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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정PD가 중앙재난본부에 “서운하다”고 한 사연 
김현정PD가 중앙재난본부에 “서운하다”고 한 사연 
올해 상반기 재난방송 요청 횟수 526건 ‘폭발적 증가’ 
방송협회 ‘라디오방송 재난방송 기준 합리화 요청서’ 제출 
재난의 시급성, 사안의 중대성에 따른 세부 송출 기준 필요

7월8일 CBS ‘김현정의 뉴스쇼’ 본방송 한 장면

“김준일의 행간 뉴스톱 김준일 대표 어서오세요. 제가 재난문자부터 소개해야 돼요. 재난문자는 들어오고부터 발표를 해야하는 시간이 정해져 있어서요 여러분. 오늘도 역시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에서 꼭 읽으라고 들어온 문자입니다. 생활수칙위반에 따라 가족 내 2차 감염사례가 증가하고 있습니다. 자가격리자의 가족 및 동거인께서는 격리기간 중 분리된 공간에서 생활하고 특히 격리자는 주변인들과 접촉을 제한하며 손길이 닿는 표면을 소독하고 주위를 자주 환기해주시기 바랍니다. 또 생활용품을 구분해서 사용하고, 격리자의 동거인인 경우 격리에서 해제될 때까지 외출이나 다중이용 시설 이용을 자제하며, 발열이나 기침 등 증세 발현 시 즉시 알려주시기 바랍니다. 사실은 잘 아는 이야기인데 매일 들어오네요. 예, 우리가 잘 지켜야죠. 행간, 무슨 이야기 가져오셨나요?”

7월8일 CBS ‘김현정의 뉴스쇼’ 유튜브 방송 한 장면

패널A : (본방송에서 진행자가) 시간이 딜레이되니까…막 4배속으로 읽으시더라구요.

김현정 : 중앙재난본부에 한마디만 꼭 좀 부탁드리고 싶은 게 뭐냐면요. 매일 들어오는데. 매일 들어오면 시간 내에 처리 안 하면 벌금이 떨어져요. TV는 자막으로 내보내면 되지만 라디오는 토시 하나 안 틀리고 읽어야 해서 시간의 여유, 유동성을 주시면 좋겠어요. 라디오라는 특성을 좀 고려해주시면 안 될까요?…시간을 여유를 주시면 다다다다 읽지 않고 클로징 때쯤 읽는다든지. 그러면 더 강조해서 읽을 자신이 있는데. 시간에 쫓기고요. 라디오를 너무 등한시 하시는 게 아닌가. 소외감 느끼고 서운하고 그래요…. TV는 자막이 있지만 라디오는 읽어야 하는데. 정말 긴급한 거면 우리가 먼저 합니다.

▲게티이미지.
▲게티이미지.

올해 들어 재난방송 요청이 급증한 가운데 한국방송협회가 ‘라디오방송 재난방송 기준 합리화 요청서’를 지난 15일 국무조정실 민관합동규제개선추진단에 제출했다. 방송협회는 “TV는 프로그램 시청과 동시에 자막, 화면 분할 등으로 방송 흐름에 지장을 주지 않고 재난방송 시행이 가능하지만 라디오는 재난방송을 시행하려면 진행 중인 프로그램을 중단시켜야 하는 어려움이 있다”고 밝혔다. 이어 “프로그램 방송 중이라도 무조건 방송을 중단하고 진행자가 재난 상황과 시, 군 단위 지역명, 행동요령까지 수많은 재난방송 문안을 그대로 빠짐없이 장시간 읽어야 하는 것은 과도한 규제”라고 주장했다. 현재 재난방송 요청을 1건 놓치면 750만 원~1500만 원의 과태료가 부과된다. 

앞서 2019년 12월부터 자연재해뿐 아니라 사회재난으로까지 재난방송실시 기준이 확대됐다. 이후 재난방송 요청 건수가 지난해 11월 5건 대비 2020년 1월 34건으로 6.8배 증가했다. 아프리카돼지열병, 코로나19, 미세먼지 경보까지 포함된 결과다. 방송협회는 “라디오 방송사 입장에선 재난방송 빈도가 과도하게 늘어나 방송 중단 횟수와 시간이 늘어날 수밖에 없고, 이에 따른 프로그램 품질 저하가 우려된다”고 했다. 명절 연휴 기간 녹음 방송을 편성했던 라디오 방송사들은 연휴 기간 재난방송 실시를 요청받으며 긴급 재난방송을 제작해야 했고, 이 과정에서 아나운서 녹음이 어려워 일반 직원이 급히 녹음한 사례도 있었다. 

방송협회에 따르면 2020년 상반기 재난방송 요청 횟수는 폭발적으로 증가해 526건을 기록했다. 이 중 국외 지진 등 반드시 방송을 내지 않아도 되는 요청을 제외한 방송 횟수가 472건이었으며, 이 중 코로나19 관련 요청 횟수는 399건으로 나타났다. 방송사, 특히 라디오 방송사로서는 피로감이 크다는 지적이다. 방송협회는 “각 부처의 임의적 판단에 따라 과도한 재난방송 요구가 이뤄져 방송 중단 횟수가 늘어나 라디오 정규방송에 적지 않은 부담을 주고 있다”며 “효율성과 적정성을 높이기 위해 재난방송을 요청하는 창구의 단일화와 적정 수위 조절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한 라디오방송사 관계자는 “밤늦은 시간에도 방통위 문자가 오면 바로바로 대응해야 한다. 대부분 라디오 채널이 주말에는 녹화방송을 하는데 TTS(문자를 음성으로 변환하는 장비)가 없는 곳은 주말에 재난방송 요청이 오면 직원이 쫓아와서 부랴부랴 만들어 읽어야 하는데 코로나19 이후 지방 영어 라디오방송의 경우 월 칠십몇 건이 들어오고 있다고 한다. 물리적으로 대응이 너무 어려운 상황”이라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몇 년 전 폭염경보의 경우 경기도 31개 시를 다 읊으라고 했는데 지금도 원칙은 같다”고 전하며 “지상파3사는 TV 자막으로 흘려보내면 라디오에선 안 해도 된다. 상대적으로 YTN, CBS, TBS처럼 지상파TV가 없는 매체는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며 라디오채널 간 역차별 문제도 지적했다. 

방송협회는 재난의 시급성, 사안의 중대성에 따른 재난방송 세부 송출 기준 마련이 필요하다며 △즉시 △6시간 이내 △12시간 이내 등으로 재난방송 송출 세부 기준을 단계화해 라디오 방송사의 유연한 대처 능력을 확보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또한 “재난방송 운영 미흡에 대한 벌점·벌금 처분도 세부 송출 기준에 따라 차등적으로 적용하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밝혔다. 협회는 “반복적인 재난방송은 오히려 집중도를 떨어뜨리고, 청취자 피로도를 높일 수 있으므로 재난의 속보성, 중요성에 따라 빈도 조절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관련기사=“프로그램을 하라는 건지 재난방송을 하라는 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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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암 2020-10-19 20:05:45
정철운!! 너도 급하니까 '토시'가 맞는지 '토씨'가 맞는지 헷갈리지?

바람 2020-10-19 18:47:57
그동안 언론은 사고/재난/불이 나면 속보(1보, 2보, 종합)를 통해 정부를 비난하지 않았나. 난 분명히 기억하고 있다. 이런 걸 자업자득이라고 한다.