 사이에서 직접보고가 이뤄졌다는 점을 문제 삼고 있다. 은폐 의도가 있었던 게 아니냐는 의심이다.

한국일보는 “그러나 대검 근무 경험이 많은 검사들은 이 같은 ‘야당 의혹 은폐를 위한 반부패ㆍ강력부 패싱’ 주장은 설득력이 떨어진다고 입을 모은다. 내사나 첩보 단계의 내용을 지검장이 총장에게 직보하는 건 수사 보안을 위해서도 필요하고, 이례적인 일도 아니라는 뜻”이라며 “일각에서는 심 국장과 윤씨의 관계를 고려한 ‘패싱’이라는 해석도 나온다”고 했다. “검사 선배인 윤씨는 과거 검찰 인사에서 심 국장을 요직에 발탁, 자신의 직속 후배로 데리고 일했던 적이 있다. 두 사람이 1년 넘게 함께 일하며 친분을 쌓았던 만큼, 혐의가 확실치 않은 단계에서 윤씨 관련 수사를 심 국장에겐 알리기 어려웠을 수 있다는 얘기다. 윤 총장으로선 심 국장을 신뢰하지 않았거나, 혹은 배려하는 차원으로 일단 보고 라인에서 배제했을 가능성도 없지 않다”는 것이다.

▲ 10월20일자 한국일보 3면 기사.
▲ 10월20일자 한국일보 3면 기사.

대부분 신문은 수사지휘권 발동의 불가피성, 법적 근거 등은 인정하면서도 검찰 독립성에 대한 우려를 보였다. 경향신문 사설(추 장관의 지휘권 발동 취지, 검찰은 공정한 수사로 입증해야)은 “라임 정·관계 의혹은 여권 인사가 연루됐다는 의혹이 무성하다. 게다가 윤 총장 가족 사건 수사를 지휘하는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은 그와 척을 진 사이다. 수사 의도를 의심받거나 수사상의 조그만 하자에도 ‘코드 수사’ 논란이 불붙기 십상”이라고 했다. 한국일보 사설(윤 총장 배제된 펀드 의혹 수사, 검찰 명운 달렸다)의 경우 “추 장관의 수사지휘권 발동은 법적 문제는 없겠으나 과도한 측면은 있다”며 “윤 총장이 관여한 증거나 정황이 확실하지 않은 상황에서 의혹 제기만으로 지휘선상에서 배제한다면 향후 유사 사례가 불거질 때마다 검찰 수장의 정상적 직무활동을 정지시켜야 하는 것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이런 식으로 검찰총장에 대한 법무부 장관의 수사지휘권이 남용되면 검찰의 정치적 독립이 현저히 훼손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는 점에서 우려를 표하지 않을 수 없다”고 지적했다.

특히 조선일보와 한겨레의 관점 차이가 두드러졌다. 한겨레(라임 의혹, 윤 총장 배제한 독립적 수사가 맞다)는 “라임 펀드 사기 사건과 관련해 야당 정치인과 검사를 상대로 로비가 이뤄졌고 그동안 검찰이 이를 제대로 수사하지 않았다는 폭로가 나오면서 현재 수사팀과 지휘라인에 계속 수사를 맡길 수 없다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며 “라임 사태를 독립적인 수사 주체가 맡는 게 불가피하다는 점에서 타당한 방향”이라고 했다. 법무부의 수사팀 재편도 “당연한 조처”라고 평가했다. 한겨레는 “‘제 식구 감싸기’ 우려를 불식시킬 특임검사 임명 등의 보완책이 필요하다”며 “법무부 장관의 수사지휘권은 검찰의 중립성 보장을 위해 절제돼야 한다. 그러나 이번 지휘 내용 자체의 필요성은 부인하기 힘들다. 그런 점에서 검찰이 먼저 독립적 수사기구를 제안하는 게 바람직했다고 본다”고 거듭 필요성을 인정했다.

조선일보 사설(尹 겨냥 또 수사지휘권 秋, 펀드게이트 물타기 이성 상실)은 추 장관의 수사지휘를 “이성 상실”로 표현했다. “지난 7월 채널A 사건에 대한 윤 총장의 지휘권을 박탈했으나 이 사건 자체가 허위 조작이었다”고 단정하면서 “이번엔 라임 전주(錢主) 김봉현씨의 ‘옥중 편지’를 근거 삼았다”고 했다. “검사들 말보다 펀드 사기꾼 말을 더 믿는다. 정권 눈엣가시 같은 윤 총장을 어떻게든 찍어내고 펀드 게이트 물타기를 하고 수사를 막으려는 의도일 것”이라 주장했다. 조선일보는 “윤 총장 가족 관련 고발은 윤 총장 가족을 고발했다가 무고죄로 실형을 살다 나온 사람이 거듭 고발을 한 내용이 대부분이다. 윤 총장이 전 정권 수사를 할 때는 여권 스스로 ‘문제 안 된다’고도 하더니 윤 총장이 청와대 울산 선거 공작을 파헤치고 조국을 수사하자 꺼내 들어 공격한다”며 “추 장관은 얼마 전 한동훈 검사장이 자신을 비판하자 올 들어 세 번째 좌천 인사를 했다. 독재 정권 때도 없던 일”이라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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